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다음 날 오는 쓰레기 수거차를 위해
쓰레기통을 밖으로 내어놓는데,
낯설은 미국 노부부가 손을 잡고 산보를 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Hello ~~' 내가 먼저 인사했다.
'Hi !', 'Good evening !'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우리집 앞을 지나 언덕으로 오른다.
그 부부의 다정함을 기분좋게 바라보는데
문득 거의 20 년 전 일이 떠올랐다.
항공사 승무원이었던 아내의 한 친구가
항공사 일을 그만두고 식구들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왔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 보고자
친구 몇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가, 대화는 자연스레
그 친구의 승무원 시절로 돌아갔는데,
몇 번 비행기를 타면서 "한국 승무원"들의 태도에
기분이 상해본 경험이 생각나 질문을 던졌다.
'왜, 승무원들이 한국 승객 보다 미국 승객에게
더 친절하게 대합니까 ?'
별로 기분좋은 질문이 아니었을텐데,
그 친구 프로답게 웃으며 친절하게 대답한다.
'물론, 우리는 모든 승객에게 똑같이 친절하게 대하라고
교육을 받습니다. 그리고 항상 그러려고 노력하죠.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외국 승객들은 바라보면 대부분
웃는 얼굴입니다. 우연히 눈이 마주치면, 눈웃음 내지는
가벼운 미소가 돌아오죠.
'한국 승객들은 대부분 딱딱한 표정들입니다. 어쩌다가
눈이 마주쳐도, 애써 모르는척 고개를 돌려버리고,
필요한 것을 찾을 때도 말투가 무척 무뚝뚝합니다.
'물론 우리의 정서가 그러한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답니다.
'하지만 우리도 사람인데,
비록 똑같이 대하라는 교육을 받았더라도,
웃는 얼굴로, 다정한 목소리로 우리를 대해주는 사람들에게
그만큼 더 잘해주게 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
눈이 번쩍 띄었다. 아 ! 맞다, 맞아 !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는 법"인데
나는 "가는 것"은 생각 않고
"오는 것"만 보면서 살고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항상 노력한다.
조금 떨어져서,
"오는 것"을 보기 전에
"가는 것"을 보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