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다리.. 다리 좀 주물러줘\"
지금도 옆에서 남편이 이렇게 부르는 것만 같아서
몇번이고 그이가 누워있던 그 자리를 돌아보곤 합니다.
삼우제를 지난지 3일째...
아직도 남편이 나의곁을 영원히 떠나갔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재작년 9월에 직장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고도
나약한 모습하나 보이지 않고
그 힘든 방사선과 항암제를 투여해도
짜증한번 내지 않고 삶의 투지를 보이던 그이,
작년에는 또 다른 전이로 인한 정형외과 수술도 잘 견뎌 내었었는데...
정말 기적이라는게 있는걸까?
신앙은 없지만 저는 하나님도 불러보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암이라는 나쁜 이름을 도저히 이길수가 없었나봅니다.
퇴원후 집에서 다리를 쓰지 못하고 누운체로 두달 반을 지나고
위독한 상황에 이르러서 다시 입원하였다가
하나님의 자녀로 대세를 받은지 며칠 후
괴롭고 힘든 세상을 떠나 하나님의 곁으로,
편안한 안식처로 떠나갔습니다.
라일락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그이...
올 봄은 언제 어떻게 지나갔는지...
집안에서 그이와 함께 지나다보니 계절의 뒤바뀜도 모르고
초여름을 맞았었습니다.
한줌의 뼈 가루로 남겨진 그이를 납골당에 안치하고 돌아올때엔
그이만 낮선 곳에 남겨두고 와야만 한다는게 슬펐지만
지금은 그이가 누워있던 자리가 비어있는것이
더욱 가슴이 미어져옵니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그이의 빈자리...
거대한 성 처럼 크고 견고했었다는걸
바보같은 저는 뒤늦게야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비가 많이 내립니다.
바깥은 월드컵 열기로 뜨겁게 달구어져
이런 비쯤이야 아랑곳 않겠지만
모처럼 오늘 혼자만의 시간에 때 맞추어
내리는 빗물과 함께
흠뻑 울어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남겨진 우리 가족 앞으로도 잘 지켜봐주세요.
열심히 잘 살아갈수 있도록 도와주실꺼죠?
이제 직장에서 돌아올 딸에게 웃음으로 반길 준비를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