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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번 -불쌍한 우리집 부부


BY 로미 2000-05-24

경석이를 낳기 전 내 동생들이 이?O어요. "언니 예쁜 애 사진 좀 붙여놔. 어쩌려구 그래" "누나 간 크다 진짜"
무슨 소리냐구요? 우리 신랑이나 내가 좀 못생겼다 이거죠. 특히 남편은 뜯어보면 못생긴 얼굴은 아닌데, 이상하게 순열 조합이 잘 안된 편이고 전 그냥 뭐,보통이였지만요. 결혼 때 부터 2세가 걱정된다며 내 염장을 지르더니 임신 내내 그런 소릴 달고 살았죠. 하지만 전 그?O어요. 어,지 애빌 닮던 에밀 닮던 해야지 그럼 딴 사람 닮겠냐구요. 걱정이야 됐지만 포기사항아니겠어요. 남편하고 누워서 매일 견적이야 뽑았죠. 눈은 엄마 코는 아빠,굴 길이는 엄마,귀는 아빠,,결정적으로 키는 엄마 이러면서요. 막상 경석이를 낳았을 때 전 너무 기진해서 일어설 기운조차 없긴 했지만, 애 얼굴 들여다 보기가 겁나더군요. 시어머니를 비롯 동생까지도 "언니,애가가 너무 이뻐 기적이야!" 이?O지만 전 "`위로 안해도 돼". 이러구 누워 있었죠. 축하해주러 온 사람들이 모두 나간 사이에 아무래도 봐야 할 것 같아서 들여다 보니 어머 ,,,정말 애기가 너무 이쁜 거예요.
제가 이런 말하면 지자식이 이쁘지 그럼..그러실테지만,어쩌면 저희 비극은 이 때 부터에요. 경석이가 얼마나 이뻤냐면,보는 사람들마다 분유깡통 선전에 나오는 애 갔다느니,심지어 혼혈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답니다. 다들 그래도 기적이야 소린 안하더군요. 그런데 경석이가 5개월 때 남편 직장땜에 경남 함안이라는 곳으로 이살가게 되었지요. 거긴 아직도 큰 5일장이 서는 읍이랍니다. 시골 할머니들의 솔직함이란 정말 놀랍더군요. 경석이와 나만 보고는 항상 아빠가 외국사람이냐고 물어 왔어요.물론 곱지 않은 시선으로요. 아니라고 하면 근데 애가 꼭 외국사람 같다고 미심쩍어 하시더군요. 그러다 애 아빨 보면 이러는 거예요. "아이구,애가 아빨 안 닮아서 증말 다행이네에." 남편이 있는데서요. 그래도 자식 이쁘다는 데야 어쩌겠어요. 남편도 첨에 히히거리고 좋아했죠. 근데 이게 자주 이러다 보니 정말 화 비슷하게 내더라구요. "짜식,애비보다 잘 생겨서 애비 욕먹이는 놈이잖아" 좀 그렇죠.
어쩌다가요,백화점에 가면 매장 아가씨들이 서로 붙잡고 놔주질 않았죠. "혹시 류시원이 친척아니예요?" 이런 찬사(?)까지 들었거든요. 근데 애 아빨 보면 이래요."아빠예요?"라구요.
제 심정 이해가세요... 하지만 그렇게 명성을 날리던 경석이가 6살이 되면서 점점 망가지더니만,지금은 예쁜 트위티에서 아기공룡이 되었답니다. 요샌 사람들이 그러죠. "아이구 아빨 빼다 박았네"라구요. 전요 입맛이 씁쓸하답니다.
세라를 낳았을 땐 정말 아빠랑 똑같아서 이걸 어째 했죠. 남편은 그 때 갓 태어난 딸을 보고 이러더군요. "너 어쩌려구 아빠랑 똑같이 생겼냐. 하긴 뭐 견적 좀 뽑지 뭐어. 여보 걱정마."
라구요. 옆에서 간호사가 기가 막힌 얼굴로 쳐다보더군요. 그러던 세라도 점점 예뻐져서 오빠랑 쌍둥이 같아졌죠. 지금은 엄청 이쁘단 소릴 듣지만,,,누가 아나요 뭐.
마지막으로요, 제 사촌동생이 결혼 할 때요,그러더군요.
"언니 보니까,애 이쁘고 안 이쁜건 진짜 모르겠더라. 나 안심하구 못 생긴 사람 골라두 되겠어"
흥,그런 재준 아무나 있나요.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