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도금을 치뤘다.
중도금이라는 말이 조금은 거창하게도 들리지만
어쨌든 남편이름으로, 그리고 그 옆에 공동 명의
인으로 내이름이 오르게 되는 내 집을 장만하는데
중간 계산을 하게 된 날이다.
결혼 8년만에, 그리고 내 손으로 직접 살림을
시작한 분가한지 6년만에 일이다. 아직 특별하게
꼭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요즘 상황이
상황인지라 옮기려고 하는 집의 전세값에 이율싼
은행 대출 조금 보태면 내 집을 장만하는 적기라는
부동산 실무자의 조언(?)에 힘을 얻어 그예 사고를
치기로 했다. 고르고 up 시킨다면 한이 없겠지만
그래도 아이들 데리고 살아갈만한 적당한 아파트가
한채 급하게 나왔길래 덥썩 계약을 했고 그 중간에
중도금을 지불한 것이다.
이사는 내달 초에 예정이고 슬슬 짐을 정리를
해야 하는데 아무리 포장이사라고는 해도 내 손이
가야할곳은 다 가야 하는데 꼼짝하기 싫은 이
게으름은 아마도 내 그림자마냥 타고난 것이리라.
점심때 다되어 시장보러 나갔다 와서 냉장고부터
손을 댔다. 냉동실을 뒤져보니 먹을것도 별로 없는데
대충 한달분량은 쏟아져 나온다. 시린손 호호~ 불어가며
이것저것 골라내는데 웬 떡은 그리도많고 먹다 남은
삼겹살은 그리도 나오는지......
앗!!!
그런데 이게 웬 떡(?)아니 웬 고기람~
거짓말 보태 울 아들 머리통 크기는 됨직한
사태 덩어리가 젤 안쪽 한 구석에서 겨울잠 아니
냉동잠을 자고있었다.
맛나게 양념해서 재놨다가 푹 익혀 먹을 사태찜을
생각하니 갑자기 없던 기운이 막 용솟음을 친다.
여즉 살면서 남한테 싫은 소리 한번 안 하고 살아
가는 남편이 요즘 세상에 보기드믄 천사표이기에
그 남편 잘 거둬 먹이라는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며
냉장고 윗칸 냉동실에 머리 쳐박고 찾아낸 귀한
사태 덩어리 들고 큰소리로 외쳐 본다.
- 심 봤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