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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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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40


BY 후리지아 2002-07-03

담장이 높은 다른 집들과는 달리 어느 한집은 담장을 헐고 낮은
울타리를 만들어놓았습니다. 골목을 지나다닐 때 마다 그 집안을
들여다 보는 습관이 생겼지요. 저 집 안주인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일까...아마 사랑이 많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른봄부터, 야생화를 심어 놓은 넓지 않은 화단에는 늘 꽃들이
웃고 있었습니다. 무성하게 분홍꽃을 달고 있던 노루귀가 지더니
원추리가 피기 시작했고...지금은 능소화가 구릉을 이루고 피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능소화는 그자리에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웃음을 선사 할 것입니다.

오랫만에 저의 일상을 접어놓고, 아름다운 곳을 다녀왔습니다.
세상의 걱정거리라고는 한가지도 없을것 같은 그곳을 가면...
늘 제 생활이 감사해지는 겸손함을 느끼곤 합니다.

제 인척중에 한분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세상에 뭐하는 짓이니, 그런다고 지금 너 사는
생활이 바뀌기라도 한다니, 야! 봉사도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지, 살기 바쁜 사람들은 그런것 하면 욕먹는다 욕먹어."
어쩌면 그분 말씀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보면 웃을 일이지요...그렇지만 전 그 일을 하고싶습니다.
그들에 비하면 전 누리고 사는것이 참 많기 때문입니다.

당뇨가 심해 합병증이 와서, 눈도 보이지 않게 되었고, 근육도
마비되었고, 모든 기능이 떨어져 소변줄을 달고 누워만 계시던
분이 계셨는데, 보이시질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어딜 가셨는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기에...
잠시 그분을 위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럴줄 알았으면 힘들어도 자주 들여다 봤어야 하는건데...

사는것이 바쁘다는 핑계로...바지가랑이를 잡고 매달리는 아이들을
남겨두고, 비탈길을 내려오는데...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이렇게 사는건 아닌데...이렇게 살아서는 안돼는 것인데...

생각해보니 제가 가진것을 나누어주는 봉사를 하러 갔던것이
아니라...지금 힘든 삶을 위로받기 위해서 간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이 들어 한참을 힘들었습니다.
빨래를 건성으로 돌린것 같고, 청소도 건성으로 하고 돌아오는
것은 아닌가 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버스 앞자리에서 어린 아들과 젊은 어머니가 열심히 손짓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농아였습니다. 농아학교를 다녀오는 길인 모양입니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쉬지않고 질문을 했고, 아이는 더듬거리며
수화로 대답을 합니다. 어머니는 비장애인임에도 자식을 위해
수화를 배우신 모양입니다. 보청기를 낀 여리디여린 귀가 보입니다.
어머니 입을 바라보며 소리나는 쪽으로 귀를 쫑긋새워 듣곤 합니다.
길지않은 거리를 달리는 버스안에서...목울대가 아파왔습니다.

정상으로 눈부실만큼 아름답게 자라주는 딸들이 늘 못마땅하다고
투정을 부렸으니...오늘도 부끄러움을 하나 더하여 배우고 왔습니다.

"엄마! 들에 나갔는데요, 계란후라이처럼 생긴 꽃이 많이 피여
있었어요. 친구들이 꽃이름을 묻길래, 응, 계란꽃이야, 했는데
엄마 그거 계란꽃 아니죠?"
들어보니 요즘 들에 한창으로 피여있는 개망초꽃을 이야기 하는것
같았습니다. 전 설명을 해주며...개망초꽃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이처럼 건강하고 바른 정신을 가지고 사는 자식을 제게 주셨는데도
전 부족한것이 많다고 투정을 부리는 어린애처럼 심술을 부리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살고있는 지금의 삶을 다시한번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비장애인이면서, 장애인처럼 살지는 않았는지...
장애인을 보며 내가 정상인이라는 것을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지...

산다는 것은...
우리는 매일 반성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