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중엔 아직 결혼을 안하고(?) 혼자서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는
친구가 몇 명 있다.
언제나 활달하고 즐거움을 잃지 않는 그들의 자유로운 모습은
늘 아름답게만 보인다.
A양은 학교 졸업 후 열심히 직장을 다니다가 유학길에 오른 친구로
세계를 무대로 뭐든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고 말리라는 하는 형이다.
그녀는 호주에서 관광경영학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공부도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주지 못했던지 하던 공부 접어두고 사귀던 남자와
결혼하리라 선언하며...박차고 달려왔다.
그러나 결국 그 남자와의 인연이 부족했던지....
아님 가까이서 두고 보니 생각속에서 그리던 환상의 그 님이 아니었던지
끝내 결별을 선언하고 그냥 있다.
하지만 그녀는 역시 예전처럼 씩씩한 상태이다.
학교 동창인 B양은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그만이어서 누가 봐도
애인이 서넛은 족히 있을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오똑 선 코하며 초롱초롱 빛나는 그녀의 눈빛은 밤하늘의 별빛을 가히
무색케할 정도이다. 어쩌면 그 깊은 샘물과도 같은 눈빛이 슬퍼보여서...
그래서 뭇 남자들이 지레 겁 먹고 선 듯 접근을 할 수 없음인지
아직도 그 아까운 미모와 화려한 몸매를 자랑하며 혼자인채로 당당히 남아 있다.
C양은 착실하고 이상적이며 건설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전공을 살려 꾸준히 공부를 하여 지금은 모대학의 교단에 서고 있다.
학생시절엔 애인도 있었고 항상 같이다녀서 솔로인 뭇 선남선녀들로부터 한껏 부러움을 샀었다.
졸업하면 곧 결혼할 것 처럼 그리 친하게 붙어 다니더니
언젠가부터 짝 잃은 고무신마냥 혼자서 조용히 남게되었다.
아예 학교를 졸업하지 말고 계속 C C(캠퍼스 커플)로 남았으면 여전히
애인없는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고 있으리라.
D양은 큰 키에 날씬한 몸매....이쁘면 공부도 별로 못 한다지만
(아니 못해도 용서가 된다하던가?).. 그 미모에 못지않게 공부까지 잘한다.
항상 뭔가를 위해 노력하는 형으로 졸업후에도 다시 다른 전공으로
계속 공부를 하기를 소원했었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지금은 결국
포기에 가까운 상태까지 이르러 있지만...지금도 완전히 미련이 없지는 않은 듯하다.
중학교 동창인 E양은...유난히 희고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다.
청순하고 순진한 단발머리 중학교 시절...난 그애의 하얀 얼굴과
피부를 몹시도 부러워했다.
이제 공무원 생활 근 10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그녀는 가끔씩
무슨 강의인지를 받으러 주말이면 어김없이 서울의 모대학으로 간다.
그 정성과 시간과 비용을 남자를 만나는데 조금만 할애를 했었어도
아마도 지금쯤은 지금과는 조금은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들이 부러울때가 가끔 있다.
내가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결혼을 해서 혼자의 시간을 많이 못가져 본것도 아니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거나 또는 직장에만 억메어 너무 멋없고 재미없이 지내 온 것만도
아닌 것 같은데...그래도 난 그들의 자유로움이 마구마구 부러운 것이다.
이들 앞에서는 내놓고 표현하기도 때론 미안하고 괜한 투정인 것 같아 드러내
놓고 말하진 못하지만..그래도 부러운 걸 어찌하랴..
내가 아직 혼자라면.....
주말이면 보고 싶은 영화도 맘껏 볼것이고, 간만에 그리운 친구도
만날 것이고...그러다 기분이 나면 밤 늦도록 부담없이 어울릴 수도 있으리라.
일요일이면 가고 싶은 오름에도 즐거이 갈 수 있을 것이고,
남자 동료들과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혹 아는 사람만날까 조마조마 하지않으며 편히
어울려 다닐 것이며, 가끔은 캔 맥주도 까 먹으며 거닐다 내키면 부담없이 술도 한잔씩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낮밤에 구애받지 않고 읽고 싶은 책도 자유롭게 읽고...
휴가때면 아주 멀리는 못가드라도 여행가방 메고 이곳저곳 돌아다녀 보리라.
가끔씩 아주 신이나거나 반대로 기분이 우울한 날에는 간혹 남의 시선을 좀 끌더라도 폼나게 차려 입고
거리를 활보 할 수도 있으리라..
허나 지금의 나로선 위의 어느것 한가지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매일 어린것들 뒤치닥거리에 주말이면 이리 끌려 저리 끌려 즐거움 반
의무감 반으로 돌아다니다...정신이 들만하면 누구네 개업에 잔치에..
돈 들고 얼굴 디밀일이 수두룩..
월말이 가까워지면 각종 모임에 어린것들 끌고 끌려다니다 보면 ...
하루는 온데간데 없고 한달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덕분에 무료함을 모른다는 것 그것 하나로 위안이 될까? 이것에라도 즐거이 웃어야지..후후훗.
어느날은 남편의 모임에서...
" 술을 안좋아 하시는 모양입니다..언제나 이렇게 받아 놓기만... "
하는 소릴 듣고 하마터면 기가 막혀 죽을뻔했다.
이 모임은 늘 부부동반..아니 정확히 가족동반 모임이다.
어린아이 큰아이 할것없이 아무튼 집에 있는 아인 다 끌고 가기 때문에
언제나 복잡하고 시끌벅적하다. 만약 아이가 컸다면 떼놓고 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올망졸망 어린것들이라 어디다 맡겨도 불안하고....
게다기 아이만이 아니라 아이용품까지 다 챙기고 가야한다.)
남자들은 지들끼리 부어라 마셔야 즐겁기 그지없다.
언제나 안주로 오르는 정치얘기(어느 정치인 안주로 잡아 놓고 욕하는 것)...
경제얘기(주식을 샀는데 어쩌고 저쩌고...코스닥이 이렇고 저렇고)....
사회얘기(어디의 모양이 이러쿵 저러쿵.... )에 여념이 없다.
남자들은 이렇게 종류별로 소주에 맥주에 기분에 따라 양주까지 다 동원해서 마셔대지만
여자들은 칭얼대는 아이 달래가며 먹여가서 어떨때는 음식이 어디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게 분주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디 편히 먹을수나 또 맘껏 마실 수나 있을까?
그래서 받아 논 제 몫으로 주어진 술조차 맘대로 마실 수 없는 것이다.
내키는데로 기분따라 이것 저것 다 마셔버리면 이따 갈 때 운전은 누가 하며 애들은 어찌 챙기랴....
기분내고 마시고 나중에 멋있게 대리운전수를 부르면 그만이지만 여자들은 ...
정확히 아줌마는 그 비용과 번거로움을 먼저 생각해 버린다....바보같이!!
그래서 여자들은 쓸데없이 복잡한 인간이 되어 이생각 저생각에 머리속이 까맣게 타 버리는가 보았다.
오늘은 예의 A양이 드디어 화려한 솔로의 길을 과감히 접는다는 소식이 왔다.
그것도 당당하게 연하인 젊은 남자와 올 가을에는 신혼의 나래를 활짝 편다한다.
연하의 남자를 얻다니...역시 기다린 보람이 있는걸까..어쩌다 얻어진 횡재인가?
어찌?榮?이들의 앞길에 행복만이 가득 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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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내 친구중에 이 글을 읽는 이가 있다면...
허락도 없이 올드미스란 단어로 마구 뭉뚱그려 버린것에
대해 미안함을 표한다.
(이미 익숙해져 있겠지만...후한이 두려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