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편찮으십니다.
일주일쯤 전에
엄마를 모시고 삼성의료원엘 갔습니다.
이것저것 검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그리고 며칠 전 부처님오신날,
시어머니를 만나러 절에 갔다가 돌아온 오후,
오랜만에 열무김치를 담갔습니다.
열무김치를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아버지.
해마다 봄철이면 열무김치를 담가 드렸는데,
올해에는 직장엘 다니느라 한번도 담가드리지 못했거든요.
저녁 7시 무렵에 친정집에 도착하니,
저녁식사를 하고 계시더군요.
조그만 냄비에 김치찌개를 끓여 놓고
친정부모님 두 분이 나란히 식탁에 앉아
참으로 조용히 저녁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덩그라니 커다란 집에 노인네 두 분이 쓸쓸히 앉아
말없이 숟가락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장면이
너무 서글퍼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습니다.
한 달여를 앓고 계신 엄마는 밥알이 모래알 같다고
젓가락으로 밥알을 세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어제....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동생한테 전화를 받았습니다.
<엄마가 입원하셨대.... 어제....
원장님한테 검진받았는데, 상태가 안 좋다고
삼성의료원으로 가시라구....
엄마가 알리지 말라고 하셨대....
우리 걱정한다구.
나두 오늘 집으로 전화해서 알았어.
특히 언니는 일하구 살림하구...
괜히 바쁜 사람 귀찮게 한다구....
아버지는 언니가 어제는 바빴나 보다구
전화 안 한 거 보니....
집에 도착하거든 아버지한테 전화해....>
정신이 멍했습니다.
그럴 순 없잖아요.
엄마가 입원하셨는데.... 제가 까맣게 모르고 있다니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친정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아버지가 받으시더군요.
병원에는 엄마 혼자 계신다고 하더군요.
왜 알리지 않았냐고 따지는 저한테 아버지는,
<니 엄마 고집 있잖냐....
너 바쁜데 절대 알리지 말라더라.
언제 알아도 알게 될 텐데,
미리 알릴 필요 없다구...
의사가 아직은 뭐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구 하더라.
조직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구....>
병원에 혼자 누워 계시는 엄마 모습이 떠올라
밤새 눈물 흘렸습니다.
삼남매를 이만큼 키워놓고서도
엄마는 홀로 외로이 병실에 누워 계시는 겁니다.
막역한 불안과 싸우면서
아마도 밤새 한숨도 못 주무실 겁니다.
아.....
오늘 아침에 출근을 미루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 침대에 누워 엄마는 잠시 졸고 계시더군요.
저를 보자 반갑게 웃으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왔니? 뭐하러 왔어? 안 와도 되는데....>
엄마는 월요일에 조직검사를 받으러
수술실로 들어가실 예정입니다.
제발 별일 없기를....
별일 없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아니, 별일 아닐 겁니다.
틀림없이 별일이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