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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사찰 관광을 비키니 입고 온 외국인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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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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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생각.


BY somjingang 2002-06-11

오늘 난 많이, 아주 많이 울었다.
아직도 세파에 이리 저리 맘 약하게 흔들리는
내자신이 미워서, 아이들 일은 전부 마누라의 책임인양
나몰라라 하는 남편이 미워서, 요즈음 들어 부쩍 말을
안듣는 아이들이 미워서.. 펑펑 울어 버렸다.

2시 반.. 2시면 유치원에서 벌써 왔어야 할 아들녀석이
아직도 안 들어 오는걸 보면 오늘도 또 오락기 앞에서 정신을
놓고 있나 보았다.
벌써 며칠째 아니, 몇달째인지 그 날을 셀수가 없을 정도다.
피아노 가방을 둘러 매고 나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왠인일지 아이들이 별로 없는 가운데 의자에 앉아
오락기를 정신없이 쳐다 보고 있었다.
내 저걸.... 오늘은 참는다..
잘못했다며 싹싹 비는 아들녀석에게 한마디만 하고 피아노 학원으로
보냈다. '일단 피아노학원 부터 갔다 와.'

이젠 지칠 정도다. 거의 날마다 이 아인 유치원 끝나고
유치원 담장 바로 앞에 있는 오락기 앞에서 넋을 놓고
오락기를 들여다 보고는 한다.
그게 그냥 잠깐 이면 좋으련만 이젠 그만 할때도 되었다
싶은데 이게 생각보다 길어져서 애가 다 탄다.

달래도 보고 어르기도 하고 협박도 해 보고
나, 가출한다고 실제로 집을 나가는 시늉(?) 까지도 해 보았다.

그렇다고 이녀석이 오락에 도사냐 하면 그것도 아닌것이
동전을 몇개 쥐어주면 몇번 두드려 보지도 못하고 끝나곤 하는
녀석이 그토록이나 오래동안 오락기를 들여다 보고 있는 이유를
내 정녕 모르겠어서 답답할 정도다.

오늘은 피아노학원엘 갔다 오면 녀석을 붙들고 결판을 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아노학원에서 전화가 온것이다.
피아노 학원에 왔던 아이가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오, 하느님! 생전 교회 근처에도 안 가본 내 입에서 절로
하느님'소리가 나왔다.
씩씩 거리며, 그래도 설마 하면서 피아노 학원으로 나서는데
(유치원건물에 피아노 학원이 있음) 역시나 그 녀석이 피아노 가방을
맨채 그자리에 또 있는 것이다.

난 이제 뵈는게 없어 졌다. 속으론 참아야 되느니,,,
하는 이성의 목소리가 없는건 아니었지만
어디서 부터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지 아이를 앞에 두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오락기앞에 안가고
대신 집에서 한시간만 컴퓨터를 하기로 약속을 한게 벌써
몇날 며칠인지 셀수가 없고 다시는 안가겠다는 진심어린(그 당시엔)
약속을 한게 벌써 얼마인지... 그런 녀석이 나를 기만하고
또 같은 말을 하게 하는 현실이 답답해서
난 울고 말았다. 그러고자 한게 아닌데,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고 다니는 현실을 내 아이에겐 물려 주고
싶지 않아서 내 나름대로 발버둥을 치고 살아가려는데
어찌해서 현실은 나를 이토록이나 기만하는가 싶어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 엄마 되는 일에 이토록이나 복병이 많다니,, 새삼스럽게
엄마가 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아니 가장 어려운 일일수 있음을
오늘 아들녀석이 또 한번 아프게 각인시켜 주는 것이었다.

울 엄마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도 나 키울때 이렇게 가슴아프고 속상한 일들이
많았겠지 싶어 엄마 생각때문에 더욱 눈물이 났다.

진정을 하고 나자, 나랑 같이 울고 있던 녀석이
그런다.. '엄마, 나도 거기 안가고 싶어. 오락기가
거기에 없었으면 좋겠어.'
어찌하니, 아들아!
그건 내 소관 밖의 일인걸..
아직 7살 밖에 아닌 네에게 너의 의지를 믿는다 라고 하면
이 엄마가 지나치게 앞서가는 것이 될까?
아들아, 하지만 오늘 내 너를 붙들고 울고 말았지만
이애, 난 너의 의지를 믿고만 싶구나.
비록 내일 넌 또 엄마와의 찰떡 같이 약속한 사실은 또
잊을 지라도.

어제 내린 비로 오늘따라 세상이 참으로 맑고 투명하다.
거실을 청소하니 어제 보다 먼지도 훨씬 적게 나온다.
세상은 먼지와 소음과 그리고 아이들이 보지 말아야 할
유해환경이 가득하다.

그속에서 자연과의 교감에 대해 생각하고
책에서 진리를 찾으며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그런 아이로 내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한 외로운 뜻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켜 나가길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