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산과 바다로...
주위의 모두가 들떠있다.
몇몇은 이미 다녀온 사람들도 있고 몇몇은 또 준비중이다.
7 얼 28 일...
딸과 둘이서 휴가 계획을 세워 놓고는
착착 준비를 해 둔다.
어차피 있는 관광 상품권으로 숙박은 해결할수 있고
때거리야 간단한것이고.
남편의 동의만이 필수인데 그것또한 우리 둘은 자신이 있었다.
어디로 가나 부터
몇일을 있다오나 까지 딸과 나는 머리 맞대고 철저히 준비를 해 두었는데...
복병은 생각지도 않은 곳에 숨어 있었다.
초롱이의 생각지 않은 산고가 시작이 된것이다.
7 월 말경이나 되야 새끼를 낳으리라는 확실한 교과서적인 계산이 있었는데
우쩌자고..
출발을 계획한 바로 전날 덜컥 세마리의 새끼를 낳아놓은 것이다.
숨소리한번 없이 세시간 간격으로 수놈 한마리와 암놈 두마리를
그렇게 낳아놓으니 딸과의 준비된 휴가계획은 공수표로 날라가 버린다.
말못하는 짐승이라지만
미역국도 끓여줘야 되고 도둑고양이에게서도 지켜도 줘야되고
몸푼 산모를 놔두고 철없이 휴가랍시고 떠날수는 없었다.
2 박 3 일의 일정이 제대로 잡혀있었는데...
휴가를 갔다오면 새끼를 받을수 있으리라는 우리의 기대는 몽땅 져버리고
새끼를 받느라 날밤을 꼬박 세운 나는 바다고 산이고 간에
꿈굴 겨를도 없이 신 새벽부터 미역국을 끓여대야 했다.
그렇게 출발의 날은 지나고.
어느정도 새끼들과 에미의 뒤치닥거리를 끝내놓으니
떠나지 못한 아쉬움이 한켠에 남는다.
오두마니 남편과 딸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니
남편은 안도의 빛이 보이고 딸아이는 아쉬움의 눈빛이 보인다.
여름의 초입부터 우리모녀는 남편과 아빠를 졸라댔었다.
동해안이던 서해안이던...
계획한번 잡아보자고.
그런 우리의 바램에도 남편은 심드렁해 했었으니
남편에게 초롱이의 산기는 반가웠으리라.
엊그제 저녁은 유난히도 더운거 같아
돗자리와 모기향을 챙겨서는 옥상으로 피서를 갔다.
하루종일 받은 햇볕으로 인해 돗자리를 깔고 누운 등허리가
너무도 따뜻하고 바깥의 밤 바람은 후즐근히 쏟았던 땀 방울을 식혀준다.
살폿이 잠이 들었나보다.
누군가 흔들어 깨우기에 눈을 뜨니 가로등 불빛사이로 남편의 얼굴이 보인다.
비몽사몽 남편의 손에 붙들리어 옥상 계단을 내려오는데
왜 그리 아쉬움이 남던지...
아직은 귀조차 뜨지 않은 젖먹이 어린새끼들이 있어서
마음대로 움직일수도 없다는걸 잘 알면서도
조금씩 가고 있는 여름이 아쉽다.
그래도 매년 며칠씩은 다녀오고 했었는데...
장농위에 올려있는 텐트를 보며 난 남편에게 말을 한다.
" 여보야 나 옥상에다 텐트 쳐주라 "
가만 옆에서 듣고 있던 딸아이도 박수를 쳐대며
" 아빠 그렇게 해 주세요. 그럼 우리 옥상에서 고기도 구어먹고
밥도 해 먹고 잠도 잘께요 "
뜨악한 표정의 남편...
아무말없이 우리 모녀를 바라본다.
그 표정이...뭐랄까?
표현키 어려운 묘한 표정으로 한참을 바라보더니
" 니네들 지금 시위하냐? "
그냥 날도 덥고 하여 피서 분위기라도 내 보자고 말한것인데
무슨 시위 씩이나...
하긴 남편의 귀에는 그리 들릴수도 있었겠다 싶긴 하다.
올해 못간 휴가 내년에 가면 되는것이고
내년에 못가면 후년에 가면 되는것이지만...
여름만 되면 어디로 못가서 발광나는 나도 참 철없는 마누라다 싶긴하다.
오늘 날씨도 바람한점 없이 푹푹 삶고 있다.
그래도 더위는 곧 가을로 밀려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