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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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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


BY 은빛여우 2002-07-10


딸아이 유치원 통학버스에 태워 보낸뒤
집에 돌아와 작은아이 우유 먹이며 맥놓고
앉아있는데 요란스레 전화벨이 울린다

- 나아... 이사 잘 했지? 아픈데는 없구~

- 어...ㅁㅁ이구나~ 잘 지냈지? 장가간다구
전화한겨.....?

대학동기 아니 그보다는 훨씬 더 가깝고
절친한 내 남자친구다
나이는 한살 많지만 내게서 한번도 연장자(?)의
예우를 받아보지 못한,
내게 당구며 오락실 게임이며 퀸의 보헤미안
렙소디를 알게해준 친구이며,
같은과 여학생들의 연모의 대상이었고
열병처럼 앓았던 첫사랑의 아픔에 눈물흘리도록
어깨를 내어주던 ......
공공장소 화장실 앞에서 들어가는 입구가
달라 그제사 서로가 이성임을 깨닫게되곤하던
친구였다.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흰 연기가 오르는 담배를
들고 우수에 가득한 눈으로 멍하니 창밖을 내다
보는 그 바닥에는 평범하지 않았던 어린시절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아는 이도 나였으며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나이가 된것을
축하했다며 혀가 꼬부라진 음성으로 전화를 걸어와
한새벽에 아빠 몰래 차를 가지고 나가 집까지 데려다
주었던것도 나였었다

유난히 여자동기보다 남자친구들이 많았던 내게
그친구는 특히 유난했다
남자와 여자가 우정이 존재하느냐 마느냐 하는
논쟁은 의미없는 것이었고 우리는 지난 십수년을
손끝의 짜릿함도 이성의 설레임도 없이 그저 서로를
걱정하고 염려하며 그렇게 지내왔다

내가 지금의 신랑을 만나 제일먼저 소개시켜준 이도
그 친구였고 서로 소개받던 그날로 두남자 의기투합
나 집에 들여보내놓고 인천시내를 배회하며 두남자
주머니에 동전까지 떨어지도록 술을 마셨단다

좋은 친구였던것이 고마와서......
좋은 남자인것이 고마와서.......


결혼후에도 가끔씩 찾아와 식사도 하고
만나서 쌓인 이야기 나누며 언제나 그렇듯
나만 왕따 시키고 우리 신랑과 나를 안주삼아
긴밤을 새우거나 가끔 전화로 안부를 전해온다


자기 속 어느구석에 아버지와 같은 잔인함이 숨어있을지
몰라서 결혼을 안한다는 친구......


오랫만에 걸려온 내 남자친구의 전화가 지난시절
훌쩍 지나가버린 내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한동안 긴 상념에 빠져들게 한다


ㅁㅁ야, 네가 지난 십수년동안 내게 보여준 인내와
성실과 정성을 보면 네가 아주 훌륭한 남편이자
아버지가 될수있다고 나는 믿는데......

이제 너의 아버지도 돌아가셨으니 그만 아버지의
망령에서 벗어나 네 자신을 찾아보는게 어떻겠니......


또 하루 우리 딸이 좋아하는 프라이드치킨 가득
양손에 들고 그렇게 우리집을 찾아주렴~~~~
안그래도 울신랑 너 보고 싶다더라
아마도 내가 안주로 상에 오를때가 되었나보다...ㅎㅎ


너의 행복이 가득한 얼굴을 보고싶다
그 하얀 얼굴에 옴푹 패인 보조개도 보구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