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 두개가 나란히 빠진 동그랗고 통통한 얼굴의 작은아이가
두손을 곱게 모으고는 "엄마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합니다.
약간은 겸연쩍은 듯 하지만, 귀엽기 그지없는 미소를 머금은채...
햇살이 눈부시게 투명한 하루가 또 그렇게 시작되나 봅니다.
아마도 요즘 학교에서는 예절교육을 시키고 있는 중인가봐요.
어제 저녁에도 아이는 두손을 모으고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하며
환하게 인사를 했거든요.
물기 머금은 솜처럼 아직은 이르는데로 흡수되어 버리는 듯한
아이의 순수한 구석이 참 예뻐 보입니다.
통통한 엉덩이를 토닥여 주면 부모된 기쁨을 알게 됩니다.
어제는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 가니 침대위에 연두색 색종이 한장이 놓여 있습니다.
무엇인가 들여다 보니 10살 난 큰 아이가
엄마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약속 한가지를 적어놓은 것이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부모님의 심부름을 잘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쓰여져 있더군요.
아마도 부모님의 싸인을 기다리는 중이었나 봅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이지만 부모님을 위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적어 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3학년 아이와 학습지를 함께 풀다가
km, m, cm,mm 등등의 단위를 익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것이 얼마만큼의 거리인지 가늠이 잘 안되는 듯 했지요.
30센티미터 자를 가져다 놓고 설명을 해 주기도 하고,
1m를 인식시켜주기 위해서 1m 간격으로 떨어져 서 보기도 합니다.
단위가 큰 km는 보통 100m달리기 하는 거리의 10배라고 설명을 해 줍니다.
막연히 수치만 암기하려고 하니 무척이나 어려웠나 봐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를 보듬어 주며
엄마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성질급한 아이는 삽시간에 풀어지지 않는 문제를 대할때면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합니다.
그럴때마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까 배우는 것이다.
배울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최면을 걸듯 아이에게 자꾸만 타이릅니다.
서울로 이사간 친구가 자신을 보러 온다며 한푼두푼 용돈을 모여
친구에게 줄 선물로 자그만 수첩하나를 포장하여 침대머리맡에 두고는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의 정스런 모습에서
엄마가 되어서 아이에게 제대로 다 헤아려주지 못하는 난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잠시 눈시울을 적시기도 합니다.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니?라고 묻는 엄마의 말에
"오늘은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이 두 시간이나 있다며 활짝 웃어보이는
천진스러운 아이의 얼굴에 묻어나는 맑음이
오늘의 날씨를 꼭 닮아 있습니다.
머지 않아 엄마보다는 친구가 좋고,
친구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이 좋은 그런 시간들이 올테지만,
영원하지 않을 지금의 이런 시간 조각들이 무척 소중하기만 합니다.
아직은 엄마에게 안아달라며 응석을 부리기도 하고,
엄마의 통통한 팔뚝만지는 일을 즐겨하는
조금은 개구장이인 녀석들의 자라남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흘러가 주어도 좋을 것 같다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도 해 봅니다.
퇴근하는 엄마에게 샴푸 냄새 폴폴 풍기며 스스로 샤워할만큼 자란 아이들의 키를
지금처럼 내려다 볼 시간은 결코 길지 않을 것입니다.
바쁘다는 핑계하에...
스스로 해야 한다는 핑계하에 ...
어린 아이들에게 모든 짐을 지워두진 않았는지
가끔씩이나마 나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같은 딸아이들과 나란히 걷고 있을 때
어디선가 불어와준 상큼한 바람을 함께 맞아들이고 있을 때
난 정말이지 엄마가 되길 참 잘한일이란 생각을 합니다.
아이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고민이 있는지, 무슨일이 아이를 즐겁게 하는지
좀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집니다.
햇살 닮은 웃음 자잘히 부서지는 아침이면
미처 해주지 못하는 엄마의 미안함으로 마음한켠에는
약간의 그늘이 생기기도 하지요.
아직은 엄마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할 나이일지도 모르는데
제 할일을 척척 해내는 아이들이 아주 많이 고맙습니다.
학교에 다녀오겠다며 인사를 건네는 아이에게 웃어 보이는 내 웃음뒤에다
나는 그렇게나 많은 말을 써 두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