1.첫쨋날
남편이 차를 구입한뒤로 처음으로 가족끼리 피서라는걸 계획했다.
작년 5월 중고차 한대 들여놓고서 7월초쯤인가..
우리도 이젠 마음내키는데루 드라이브도 가고 피서도 가고
가족 나들이 맘껏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그날도 온갖음식들 장만해서 가까운 유원지로
더위를 비켜보자는식으로 기름만땅채우고
출발~~~~~~
출발한지 오분도안되어서 꽈당~~~~~
가벼운 접촉사고로 (지금이야 가볍지만 그 당시엔 얼마나 놀랬던지..)
장만한 음식들은 도루 집으로 돌아오게되었고...
그렇게 작년엔 모든게 무산되어버렸던 휴가를
올핸 꼼꼼하게 계획을 짜서 출발하게되었다...
장소는 서해안 끝자락인 고창의 구시포해수욕장...
이젠 제법 운전대를 안전하게 잡은 남편덕에
바깥의 풍경속에 푹 빠져서 잠시 자연과 함께 어울려도 보았다.
두어시간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바닷가의 문턱에 다다르게되었고...
우린 민박집먼저 구하여 짐을 풀었구...
아이들은 어느새 바닷물속에 풍덩....
근데 와이리 바닷물이 뜨뜻한건지...
이유는 원자력 발전소를 가공하면서 수온차가 크게 변화되었다고 한다.
커다란 튜브를 빌려서 우리 여자들은 그위에 납작엎드리고
우리의 보디가드격인 남편이 우릴 맘껏즐겁게 해주었다....
원만한 파도에 같이 휩쓸려보는 재미가 더 한층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물이빠지면서 들어나는 갯벌에 우린 준비해간 호미를 들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게되었다..
하지만 이 또한 원자력발전소가공으로인한 생태계가 온전치가 못했다.
간혹 건져내는 생합하나에 모두다 환호성을 지르게되고..
그렇게 캐온게 제법 큼지막했다..
피조개와 생합을 구워서 남편과 건네주고받는 소주한잔이
달디달았다.....
모래밭 한가운데에 자리를 펴고 네명이 나란히 누워서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며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별하나 별두울...
2.둘쨋날
우린 그렇게 모래밭에서 나 뒹굴고...(아이들만 없었더라면 그림이되어가는건데....)
새벽녁의 바닷가 찬바람이 방으로 인도를해주었다..
그치만 쉬이 잠를 이루지못하고....
절대로 딴 생각이 나서가 아니고
유흥을 즐기는 절믄아그들땀시 시끄러버서 ...
아침 일곱시를 기준으로 민박집은 다시 북새통을 이룬다.
우리도 그 서열에 낑기어
된장찌개를 맛나게 끓여 아침을 먹는데
숟가락 전쟁이 이를두고하는말일게다.
잠시 전쟁을 치루는통에 금새 냄비는 밑바닥이 환하게 미솔짓는다..
수돗가엔 설겆이할려는 남자들로 줄을서게되고...
그 사이에 나도 줄을섰다...
다들 남자들인데 나만 종자가 틀린걸보니
다른여자들 어지간히도 남자들 교육시켰구나 싶다..
다시 그 바닷가에서 즐겨?
아님 다른곳을 찾아 떠나볼까?
하는 갈등속에 전화벨이 울리고.
서울에있는 여동생이 친정집에 와있다는 전갈을 듣고
우린 친정집으로 차 머리를 대었다...
그쪽에서 친정집 가는길은 진정한 산길이었다.
커브길이 어찌나 많던지 나는 내심 걱정스런 얼굴로 천천히 가자...
근데 운전자들은 누가 옆에서 일케 야글하믄 자길 깔보는줄아는갑다.
아니지....운전자들이 아니고 우리 운전기사다..(말 잘못했다간 클나지)
어디쯤갔을까....
뒷차가 급하게 따라붙는바람에 먼저가라고 신호를 보내고
잠시 갓길로 자릴 비켜주었다..
뒷차는 앞질러서 달리고 깜박이를 잠시 켰다가 꺼지는걸 보게되었다.
왜 저렇게 하냐는 내 질문에....
우리 운전기사 왈...
"우리 운전하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감사의 표시야.."한다.
크흐~~~~~~~~~~~~~
양적으로 질적으로 많은 진보에 안심을하게되었고...
집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좀더 온화한 울타리안으로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그래/...사람은 어우렁더우렁 일케 뭉쳐서 지내야 제 맛이지 싶다.
도착하자마자 친정아버지께서 민물고기메운탕을 사 주겠다고
가자고 하신다...
메운탕하믄 울 운전기사 또 끔뻑죽는다...
우리차에 궁딩이 붙힐만큼만 태우고 아버지랑 조카둘은 오토바이로 산골짜기골짜기로 들어갔다...
그곳 산새는 전에부터 물 깨끗하기로 소문난 동네....
그곳을 가본지가 두해가 넘어간것같아 간만에 가보곤 놀래서 뒤로 자빠질뻔했다.
어떻게 알고들 찾아왔는지 전국에서 몰려온 휴가인파들로 꽉 메여져있더란것...
섬진강 강변의 줄기를 이어주는곳 '장구목'이라는 동네인데
그곳은 얼마전까지도 그리 많이 알려지지않는곳이였다.
워낙이 산속이라서 길이 평판치않았을뿐아니라 그래서인지 가구수도 몇 안되는 조그만 마을만이 그곳을 지키고있었던게 전부였었다.
내 어렸을적엔 해마다 그곳으로 물놀이를 가곤했었다.
흐르는 물속은 그야말로 거울속이였다.
너무 깨끗한 물속에서 다닥다닥 붙어있는 다슬기를 잡아오기도했었는데......그곳 다슬기가 아주 유명했었다.
그런곳을 아는사람은 드물었었는데...
간신히 갓길로갓길로 차를 몰던 남편의 이마엔 땀방울이 주렁주렁...
그러다가 움푹 패인곳에 빠져서 지나가는 건장한 사내들 꼬셔서(내가....ㅎㅎㅎ) 차를 벌끈 들어서 제자리에 놓아주었다..
감사하다는 인사로 음훙한 미소를 보내고...
코로들어간건지 입으로 들어간건지도 모르게 메운탕을 비우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하는 시간...
아버지의 길 안내로 남편은 열심히 운전대를 돌리는데...
잠시 가다보니 두갈래의 길...
한곳은 원만한 길이고 다른 한곳은 자갈이 섞여있는길..
아버지께선 그 자갈밭을 가자고 출발하신다..
그곳으로가면 영화에서 보는것처럼 물을가르며 지나칠수있다나...
차도 세차할겸 해서 그리 가자고 우기신다....
웬지모를 불안감을 애써 감추는 남편얼굴을 보니...난 어떻게해야할지..모르겠더라...
그치만 어르신이 괜찮다고하니 그 빽믿고 앞으로 돌진....
드뎌 물을 만났다..
잠시 내려서 들어가보니 내 무릎정도까지 물이 닿았다.
주위엔 이미 들어온차들이 자릴잡아서 물놀이를 하고있었다.
다들 그렇게 들어온것같아 안심을하고 물속으로 서서히 진입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데.....아뿔싸..
중간쯤가니 차가 멈추는게아닌가.
차에 타고있던 가족들 내릴려고 차문을 여니 그곳으로 물이 들어오는게다.
시동을걸고 다시 진입을 해보건만 자갈밭인 밑바닥만 더 파게되는것이다...
안되겠다 싶어 다시 음훙한 미소로 주위사람들 꼬셔서 차를 밀게하였고 풀숲으로 차 머리는 들여대졌다...
그런데 이게 또 웬 날벼락....
그다음 코스는 더 험난한 코스다.
모래와 자갈이 섞여있는 강물이 떡 버티고있는게 아닌가..
물 깊이도 더 깊고...
도저히 안되겠다는 판단아래 다시 빠꾸~~~~
친정어머니는 아버지를 되게 꾸지람을 내리신다.
당신의 고집으로 인해서 일케 고생을한다고...
이서방 차를 애지중지하는 사람인데 어떻게하냐고...
난 어머닐 끌어땡기고 그만하시라고 중지명령을 내렸다...
내 아버지.....
아버지는 저만치서 팔짱을 낀채로 우리차를 바라보고계신다.
그렇게 서 계시는 아버지 앞으로 다가간 나는
"에잇.....저놈의 중고차....
아부지....담엔 새차로 높은차 빼가꼬 올께요.그때 다시 이자리로 옵시다요.그땐 반다시 물을가르며 지나갑시다요..
흐미..그 멋진 장면을 못보고 돌아가는 지 맴이 더 아파오구만요..
저노므 똥차....그만 가십시다..다시 빠꾸해서가야하니껜
아부지 그 등치로 차 한번 밀어부쳐얍죠...
얼른 가서 차 밉시다요....
에잇....끝까지 똥차가 말썽이구만..."
그렇게 아버질 뫼시고 오게되었다...
말은 안하셔도 얼마나 사위 눈치를 보았을까...
당신께선 손주손녀들에게 멋진 장면을 보여주고싶은 맘에 그렇게 고집하셨는데..
것두 모르고 울 엄니는 아부지만 뭐라하신다...
엄니도 사위 눈치보는중인갑더라.
나 다시 남편에게 돌아와
"우째..다시 빠꾸할수있당가?
차에 물들어가믄 어떤현상이 일어나는건데....
돈 많이 들어가야돼?
에구...이를 우짜믄 좋아...엉?"
남편...
"괜찮여...
가서 드라이로 말리면 되겄지 머...
차는 괜찮응께 얼릉 가서 아버님이나 모시고와야겠다...
아버님 서 계신거보니 내 맘이 그렇네...
기둘려 아버님 모시고올께.."
그라드만 저만치서 서계시는 아버질 뫼시고 오는 모습을보니
가슴한쪽이 뭉클해져옴이.......무~~~~~웅~~~~크~~~~을...
우린 다시 차를 빠꾸시키게되었다.
그 주위에 계시는 절믄 아자씨들 내 꼬심에 다시 힘을 합치게되고.
나이드신 어르신 한분이 소리를 냅다 크게 지르신다.
"야~~ 이 썩을넘아.....
식구덜 옹기종기모여서 기분좀 내고있었드만
감시롱 옴시롱 흙탕물을 맹글고 댕겼쌌냐..."
그 소리에 평상시같으면 승질더러븐 나이기에 나이드신걸 개의치않고 욕하지말라고 막 뎀볐을건데 그날은 우리의 잘못이 크기에
굽신거리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골케 달래놓고 우리차로 돌아오게되었다.(인간 선경이 승질 많이 좋아졌다 내심 자랑하며.)
차에 들어와보니 밑바닥이 질퍽질퍽...
집으로 돌아와서 온가족이 차에 뎀벼들었다...
차 시트며 뭐며 다 들어내놓고 청소작업에 들어간거다.
그렇게 오후나절을 보내게되었다....
남편의 한마디에 웃을 보이며...
"아버님 덕분에 오늘 운전많이 늘었심다..감싸합니다.."
3.셋째날
그렇게 오후를 보낸 그날 밤엔
텃밭에 심어놓은 봉숭아꽃과 잎을 따다가
도구통에 찧어서 손톱에 물들일 요량으로
준비를 하게되었다.
비닐봉투를 자르고 실을 자르고
깜장 숯과 소금 백반을 넣어서 쪄놓은 봉숭아 꽃을
나와 내 여동생 그리고 울 딸들과 조카들을
앞에다 앉혀놓고 울 어무니가 일일히 손에 얹혀주고
비닐로 감싸주셨다.
내 아버지께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낮에잇었던
미안한 맘은 다 사그라드신것같았다.
난 그런 아버지 모습에 안도의 숨을 몰아쉰다.
어머니가 싸주었던 열 손가락들을 모다 쫙 피고 앉아있는 모습들이 가관이다.
남편은 자기도 물들여주라미 엄지발가락을 장모앞에 내 민다.
다들 입가에 머물고있는 웃음속에서 가족의 행복이 가득하다는걸 느껴본다.
마음 한구석에 이렇게 자리차지하고있는 추억 한가지가
나중엔 더 큰 행복을 안겨주리라.....
이불에 물들여진다시며 일회용 비닐 장갑을 모두다 낑겨주고 잠자리에 들었다.
첨 물들여본 조카들은 쫌매여진 손가락이 어색한가보다.
잠은 들었지만도 낑낑대는걸보면...
그 담날 아침 손꾸락에 낑겨진 모든걸 풀어서 어머니의 최종 검사가 시작되었다.
어른과 아이들의 노화(?)현상이 여기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아이들 살이 연해서라고 답해주신 어머니의 말씀이 맞지싶다.
애들 손이 더 곱게 물들여진게다...
두번은 더 들여야 곱다하시면서 마저 달려있는 봉숭아꽃을 따주신다.
거기에 들어갈 재료들도 따로 사주신다.
집에가서 다시한번 들이라고.......
조그만한것에 다시 사랑을 얹혀주신다.
앞개울에 있는 밭에 들어가 옥수수를 수확한다.
아이들의 삶의 체험이라고할까....
숙제랍시고 연신 카메라를 들이댄다.
내 언제 이런 카메라세레를 받나싶어 아무때서나 요긴하게 쓰이는
음훙한 웃을 보여본다...
머리엔 수건을 둘러쓰고 몸빼 차림인 영낙없는 시골 아낙의 모습으로..
점심엔 다슬기수제비를 만들어 배가 만땅으로 채워지고
골고루 싸준 어머님의 정성을 마다하지않고 차 뒤트렁크에 실었다.
남편은 눈치를 준다.....다나깨나 다 받아온다고...
근데 거기엔 어머님의 사랑이 숨어져있는데
그 사랑을 어찌 떼놓고오란말씸....
좋게말해서 어머님의 사랑이지 나쁘게 말하면 얼굴에 철판 깐거지 모....
이유불문 주는것 다 받아서 차에 실고 우린 남아있는 가족들의
환대를 받으며 손을 흔들었다....
잘가라....잘가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뒤로하고...
전주에 도착해서 어머니에게 전활드렸다.
"어무니요....부엌 서럽에 허연 봉투하나 넣어두었구만요...
아부지 구두가 다 닳았구만은 ...구두하나 사드리고
어무니 구루모가 다 떨어졌구만요...요즘은 그리 안비싼께 꼭 화장품 사서 잘 바르고 댕기쇼...얼굴 시커멓게 태우고 댕기지말고요..
글고 날도 더븐데 입맛도 없을거고 두분이서 좋아하신는 뼈국물 내서 잡수라고 동네 정육점에다가 야그해놨응께 쫌있음 물방뎅이 하나 들어올끼요... 그거 푹 고와서 아부지랑 쌈하지말고 사이좋게 나눠 잡수시쇼.....전화 끊으요...담에 또 갈께요..."
그치만 난 다 안다..
울 부모님 내가 넣어준 돈으로 내가 주문한거 하나두 안할것으로...
또 장농 깊숙히 넣어두시겠지....
다음에 내가 주문한거 준비해서 다시 가봐야지....
다짐을 해본다.
신문지를 한보따리 준비해두었다.
내일 날이 밝으면 차속을 닦아내야한다는 남편의 지시로인하여...
앞으로 일주일정도는 신문지로 스며들어있는 물끼를 닦아내야한단다.
남편이 종이공장다닌걸 다행으로 여긴다..
신문지는 많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