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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편지와 그리고....


BY 동해바다 2001-05-09

오늘 오후....
하얀 봉투를 편지함에서 꺼냈습니다.
아들로부터 온 편지......

중 3인 아들 녀석이 아마 어버이날이라 학교에서 쓴 것인가 봅니다.
이곳에 우리 아이들의 편지를 간간히 올려 감동을 많이 받았는데요
저 또한 올려 보렵니다.

자꾸 열어보고 읽어야 할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편지는 자주 봐 지지 않으니깐.......
많은 걸 뉘우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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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이제 뜨거운 태양볕이 우리집 앞마당까지 찾아 온 때에
이 아들이 이렇게 편지 올립니다.

주위를 둘러 보니 이제 진짜 여름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산과 들의 푸른 물결과 따사로운 햇빛, 구름한점 없는 푸른 하늘을 보면 알수 있지요.

2001년도 벌써 반이 지나 갔습니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시간은 매우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아요.
아니죠. 시간을 얼마나 보람차고 알차게 보내냐에 따라 시간이 느리게도 가고 빠르게도 가는거겠죠.

항상 가까이서 보는 두분이시지만 그 속마음까지 알기엔 제가 아직 완전히 여물지가 않은것 같네요.

이제 5월이에요. 시험도 방금 끝났습니다.
저희가 공부와 씨름하고 있을때 항상 지켜보아 주시던 부모님께도 시험은 매우 긴장된 시간일거라 알고 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많은 걱정 끼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험도 그럭저럭 보았어요. 매번 시험을 볼때마다 그저 그렇게 보았다고 얼버무리면 부모님 마음도 애탄다는 것을 느낍니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 자랑스럽게 내 보이는 제가 되겠습니다.

요즘 거실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어머님의 모습이 자주 비추어집니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지요.

언젠가 저는 친구들에게 어머니께서 예전에 그리셨던 여배우 초상화나 맥아더 장군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자랑했던 적이 있었어요. 친구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는 듯 탄성을 자아 냈었고, 그 순간 저는 어머니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최근에 그리셨던 브래드피트나 GOD의 대니그림을 보면 매우 흡족하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좋지 않은 모습도 간간히 비추어져서 참 난감합니다. 학교 공부에 지쳐 집으로 돌아 왔을때, 그림을 그리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닌 컴퓨터 앞에서 채팅하시는 모습을 뵈면 좀 좋지 않습니다. 어머니께서 컴퓨터 하시는 걸 뭐라 하는게 아니라 집에 왔을때 저를 반겨주지 않으니까 하는 말입니다. 그래도 저는 어머니의 아들이며 제가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잊지 말았으면 해요.

그리고 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무척이나 존경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예전에 시내에서 덩치 큰 어른들이 아버지께 "형님" 하실때면 괜히 우쭐거리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버지를 알아 보시고, 아버지께 웃어른 대우를 해주는 모습에서 저는 아버지에 대한 자랑, 자부심, 그리고 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행복했죠.

하지만 어느샌가 그러한 생각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술에 취해 걸어 오시는 모습, 집안에서 해로운 담배를 피우시는 모습, 어머니와 다투시는 모습....그런 것 때문이죠.

무엇보다도 매일 술과 함께 하루를 살아 가시는 아버지 모습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아버지께서 혹시나 병에 걸리신 것은 아닐까 하는 기막힌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제발 술을 좀 자제하시면서 드셔요.

어제 아버지께서 술에 취해 소파에 앉아 주무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정말로 슬펐습니다. 어릴적 그렇게 멋지게 보였던 아버지가 어찌 이렇게 되셨나 하며 스스로 한탄했습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저의 가족과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를 보고 계시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런 저런 말을 하다보니 이렇게 많이 쓰게 되었네요. 아무쪼록 저의 작은 소망 지켜 주실거라 믿고 저도 열심히 하는 아들이 되겠습니다.

앞으로 두분께서는 항상 가까이 하시고 서로 존중하며 사랑하는 부부가 되셨으면 합니다. 저의 소원입니다.

그럼 아들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항상 화목한 가족을 만들기를 바라면서 우리 가족에게 화이팅을 외쳐 봅니다.

2001. 5. 사랑하는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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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죠.....
마음에 담고 있었던 걸 편지에다 풀었나 봅니다.
술을 너무나 좋아하는 신랑땜에 다툼이 많거든요.

아들의 편지를 읽으면서 해이해진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집에 돌아온 아들에게 등을 보이면서 '왔니'하는 걸로 끝냈던 저의 모습이 너무나 창피하군요.

자식들에게 보여 주어야 할 부모들의 본보기가 너무나 잘못 된것 같아
많은걸 뉘우쳐 봅니다.

조금 더 따스하게
우리아들을 껴안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