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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한국 영화 점검! 점검! 점검! (1)


BY mbc2002 2002-07-23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주성치 감독이나 오우삼 감독은 한국영화에 대해 “정말 놀랍다. 놀라운 발전이다. 톡톡튀는 아이디어 공장같다” 는 말을 했다. 한국영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작년부터 활기를 띤 한국영화의 거센 바람은 관객들의 열띤 호응과 열렬한 반응에 힘입어 올해에도 어김없이 좋은 결과를 냈고, 지금 이 시간에도 내고 있다. 이런 좋은 반응에 놀란 한 해외직배사 직원은 ‘한국영화 이젠 무섭다. 그 끝은 어디일까?’ 라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영화들이 다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성공한 영화들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실패한 영화들도 있다. 그러나 문제 될 건 없다. 국내에서 실패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으니까. 왜냐하면 국내에서 실패한 영화들 대부분이 해외에서는 높은 성과를 이뤘으니까. 성공한 영화들에겐 박수를 그리고 실패한 영화들에겐 심심한 위로를 전하면서, ‘무한한 아이디어의 공장인 한국영화, 세계영화시장에서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는 한국영화’, 눈 부시도록 성장한 아니 성장하고 있는 놀라운 한국영화들의 위력에 새삼 감탄을 하면서, 상반기 한국영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1. 일단, 벗고 보자. (단, 노출이 심각하면 위험할 수도 있음).

<결혼은, 미친짓이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영화의 성공이 자신 때문임을 직감한 엄정화 “저 여러분들 때문에 행복해요, 여러분 사랑해요,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생활의 발견> ‘Tell me, Tell me’
영화의 성공에 이어 두 여배우의 신경전이 이어졌는데, 이를 본 영화관계자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예지원의 놀라운 실력발휘냐, 추상미의 노출수위냐”

<마고> ‘대화가 필요해’
영화에 출연한 배우 중 한명이 “많은 관객들이 보고 영화에 대해서 토론했으면 좋겠어요” 라는 말이 끝나자 마자, 결국 토론이 진행됐는데 “왜 이렇게 파리만 날리지?”

80~90년대를 주름잡던 <애마부인> 시대는 간 걸까? 요즘은 영화에서 마구잡이의 섹스는 요하지 않는다. 적당히 가릴 건 가리고, 보여줄 건 보여준다. 노출수위는 보일 듯, 말 듯. <결혼은, 미친짓이다>의 엄정화는 특유의 섹시함을 주무기로 내세우면서 영화전부터 ‘실제 섹스를 했느니, 다리에 점을 볼 수 있느니, 가슴의 크기는 어느 정도니’ 하는 궁금증들을 유발했다. 그 결과 뭇 남성들의 연인이던 엄정화를 놓치면 얘깃거리가 없었던 이들은 극장가에 ‘엄정화 신드롬’ 까지 만들면서 기웃기웃. 그렇게 해서 모인 관객들이 자그마치 전국 100만명을 훌쩍 넘는 수치다. 또한 엄정화 못지 않게 애정행각을 펼친 두 여인 예지원, 추상미, 예지원의 육탄공세는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바. 그러나 더 알 필요가 없어진 관객들의 발을 잡았던 건 다름 아닌 추상미. 처음은 아니지만 ‘실제 가슴이냐? 아니냐?’의 논란으로 한동안 극장가를 휘어잡았던 인물이다. 이유인 즉, 전작에 출연한 <세이 예스> 때보다도 훨씬 커진 가슴에 여자들은 부러움 반 질투심 반에, 남자들은 마냥 신기함과 기쁨을 이유로 세간에 화제 아닌 화제를 몰고 다녔다. 자신의 가슴인지 아닌지는 본인 밖에는 모르는 일이지만. 물론 두 영화가 잘 됐다고 해서 ‘벗으면 다 되는구나’ 하는 착각은 버려야겠다. <마고>는 당초 825명이라는 국내영화사상 대규모 인원들이 홀딱, 그것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서 모두 벗었지만 너무 벗어도 안 되는 모양이다. 아니면 과감한 섹스신이 등장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하여간 영화관계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들 때문에 잠시 혼란에 빠져있다고 한다. “도대체 벗기란 말이야, 벗기지 말란 말이야. 아니면 하란 말이야, 하지 말란 말이야”

2. 여자들이 뭉치면 큰일을 한다. (단, 집안이 넘어갈 수도 있음).

<아프리카> ‘변명’
자신들의 노력에 비해 영화가 별 성과를 얻지 못하자 각자 한 마디씩 하면서. “노래방이 문제야, '잘못된 만남'만 불렀더니…”, “그것도 변명이라고, 야 난 ‘잘가’만 불렀잖아”

<울랄라 씨스터즈> ‘타타타’
유독 여성들의 영화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자 맏언니 이미숙이, “누굴 탓해, 여자로 태어난게 잘못이지”

<일단 뛰어!> ’지금 이대로’
영화가 잘 돼서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네 배우들, “이대로 시간이 멈춰졌으면…”

<해적, 디스코왕 되다> ‘Q’
뚜렷한 스타가 없는 상황에서 흥행을 잇고 있는 자신들을 보며 믿기지 않는 듯, “이것이 정말 우리가 일궈낸 일들입니까? 이것이 진정 사실입니까?”

옛말에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다. 왜 여자일까? 그건 필자도 모르지만, 어쨌든 근거가 있으니까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깨닫게 된 걸까? 진작 알았다면. 국내영화 관객들 중 남녀의 비율은 4:6 혹은 3:7정도. 게다가 주도권은 언제나 여자쪽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여자들한테 선택할 권리가 있는데 같은 여자들의 모습들을 보고 싶을까? 늘씬한 남자들의 모습을 보고 싶겠지. 하여간, 이들 덕분에 극장가의 '여성영화(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들은 그야말로 파리만 날리는 신세가 됐다. <아프리카>는 며칠만에, 그나마 선전한 <울랄라 씨스터즈>도 2주만에 극장에서 간판을 내리는 신세가 됐다. 이럴수가!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반면 남성들이 주도한 영화들은 극장가에 활개를 치며 선전을 했다. 송승헌, 권상우, 김영준, 이범수가 버틴 <일단 뛰어!>는 메이킹 필름에서부터 송승헌과 권상우의 알몸 공세를 펼친 덕인지 소녀팬들을 밤잠 설치게 만들었고, 김영준과 이범수의 코믹 캐릭터는 많은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일을 하기도. 또한 2002 한일 월드컵 기간 중 선전한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이정진, 임창정, 양동근 트로이카는 ‘월드컵’ 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첫주에 50만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배우들의 인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게했다. 역시 떠오르는 스타 이정진의 매끈한 몸매와 더불어 임창정과 양동근의 더블 콤비는 극장 안을 웃음바다로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상반기에는 남자(배우)들의 한판승이 됐지만, 하반기에는 여자(배우)들의 뒷심을 기대하며 한판 뒤집기 승부를 기다려본다.

3. 이거 블록버스터 맞습니까? 믿어도 됩니까? (단, 흥행가능성은 아무도 모름)

<예스터데이> ‘몰라’
극장을 나오면서 한마디씩 주고 받는 관객들, “도대체 뭘 말하는 거지?”, “몰라? 몰라!”

<2009 로스트 메모리즈> ‘NO.1’
영화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알고보니 그 원동력은 장동건과 나카무라 토오루에 반해버린 팬들, 극장을 나서면서 “내용은 어찌됐건 상관없어, 그들은 역시 NO. 1”

예전과 다르게 언제부턴가 ‘블록버스터’ 라는 말은 극장가에 흔하게 들리곤 한다. 조금만 대규모로 진행되면 모두다 ‘블록버스터’다. 사실 그 어원을 찾아보면 관객 100만을 넘길만한 영화를 보고 얘기들 하곤 했었는데, 요즘은 그 말이 모호하다. 그래, 좋다. ‘블록버스터’ 대규모로 물량공세를 펼쳤으니까 ‘블록버스터’ 란 말도 쓸 수 있겠다. 그러나 ‘블록버스터’ 라고 다 같은 블록버스터 일 순 없다. 게중에도 정말 말 뿐인 블록버스터들이 있으니까. 실로 재생가능성은 0%. 소생할 순 없다. 상반기 영화 중 최고의 제작비를 자랑한 영화는 <예스터데이>다. 그야말로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을 금액인 100억원. 놀라운 금액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영화가 되버렸다. 알 수 없는 줄거리와 대사들, 화면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어느새 바보가 돼 버린다. 무슨 말을 한 거지? 모두 다 물고기가 되어 버려서 더 이상 응시할 수 조차 없게 되버렸다. 괜한 과대포장으로 관객들을 놀린 셈이다. 올초 국내 첫 ‘블록버스터’ 라고 떠벌리고 다닌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역시 매한가지다. 괜한 애국심만 일깨우려다 결국 영화는 아무것도 전해주지 못하고, 어설픈 감동 전달에만 치우쳐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 버렸다. 관객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아직도 국외의 ‘블록버스터’에 눈을 돌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은 결코 관객들의 잘못이 아님을 또다시 증명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4. 새로운 장르의 시도는 금물! (단, 흥행도 무시 못함)

<복수는 나의 것> ‘시간이 흐른 뒤’
언론과 관객들의 평가가 서로 엇갈리면서, “혹시 나중에 <블레이드 러너> 처럼 저주받은 걸작에 선정되는거 아냐?”

<버스, 정류장> ‘언젠가는’
영화가 애매모호하고, 소화하기 어렵다고 말이 나오자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올겠죠”

<묻지마 패밀리> ‘아무것도 몰라요’
영화의 성공이 뭐냐는 질문에,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들도 혼란스러울 따름입니다.”

<재밌는 영화> ‘아무말도 아무것도’
상반기 최고의 흥행을 예상한 영화관계자들에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더니, “더 이상 아무말 않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아무것도 물어보지 말아주세요. 아무말도 아무것도…”

새로운 장르의 도입은 언제나 관객들을 혼란하게 만든다. 재미있을까? 재미없을까? 흥미로울까? 흥미롭지 않을까? 이런 저런 고민들을 한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기에는 상반기 새 장르의 영화들은 그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었던 듯. <공동경비구역 JSA>로 국내 극장가를 장악했던 박찬욱 감독이 야심차게 내놓은 <복수는 나의 것>은 간판을 올린지 몇 일 안돼 그 자취를 감췄다. 국내 최초로 ‘정통 하드보일드 무비’를 내놓았지만 관객들의 입맛을 평정하지는 못했다. 언론에서는 호평에 호평을 이으며 “또 한번 흥행감독 되겠네” 흥분했고, 제작사 역시 기대를 멈출 수 없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런 말이 생각난단다.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렸나?” 너무 잔인한 탓일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국내 관객들, 무섭고 잔인한 것은 멀리한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았지만 박감독을 이렇게 실망시킬 수가. 또한 남녀간의 사랑을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본 신예 이미연 감독의 <버스, 정류장> 역시 관객들의 외면을 피해갈 순 없었다. 눈물을 흘릴만한 장면도, 가슴이 뭉쿨한 장면도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던 듯. 꼭 울려야 멜로 영화가 되는건 아닌데. 여담이지만 박찬욱 감독과 이미연 감독은 잘못 선택한 영화의 소재에 한숨만 푹푹쉬게 되는 날들을 맞고 있다고. 새로운 시도를 실험(?)했던 대개의 영화들 중 성공한 것은 오직 한 편. 단편들을 묶어 대성공을 거둔 <묻지마 패밀리>를 제외한 영화들은 대부분 쓴 잔을 마셔야 했다. 그나마 선전한 것은 국내 최초로 선보인 패러디 영화 <재밌는 영화>. 역시 당초 대박을 예상했던 영화관계자들은 예상한 것보다 적은 수치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에 쓴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지만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새로운 장르의 영화가 모두 실패한건 아니니까. 다만 코믹쪽을 선호하는 관객들의 입맛을 잘 몰랐던 것뿐. 영화를 보면서까지 신세 한탄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이를 상기한다면 하반기 영화들은 어느정도 감은 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