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지고 마당 가득 땅거미가 내려 앉으면서 촉촉한 비는 끈적이던 하루를 달래듯 내렸다. 톡!톡!톡!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꽃망울 터트리듯 귓전을 때리고, 살포시 내리는 빗줄기는 엄마의 품인양 포근하다. 반공일이라지만, 아침부터 고된 노동이 시작되어 결국에는 몸살기로 마무리 되고 말았다. 60평 남짓 단독 주택! 지어진지 10年이 휜씰 넘었건만, 주차용도의 마당을 불법으로 사용했다하여 지금에서야 구청의 벌과금 딱지가 날아 왔단다. 재개발이 확정된 지금 이런 형식뿐인 절차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대문을 황급히 뜯어내고 양기둥을 헐어내고 소형차 2대를 겨우 집어넣어 몇장의 사진을 찍기까지 하루해는 짧기만 했다. 시누네외, 동서내, 우리, 시댁...아이들만 고물고물 다섯! 햄머가 없는 관계로 드릴이 대동됐고, 시엄니 손에까지 망치가... 점심으로 냉면 7인분, 탕수육, 짜장면 몇그릇... 마당 한가득 돗자리 2장과 상 2개가 펼쳐지고, 14명의 대식구의 대장정...점심식사가 시작되었다. 짜장면과 냉면이 뱃속에서 곤두설 정도의 부산스러움... 일꾼들(식구들이지만^^) 미싯가루며 냉커피는 다방 마담마냥 내가 담당했고, 동서는 다섯아이의 보육사가 되었다. 사이사이 일주일치 색색갈별 와이셔츠를 다려내고, 몇일 남편의 출장으로 탄생된 빨래들을 서너차례, 세탁기는 군소리 한마디 없이 대견하게도 잘도 해냈다. 흙먼지 소복이 쌓인 방안 구석구석 몇차례 물거레질은 계속 되었고, 꼬재재 미아같은 계집아이 둘 씻기고 긴머리 드라이로 윙~윙~~ ...손이 엄청스리 많이가 머슴아들이 부럽단 생각을 했다.^^ 급기야 해질녘 몸살기가 도저왔다. 남편은 여지없이 어제도 축구를 핑계삼아 술독에 빠져 허우적~ 언제 들어왔는지 하루종일 잠만 붙잡고 통 사정하고, 나는 급기야 쇠망치질 무거운 머리와 제각기 흐들흐들 송곳으로 찌르듯이 아픈 살들이 너덜 거렸다. 솜이불 머리꼭대기까지 뒤집어 쓰고 덜덜덜~한참을 앓았다. 쌍화탕 한병만 데펴달라는 나의 숨죽인 소리에 남편 왈, "구찮게..." 돌아눕는다. 서른이 휠씬 넘은 여자는 주채할수 없는 서러움에 눈물과 콧물만... 부부란 뭘까? 적어도 서로 사랑하고 필요했기에 선택한건 아닐까... 해를 거듭할수록 서로에게 무관심해지게 되고, 처음 느낌과는 다르게 왜 변질되어만 하는지... 어느정도 몸살기가 해갈되어 추스리고 앉아 이불장 서랍 다소곳이 보관된 청실홍실을 꺼냈다. 붉은 종이에 가지런히 붉은 홍실이, 청색 종이에 가지런히 파란 청실이 가로 놓여 있었다. 부부중 임종시 이 청실홍실을 가져가면 다음생에 다시 부부의 연으로 맺어진다 한다더만... 결혼을 해서 사는 부부들중 이걸 몇이나 가져 가려는 가... 현생에서 ?센沮?부부의 연을 다음 생에까지 연장코져 기원하는 부부는 몇이나 될까... 늘상 먼저 "사랑해" 노래를 부르는 남편, 난 "무슨 이 나이에 얼어죽을 사랑타령이냐"라고 일침을 놓기 일쑤일 정도로 우리는 뒤바뀐 성격이다. 조금은 기분파고 다혈질인 나와 낮가림이 심한 남편! 분명 사랑해서 만났을 터이거늘... 가끔 이렇게 내가 혼자임을 인식 기켜줄때, 특히나 몸이 아플때 너무나 남같은 모습을 보게 될때, 정말이지 밉다. "청실 홍실?"...........Oh! No!남편들이여~! 노후에 등이라도 긁어주길 원이시면 있을때 잘하시길...02/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