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 3학년때 일입니다.
당시 '체력장'이라고 여러가지 종목으로 점수를 따서 급수를 메겼는데,특급, 1급, 2급, 3급 뭐 그런식으로 하지 않았나 기억합니다.
학년 전체 인원이 400명이라면 380명 정도가 특급을 따고 나머지가 1급을 땄던것으로 기억하는데...
운동이라곤 젬병이고,
당시,
별나게 운동을 싫어해서 친구들과 학교 잔디밭 그늘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학교방송으로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며 그당시로서는 꽤나
심오한(?) 얘기들을 주고 받으며 인생이다, 책속의 주인공 촌평이다로
시간을 보냈지요.
체력장 기간에는 아이들도 그 즐거운 대화를 못하고 쉬는 시간 짬짬이
복도에서는 '왕복달리기' '앞으로 굽히기''윗몸일으키기'따위를 하고
운동장에서는 철봉에 '매달리기' '100m달리기'등을 하며 [특급]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겠죠.
당시 꽤나 갸날픈 몸(ㅋㅋ)이었던 저는 친구들이 연습하자고 해도,
그게 싫어서 괜히 아픈척, 할 일이 있는척 하면서 탱자돌이를 했답니다.
연합고사에서 체력장 급수 [특급]이면 20점 만점이었는데,
1점이라도 더 따려고 목숨걸듯 열심들이었죠.
그때 울 담임선생님은 40대 후반쯤 남자 물상 선생님이셨는데,
별명이 '하마'였어요.
커다란 몸집과 배, 수업시간에 열강을 하시느라 연신 흘러나오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가며, 수업을 하시는데, 여학생들은 좀 수학이다 과학에 왜 약한 편이었죠...담임과목이라 어쩔 수 없이 좀 더 열심히 하는 수 밖에요....
'하마'선생님은 우리반에는 체력장에서 한명이라도 [특급]을 따지 않으면 안된다고 누누히 조,종례시간에 강조를 하시고, 그것도 모자라
쉬는 시간, 방과 후에도 반 아이들을 남게 해서 지도를 하셨죠.
에고....
이 핑게, 저 핑게를 대며 빠져나가던 저도 드디어는 선생님의 사정권안으로 들어오게 된겁니다.
어떤 핑게도 통하지 않고 (어쩜 제 속을 빤히 들여다 보신것 같아요), 유독 저만 지목하셔서 100m 달리기를 할때는 뒤에서 같이 뛰시며,
"지교야, 제발 뛰어라, 걷지 말고 뛰어..!!"하고 소릴 지르셨는데,
그러면 반아이들은 뒤로 넘어가며 웃곤 했지요.
제게 최대의 장애물이었던 '매달리기'에서는 아무리 해도 팔힘이 모자라 20초이던가 30초이던가 하는 시간을 못채우고 2~3초에서 땡하고 떨어지는 겁니다..
선생님은 일부러 물통을 제 발밑에 가져다 놓으시고 '떨어지면 다 젖는다'
하시며 시계를 들여다 보시고, 전 저대로 매달린게 아니라 철봉에서
팔을 쭉 뻗고 다리는 물에 안 닿으려고 잔뜩 오므린채 "물통좀 치워주세요..!!"하고 사정을 하고 친구들은 재밌어 웃고 난리도 아니었죠..
에구...
말하면 뭐하겠어요.
오래달리기다, 왕복달리기다, 윗몸일으키기다...모두 저에게 험난하고도 힘든 종목이었답니다.
매일을 그렇게 거의 한달쯤 하고 나니까 신기하게도 거의 [특급]을
맞을 수 있는 기록에 가까워지는거에요...
담임선생님의 피땀나는(ㅎㅎㅎ)지도 덕분이었겠죠?
어찌됐건 전 드디어 남들은 힘안들이고 거뜬히 따내는 [특급]이라는 급수를 따게 되었죠..지금 생각해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기록하시는 선생님들이 조금씩 봐 주신걸로 기억하지만....
그런데, 지금 제 달리기 실력은 그런대로 괜찮답니다.
그때 날고 뛰던 제 친구들은 지금 다 뒤로 뛰는 수준인데, 전 그래도
앞으로 뛴다는 소리는 듣거든요..ㅎㅎㅎ
괜한 소리가 아니라, 자세까지 좋다고 하던데요...ㅎㅎㅎ
오늘,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넘치는 선생님들이 많지만 갑자기 그 선생님을 기억하는 것은,
며칠전 우리아이 운동회날 자모달리기를 했다는데, (전 직장관계로 참석못했답니다.) 그 달리기에서 뛰다가 넘어져 무릎이랑 팔꿈치에 커다란 상처를 달고서 찾아온 아이친구엄마를 보았기 때문이랍니다.
제가 나갔다면 아마, 눈썹을 휘날리며, 발이 안보였을거라나요?ㅎㅎㅎ
스승은 없고 선생만 있다는 요즘의 교육풍토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많지만 우리 옛날 고마웠던 선생님을 기억하며, 연락이 된다면 감사의 전화라도 한번 드리는게 어떨까요?
지란지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