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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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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우리 서방..... 3일을 못 넘기네요


BY 칵테일 2000-06-29

어제 일입니다.

아침에 제 남편은 자기 혼자서는 죽어도 못 일어납니다.
그래서 제가 매일 남편을 깨우지요. (저는 거의 인간 자명종입니다.)
어제라고 별달랐겠습니까? 어제도 깨웠지요.
분명히 눈뜨고 깬 걸 보고서 저는 아침을 차리러 주방으로 나갔죠.
그가 씻고 양복을 챙겨입는 동안 상을 차리면 간단한 아침 식사 준비가 다 끝나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분명히 일어난 줄 알았던 그가 다시 침대속으로 들어가 자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기가 막힙디다. 도대체 애도 아니고..... (참고로, 초4 우리 아들녀석은 그야말로 깨우면 발딱~ 깹니다. 안 그러면 혼나지~)
그래서 자고 있는 그에게 제가 뭐라고 했죠.
(물론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그랬던 건 저도 인정합니다.)
그랬더니 제 남편이 삐진 겁니다.
자고 일어나서 도로 재잠이 든게 미안했는지 배시시 절 보고 웃는 자기에게 제가 화를 냈다는 게 그 이유죠.
오히려 자기가 더 화를 냅디다. (내 참 기가 막혀서~)

다른 때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남편을 보내는데, 그날은 나가거나 말거나 쳐다보지도 않고 거실에서 신문만 봤습니다.
내가 무슨 말이든 해야 하는 데 안하니까 한번에 제대로 나가질 못하고 현관문을 몇 번 여닫습디다.
그래도 전 아는 척도 안했죠. (내가 그런 일 한두번 겪나싶어서죠.)

남편은 평상시에 보통 하루 3~4번 정도는 꼭 집으로 전화를 합니다. 그런데 점심 먹을 때쯤 하는 전화를 거르더군요.
그것도 그런가부다 했죠. 게다가 어젠 접대가 있어서 늦게 집에 오기도 했죠.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 남편, 거의 돕니다. 제가 말 안하고 있으면)

그리고 오늘 아침...... 역시 아는 척도 안하고 내보냈습니다.
물론 아침은 아예 차려주지도 않았죠.
토끼도 아닌데 냉장고에서 물 한잔 마시고 나갑디다. 그러거나 말거나.
점심 때. 전화가 옵디다. 으이구..... 무슨 인간이 자기가 승질내고는 3일을 못가누.
내가 잘못했어. 제발 말좀해. 화 풀어. 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이틀만에 음메~기죽어 할 걸, 우리 서방은 뭣땀시 밴댕이 속마냥 화를 낸 걸까요?
전화를 끊고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아마 오늘 저녁엔 엄청이나 표정관리하며 들어올겁니다.
오늘 새벽, 잠결에 그의 손이 내 쪽으로 뻗길래, 매몰차게 치워버렸거든요. 아마 제 남편, 속으로 무척 놀랐을 겁니다.
그래서 더 빨리 꼬랑지를 내린 거 같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빨리 사과할 걸, 화는 냈냐구 하니까 그러더군요.
제가 화나있으면 밖에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나요.
(핑계한번 그럴 듯하죠?)
우린 둘 다 혈액형이 O형이라, 성격들이 조금 급한 쪽이죠.
나도 무쟈게 성질 급한 편인데 제 남편이 한 술 더 뜨는 바람에 누가 잘못했느냐에 상관없이 항상 남편이 먼저 굽히는 편입니다.


내가 웃으면 모든 게임이 끝나죠.
이따 저녁에 내가 해야 할 일은 그에게 웃음을 보이는 일이랍니다.
남자를 누가 속 넓다해요? 적어도 제 남편은 성질 급해서 손해보는 일 많을 것 같습니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