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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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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쓸데없이...


BY kanghe0629 2002-05-06

어린이날 전날부터 동생들이 난리다
"누나 나 이제부터 놀러갈 시간이 없거든
그러니까 바람도 쐬고 포항 한번가자 응?"
"그래 언니야 내일 어린이 날 이니까
잘 됐네 뭐 언니도 가자"
하지만 결국 어린이날 아침
내 마음이 바뀌어 버렸다
"쫄쫄이 데리고 너희들이나 갔다와라
엄마도 바람 좀 쐬어 드리고.."
그렇게 해서 우린 남았다
뽀송인 시험 기간 이라 남고
난 중간고사 시험치는 뽀송이를 위해서 남고 ...

해질녘 쯤
끼니도 대충 떼우고 저녁청소를 하다가
문득 눈앞에 뽀송이 폰 이 눈에 보였다
신호를 보냈다 누구에게?
그이에게 보냈다 조심스럽게
덜컥 받는다
"여보세요? 난데요..."
그렇지만
저쪽에서는 연신 여보세요 만 연거푸 말한다
몇번을 다시해도
"여보세요? 여보세요?" 만 한다
끊었다 내가 먼저..
그리곤 집 전화로 다시 전화했다
받지않는다
"뽀송아 오늘 어린이 날 이고 하니까
아빠에게 전화해서 쫄쫄이 에게 라도
전화 한통해주라고 그래봐 지금하면 받을거야"
시무룩한 뽀송이 아무말없이 폰을 들고 제방으로간다
뽀송이도 "여보세요"만 연 발 한다
괜히 시켰나?
우울하다
어린이날 만 되면 왜 이리 속상한지
늦게 포항놀러 다녀온 쫄쫄이
"엄마야 내한테 전화온거 없나?"
난 할말이 없다
뽀송이가 그랬다
"엄마는 쓸데없이
뭐하러 아빠 체면 세워줄라고 하는데?"

뽀송이가 그랬다
엄마가 아무리 애써도
아빠의 생각들이 느껴진다고..
말 하지않아도 아 안다고....
그러니까 그런짓 하지말라고....
들켰다
쓸데없이 엄마가 서툰짓하다가 그만 ..
난 그래도 뽀쏭이는 이해할줄 알았는데 말이다

힘들다

힘들다

너무힘들다

이제 많이도 애써 그림자들을 덮었건만
그래도 이렇게 가끔씩 삶의 바람이불면
풀썩 거리며 보여지는 그림자를
어쩌면 생이 마름 하는 날 까지
보듬어야 하는걸까?
뽀송이의말처럼
엄마가 되서 쓸데없이 이러니 참...
한심하다
내년엔,
정말 따뜻한 날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딸들을 위해서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