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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인형


BY 조약돌 2002-04-30

나에겐 중학교때 부터 가지고 있던 못난이 인형이 있다

34년전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중학교를 다닐때 샀던 것이다

빨간 원피스의 웃는 모습

초록 원피스의 우는 모습

노오란 원피스의 화난 모습

예쁘지도 않고 보잘것 없는 플라스틱 인형을 버리지 않고

쉰 세대가 다 되어가는 지금껏 가지고 있는내가 우리 남편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사 다닐때 마다 내가 듣는 소리

" 그거 인형좀 버려 예쁜것도 많고 좋은 것도 많은데 왜

하필 못 생긴 못난이 인형이야"

그럴때 마다 난 " 이인형들 얼굴 모습이 곧 우리네 사는 모습

과 같잖아 난 정감 있어 좋던데" 하면서 묵살해 버렸다

우리 남편 한테는 겉 모습만 보일뿐 마누라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추억이야 어찌알리요

학교생활이 끝나서 집에오면 텅빈 방안엔 앉은뱅이 책상위에

덩그러니 놓인 못난이 인형이 제일 먼저 나를 맞았다

난 그날 그날의 마음을 인형으로 대신 했었다

마음이 기쁠땐 빨간 인형을 가운데 놓고

부모님이 보고싶어 슬퍼 질땐 초록인형을

화가 날땐 노오란 인형을 가운데로 돌려가면서 표시 했었다

그리하여 결혼할때도 버리지 않고 고이 싸가지고 가져 왔는데

미운 모습이라고 남편이 구박(?) 하는 바람에 작은애방 책장위에

자리하고 있다가 얼마전 우리집에서 식구들이 가장 잘 보이는

컴퓨터 책장위로 자리를 옮겼다

사연인즉

얼마전 tv에서 추억의 물건들을 소개 할때 못난이 인형도

나왔었다

난 이때다 싶어 "저 못난이 인형 구박 하지마, 저것도 값좀

하드라구" 했더니 그제서야 우리남편 처음 보는 물건대하듯

손길을 주며 관심을 보인다

강산이 세번반이 변하고서야 제자리를 잡은 못난이 세자매는

내 어린시절 추억과 함께 빨간 못난이가 가운데 자리한체

그 어느때 보다도 제일 환한 모습으로 오늘도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