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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측은해 보였으면 ...


BY 아리 2002-04-29

작은 애가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하고 황학동 벼룩 시장에 가보기로 했다는데 ....

친하게 잘 지내는 친구가 주로 리드를 하면서

둘이 꿍짝이 잘 맞아

시내에 있는 대형서점도 가고

영화도 보고

인사동 거리도 돌아보고

소위 문화체험을 하는 좋은 단짝 친구가 하나 있는 셈이다 .


나도 그 곳에는 아직 못 가보았지만 ..

아이들은 나름대로 고물 ..

쓸만한 좋은 물건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부풀어 길을 나섰다

막상 가보니 ..

유행이 지난 옷가지

보기가 민망스러운 섹스 잡지 그리고 그에 관련된 광고 ..

이것 저것 중고품이

정리 되지 않은 모습으로 널려 있었단다 ..


친구아이는 그래도 ..디브이디를 하나 싸게 구입하고

우리 아이는 다리품만 팔고 돌아 왔다

어제 아침을 먹으며 한다는 말이 ...

"엄마 나 근데 ..거기서 국수를 천원에 사 먹었다 .."

"천원 ?"

"세상에 라면도 한 그릇에 이천원인데 국수가 천원 .?"

"어 원래는 이천원인데 그 아줌마가 우리 천원에 주셨어..."

이야기 인즉은

돌아 다니다 배가 고프니

라면 이나 국수를 파는 구석진 음식점에 들어섰는데

그곳에는 주로 나이든 아저씨가 시장끼를 덜러 들르신 분이

대부분이었고 사실 학생이라고는 자기들 뿐이었다는데

이 아이들이 한참 먹을 때라 일단 라면을 하나씩 시켜서

먹고 ...있는데

한참때이기고 하고 워낙 둘째 녀석도 그렇구 친구들도

한입에 후루룩 라면을 먹어치우는데

양엔 안차보였는지 ..

식당주인 아주머니가

국수 한그릇에 천원에 줄테니 더 먹으려나 하고 묻더라는 것이었다

세 녀석들이

네 ~하고 한 입에 대답을 하고는

그 국수도 꿀꺽 하고 맛나게 먹어 치웠다는데 ...


아마

요즘 학생들

운동화 한켤레에도

10만원이 넘는 것을 ..사고

고가품 명품에 눈독들이지

누가 이 벼룩 시장에 와서 기웃거리려나 싶은 생각에

조금은 측은 해 보였었는지

돈을 삼천원씩 거두워-라면 이천원 하고 국수 천원

구천원을 내니

그나마 그 천원을 도로 내어주시며 가던길에

아이스크림 사먹으라고 그러시더란다 ..


우리신랑하고 나는 웃어 대면서

그래 니들이 얼마나 측은하게 보였으면

그 식당아주머니께서 그러셨겠니 ..

좋은 공부는 했다 ..


아이는 웃으면서

"엄마 나하고 재룡이 현수가 그리 궁상스럽게 보이는 얼굴은 아닌데 .."

하면서 머리를 긁적이지만 ..

어쨌거나 그 벼룩시장을 돌아 다니며

중고 물품을 싸게 구입한다는 마음 자체가

궁상스러운 게 아니고 뭔가 ,..ㅋㅋㅋ


아마 그 식당을 하는 아줌마도

이 아이들이 측은하기도 하고

기특하게도 보이고 해서

그 맛있는 국수를 천원씩에 서비스 하시고

아이스크림 값까지 얹어 주신게 분명하다

우리 아이를 대신 해서

그 벼룩시장에서

국수를 말아주신 식당 아주머니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


그리 정이 많으시니

분명 복은 ...넘치도록 받으시리라고 ~~~~


오늘 처럼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날은

시장 귀퉁이에서

뜨거운 멸치국물에

양념장을 끼얹은 바로 그 국수를 맛나게 먹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