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는 여자!
고민이 하나 있다. 오나 가나 나는 불을 끄고 다니니 말이다. 불을 피우거나, 일으키거나, 밝히는 여자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불씨를 간직하려고 우리 조상님들이 얼마나 애를 썼던가? 유태인들은 머리에 숯불을 이고 다니며 불씨를 소중히 했다. 원수에게 선대하는 최고의 표현을 '그 머리에 숯불을 놓아준다'라 고 했을 정도로 불씨는 최상의 소중한 것이 아니었던가? 썰렁한 겨울에 따스한 불을 지피는 여인의 후덕함도 좋지 않나?
IMF 시대라서가 아니라 그 훨씬 전부터 나는 쓸데없이 빈방에 불이 켜 있다거나 백열등이 낭비스레 켜있는 꼴을 못본다. 내 눈에는 그리도 쓸데 없이 켜 있는 등이 잘 보인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그런데 고민은 불끄는 여자! 의 의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최소한 불을 끄는 여자가 주는 이미지가 나쁘다는 말이다. 가정에 따스한 기운을 지피는 여자! 가문을 불일드시 일으키는 여자, 이왕이면 어둠을 밝히는 여자! 얼마나 좋은가?
몇 푼 절약한다고 계속 불을 끄고 다니는 내 꼴이 너무 딱해서, 짐짓 불끄는 일을 멈추기로 작심했던 적도 있으나 불을 꺼야 할 때 끄지 못하고 참기란 더 큰 고통이다. 끄고야 마는걸 어쩐담!
최근 계산중인게 하나 있다. 전기 절약한다고 엘리베터 문에 센서를 달아서 문을 열면 저절로 불이 켜진다. 전에는 저녁 7시-익일 5시까지 켜두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대낮이던 밤중이던 사람이 나가면 켜진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더 절약되는지 검증 했을텐데도 대낮에 문밖에만 나가면 불이 번쩍 들어오는 것을 용서할 수가 없다.
불 끄는 여자의 가슴에 활활 타오르는 이 못난 분노의 불은 무엇으로 끈단 말인가? 기름 한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 제주 앞바다에서 펑펑 기름이나 터지면 해결 될려나?
불 끄는 여자는 오늘도 고단하다. 얘들아! 제발 불 좀 꺼라! 나 이러다 태양도 꺼버리고 싶어지면 어쩐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