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렸을적에 그곳을 또랑이라고 했지요.
입안에서 떼구르르 구르며 흘러 나오는 맑은 소리
바람이 부는 날이면 유난히 출렁거리는 보리밭 사이로
아이들은 비뚤거리는 좁은 길을 취한듯 휘젓고 다녔습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탐스런 보리 사이로
햇살에 더욱 까맣게 드러나는 깜부기를 쑥쑥 빼먹으면서
허기진 배를 채우곤 했습니다.
그 뜰뜨름하고 쌉쌀한 맛은
특별나게 맛있는 것도 아니였는데
입가에 온통 검둥칠을 하곤 흡족해 하며
파란 하늘을 향해 목청껏 웃어 제꼈습니다.
일렁이는 보리밭 지나 외진 곳
선한 눈매로 따뜻하게 반겨주는 성자엄마가 계시는
성자네 외딴집은 늘 외롭고 조금은 무서워 보였습니다.
그 집을 지나 헉헉거리며 산고개를 넘고 나면
쉴새없이 퐁퐁퐁 샘솟는 옻샘이
퍼가도 퍼가도 마르지 않는 맑은 샘물을 토해냈습니다.
약수까지 겸비한 기막힌 물맛
그런데 옻샘은 제 이름 값은 못하는 것같아요
어렸을 적 옻에 올라 붉은 발진이 온몸에 돋아 났습니다.
그 가려운 증세는
몇날 며칠을 참을수 없게 나를 괴롭혔습니다.
지금처럼 걸핏하면 병원 문턱을 안방 드나들던 시절도 아니였고
오로지 우리 어머니는 간절한 마음으로 민간요법에 매달렸습니다.
멀리 떨어진 옻샘에서 물을 길어와 내 몸을 아침 저녁으로 씻어 주셨습니다.
행여나 기대했던 옻샘의 신통력은 여지없이 무너저 버렸고
생쌀을 꼭꼭 씹어 온몸을 하얗게 도배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효험이 없자
생닭 피를 온몸에 죽죽 발라 주시는 어머니
당신의 입가에선 주절주절 쉴새없이 주문이 새어 나왔습니다.
철딱서니 없는 나는 비릿한 냄새에 마구 몸부림을 쳤던것 같아요.
그 옻샘을 지나 산 골짝 사이
조금은 으스스한 곳에 서있는 우람한 나무 한그루
언제난 형형색색의 천조각을 매달고 음침하게 서있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이 던져 놓은 돌무더기가 허리께를 감싸고
그냥 지나치면 서낭신이 해를 끼친다기에
돌 하나 휙 던지고 넙죽 절한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습니다.
빨랫감도 아닌것을 대야에 담고
두 고개 너머 맞 닿은 곳
그곳엔 맑은 또랑물이 쉬임없이 흘려 내렸습니다.
속살거리며 끌간데 없이 흐르는 물줄기
그속에 엉겨 해지는 줄 모르고
유년의 하루를 흘려보냈습니다. 터없이 맑게...
가슴을 타고 흐르는 도랑물 한줄기
오늘에야 비로서 돌돌거립니다.
한편의 에세이가 한동안 잊고 살았던
소중했던 어린날의 추억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후리지아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