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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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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주부의 알.콩.달.콩//20.시어머니 - 2


BY 꼬마주부 2000-09-03

2부.

그런 어머니가 저도 참 편하고 좋아요.
그런데요, 어머니는요, 저희가 일주일에 한 번, 이 주일에 한 번 쯤 놀러가면요, 저에겐 아무것도 안시키세요. 며느리라곤 저 밖에 없고요, 딸도 없는데도 저보곤 가만히 앉아있으라고만 하세요.
밥상 차릴 때 옆에서 거드면 "국 끓인연에 상 차릴테니 가 있어라."라 하시곤 어느틈엔가 상을 차려놓으시고, 이번엔 설거지를 하려 싱크대 앞에 서면 물에 젖은 그릇들을 마구 빼앗으시면서 "반찬이나 집어 넣어라."하시고 그래서 반찬이나 집어 넣으려 하면 "식구들 과일 좀 깎아줘라."하시면서 과일쟁반을 들이미셔요. 그래서 또 앉아서 과일을 깎고 있으면 한 개도 채 깎지 못했는데 어느새 오셔서 "이제 고만 깎고 과일 찍어서 아버지 드려라."하세요.
그러니까 저는 시댁에 가면 일복이 터진게 아니라 일복이 너무 없는 셈이죠.
저는 맛난 음식은 못해드릴 망정 잔일이라도 맡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일 할 거리를 찾는데 어머닌 도무지 헛점을 보이
지 않으세요.
다른 것도 그렇지만, 특히 설거지에 대해선 더욱 각별히 못하시게 하시는데, 그럴수록 저는 더욱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 그렇다 보니 저녁식사가 끝나면 어머니와 저와의 설거지 쟁탈전이 시작되요. 저는 밥 그릇을 비우자 마자 일어나 싱크대 앞에 서고 어머니는 제가 일어섬과 동시에 "그냥 나두고 와라."하세요. 제가 대답만 "네"하고 안가면, 올 때까지 "그냥
와, 그냥 와."하세요.
처음엔 신난다, 신난다 했는데 몇 개월 계속 반복되니까 괜히 섭섭하더라구요. 날 여직 남으로 생각하시는건가, 싶어서요.
그러던 어느날, 그 날도 역시 전 식사가 끝난 밥상을 무르기가 무섭게 씽크대 앞에 섰어요. 재빨리 고무장갑을 끼고 쑤세
미에 퐁퐁을 잔뜩 묻히고 설거지를 시작했어요. 어머니는 여전히 "놔 둬. 그냥 두고 얼른 과일 깎아. 응?"하시네요.
전, "아니예요. 오늘은 제가 해요. 제가 할테니까 암말도 마세요."라고 빠르게 말했어요.
그러자 어머니는 가만히 옆에 오시더니 제가 설거지하는 것을 잠시 지켜보세요.
"왜 내가 너에게 설거지를 안 시키는 줄 아니?"
"몰라요."
그리고 시작 된 어머니 말씀.
"엄마 친구 중에 아들네와 따로 살다가 최근에 같이 사는 집이 있는데, 하루는 이 엄마 친구가 설거지를 하고 며느리는
방에서 아기를 돌보고 있었댄다. 그런데, 이 엄마 친구가 여간 해선 그런 일 없는데, 그릇을 깬거야. 며느리가 깜짝 놀라서 눈이 둥그래져 어머니 괜찮으세요, 하는데 그렇게 챙피할 수가 없더래. 남의 살림을 깬 것도 아닌데 그렇게 당황스러울 수가 없더라는 거야. 자기 집 그릇 깬 시어머니도 그렇게 어쩔 줄 모르는데, 살림에 아직 손이 익지 않은 너가 혹시라도 그릇을 깨면, 당연히 엄마는 너가 다치지만 않았으면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넌 어떻겠니? 얼마나 엄마 보기 죄송하고 어쩔 줄 모르겠니. 그러니까...혹시 너가 엄마한테 미안해 할까봐 못하게 하는거란다. 그러니까 설거지는 나중에, 나~중에 엄마 없을 때나 한 번씩 해줘. 알았니?"

수돗물이 세차게 쏟아져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어머니 사랑에 감동해서 눈물이 쏟아지는 며느리 소리가 다 들려서 오히려 그게 더 챙피했을 거예요.

우리 어머니 멋있져? 우리 어머니처럼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엔 서로 서로 "배려"하는 마음만 있다면, 갈등은 생길 틈은
없을 거예요.

꼬마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