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달라지셨어...우리 엄마가...
날마다 서너차례 어김없이 전화로 나의 안부를 물으시는 엄마.
부쩍 자식의 사랑에 매달리시는 연세가 되신 탓 인지 하루에도 몇차레씩
집으로... 핸드폰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으신 말씀을 핑계로
내 생활의 리듬을 깨시는데 시간이 갈수록 좀 심하신 양태로 발전을 하신다
조금은 분별을 안하시고 당신의 말씀을 하신다던지
어느 자리인지 묻지도 않으시고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시던지
한가지 문제를 설명해도 전체파악이 안되시고 이해가 안되시어
이미 결정난 문제를 가지고 오분 간격으로 계속 전화를 하시며
당신의 의견을 나누어 가며 말씀을 하신다
너무 변하신 당신을 생각하니 맘이 얼마나 아려오는지.......
현철하시다고 칭찬을 자자하게 들으시며
음식 솜씨 또한 남달라서 이웃에 소문난 요리사 이셨고
인물도 뭐 하나 안발라도 뽀오얀 피부에 고운 살결이셨던 미인..
부엌마루는 참기름 발라 놓은듯 반들거리게 닦아가며 길을 내시고
아버지가 짜서 매어놓은 선반은 먼지하나 없이 언제나 청결해서
어쩌다가 설겆이가 내 몫으로 되는 날이면
잔뜩 긴장을 하곤 했는데.......
꼼꼼히 한다고 해도 엄마의 눈에는 열에 하나 정도만 차셨는지
빼놓고 신경을 안썼던 곳은 여지없이 지적하시며 호통을 하셨다
커다랗게 자리 차지한 물 항아리엔 언제나 찰랑거리게 물이 채워져 있어야 했고
시멘트 바닥보다 단단하게 다져진 부엌 흙 바닥에 반찬 조각하나라도 떨어져 있는 날이면
그 당장 호출하시어 쓸어 내게 하셨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나는 꽤 깔끔한 집관리를 하고사는 편이다
초등이나 중등 시절 하교해서 집으로 오는 시간에는 상당히 시장끼를 느끼게 마련이다
당연히 저녁 밥상에 올라올 반찬이 궁금해지고 들어 당장 먹을만한
간식거리라도 있을까 궁금하기 마련이다
소리내는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역시나 저녁을 짓는
엄마의 분주한 몸놀림과 음식 냄새...
대나무 채반에 널려져 해를 받아 비들비들 말라가는 갖가지 밑 반찬들이
아직 장독대 위에서 먹음직스럽게 기다린다
찹쌀풀 묻힌 깻잎..가죽나물 말림...고추장 양념을 바른채 말려가는 청태 김
그리고 아주 구미에 맞는 된장 장떡 ...고추장 장떡
엄마가 볼쎄라 쫀득하게 말라가는 그 장떡을 서너개쯤 무지하게 맛잇게 해치우고
매콤한 맛에 입맛을 다시며 돌아서다가 엄마의 호통을 쓰고 귀가 인사를 했다
이거나 먹어라....하시며 으례히 만드신 간식거리를 주시는데
손수 만드신 콩 강정..누룽지 튀김..찐빵..땅콩 엿..건빵 튀김..
얼마나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사신것인지
내가 나이 들어가며 살아보니 마음깊이 느끼며 감사할 일이었다
손으로 세탁하기를 얼마나 하셨으며
여섯식구 먹거리를 냉장고 없이 모두 신선하게 만들어 주신 일이며
세탁소 도움없이 손수 모든것을 하신일이며
잠을 아껴 우리에게 털 쉐터를 짜서 입히시고
이불호청을 다듬이로 손질하며 꼬매는 일 등등......
내가 돕는다 했어도 어디 얼마나 일을 추스려 드렸으랴
백번을 죽었다가 다시 난다해도 어머님 역활을 감히 흉내 낼수 없거늘
오늘 다 자라서 늙어가는 이 자식에게 기대어 오시는 무게가 어렵다고
투덜대는 이 자식은 감히 자식이라고 하지도 못할 망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