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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세에 전재산 2000만 원에 사회생활도 많이 해보지 않은 백수 며느리 또는 사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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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79

물에 말은 밥


BY 아리 2002-07-22


수안보로 이박삼일 잠시 모임에서

여행을 다녀왔다



저녁으로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아

한정식을 먹는데

밥을 먹는 중간에

숭늉이라 하여

뽀얗고 흰 숭늉을 커다란 양푼 만한 사기 그릇에

가져다 놓는다 ..

그 숭늉인지 누른 밥인지를 저마다 다투며

자기 앞에 당겨 한 공기씩 퍼놓으며 한소리 씩한다 ..

60~70년대 초반까지 우리는 거의 누구나 가난을 경험했다는 ...


그 누른 밥도 마음 놓고 먹지 못했다는 ...


그 중 어느 한 분이 이렇게 말씀 하신다 ..

사위자랑은 장모라고

처갓집에 처음 인사 갔을때 ..

그 큰 주발에 밥을 고봉으로 담아주시고 ..

다 먹으라는 데

먹어도 먹어도 ..밥이 줄지 않는데 ..

가까스로

얼마간이 남았는데 ..

장모님이 대뜸 숭늉을 부어 주더라는 것이다 ..

이름하여 사내대장부가 고봉밥 한그릇 비워내지 못하면

내딸 내어 줄수 없다는 숨은 싸인이 숨어 있었다는데...


그래서 갑자기 생각난 이야기

내가 어릴때만 해도

정말 가난이 곡기를 잇기가 어려워

강원도 산골에서는 온종일 감자를 깍고

옥수수와 감자를 주식으로 밥을 먹던 시절이었다 ..

책에서 읽은 건지 아님 어디서 줏어 들은 건지

재미가 있다고 하면 재미가 있고

가슴이 아리다면 아린...그 이야기 한토막 ..


아주 가난한 집에 ..

손님이 왔다 .

예전에는 물질이 먹을 것이 넉넉치는 않았지만 ..

찬이 없는 밥이라도

손님이 오시면 뜨끈 뜨끈 하게 밥을 갓지어

손님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던 시절이 아닌가 ..

밥을 구경 하기가 어렵던 그 시절에

어린 아이는 손님이 오는 것이 무척

행복한 일이었다

어머님은 손님을 드리기 위한 밥을 지어내고

아이는 밥을 간만에 구경을 하고 ..

간신히 한 그릇이 되게 밥을 지어서

정성스레 차린 밥을

손님상에 내어 놓으면

손님은 예의상

밥을 반이 조금 못되게

남겨 놓곤 했다 ..그것이 양반의 ..겉모습이라고 해야하나

배가 고파도 덜 고픈 듯 ..

더 먹고 싶어도 아닌듯 ..

손님은 밥을 맛나게 먹기 시작하고

아이는 먼 발치에서

침을 뚝 뚝 흘리며

손님이 밥을 남기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손님 목에 밥넘어가는 ...것을 넋놓고 바라보며 ...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지만

손님은 좀처럼 수저를 놓지 않는다 ....


드디어 ..

그 밥이 반이 넘게 줄고 ..1/4이 정도 남았을때 ..

아이는 기다림의 한계를 느끼고 ..침을 꿀떡 목젓으로 넘긴다 ..

아뿔사 ..

손님이

그 남은 밥에 ..

숭늉을 붓는 것이다 ...

아고 !!@@@


아이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

(남은 밥을 먹을 꿈을 접어야 했으니 ..얼마나 그리던 밥인데 ..)

아이의 어머니는 ..

아주 여린 소리로

"아가 ..점잖은 손님은 물에 말은 밥도 남긴단다 ...<<<<<"


손님은 아무런 소리 없이 수저를 놓았다는 이야기다 ..


어제 저녁을 먹으며

이제 모든 것이 풍요로와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는 돈이 20조를 운운하는 시대로 왔다는 ...

만감이 교차하는 시점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

아침 식사로 제공하는 ..

식판에서도 ..

남긴 밥이 반을 넘고 있었으니 ..


나도 어린 시절

밖에서 돈을 벌어 오시는 아버지 밥상에는

남다른 반찬이 두어가지 더 추가 되는 이유로

슬그머니 저녁을 늦게 먹겠다고 우기거나

아버지가 돌아오셔서 드시는 밥상앞에서

아버지께서 남겨주시는 그 밥을 먹겠다고

밥상 앞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버지 저녁 드시는 모습만을

바라보던 바로 그 시절이 있었으니 ..

계란찜이나 생선 한 토막을 ..한점 더 얻어 먹기 위해서 ...

아버지는 늘

어린 나를 위하여

일찍 수저를 놓으셔야 했다 ..

아무 것도 모르고 다투어 앉아

그 남겨주신 밥을 먹어대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