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의 용기> 볼 일이 있어 버스를 타는데 운전기사 분이 "어서 오세요"하고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제대로 답도 못하고 올라 탔는데 그 분은 버스를 타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다. 다른 사람들도 엉겁결에 인사를 받고는 잠시 당황하는 듯 하다가 고개만 조금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그들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적어도 이 차 안에서는 과속이나 과격한 운전으로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는 표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그 기사분은 타는 사람에게 뿐만 아니라 뒷문으로 내리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고개를 꾸벅하고는 더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라고 말이다. 하지만 거기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속마음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그저 아무말 없이 버스에서 내려갔다. 앉아있는 내가 오히려 민망하고 안타까울 정도 였으나 그 기사는 멈추지 않고 그 일을 계속했다. 난 맘속으로 '수고하세요 하고 꼭 말해야지. 그래서 저 아저씨에게 힘을 줘야지' 하고 다짐했다. 드디어 내려야 할 정거장에 당도했다. 예외없이 운전기사 분이 커다란 소리로 "안녕히들 가십시요"하고 인사했다. 문은 열리고 두 발은 내려가고 있는데 아까 생각해 두었던 말은 어디로 가고 나의 두 입술은 얄밉게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빠이빠이"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서너살 짜리 꼬마가 그 소리의 주인공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엔 환한 미소가 퍼졌고 그 꼬마에게로 되돌아가 꼬옥 한 번 안아주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