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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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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BY monkew 2001-04-11

<비만탈출, 몸매관리 올 봄에는 확실히 한다>
아줌마닷컴에 들어오면 위의 타이틀과 함께 요염해 보이는 빨간머리의 날씬녀가 제일 먼저 반긴다.

그래, 날씬하면 좋지, 그래그래!!!

야시한 미소를 흘리는 그녀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은 했지만 눈여겨 본 적은 없었다. 내가 날씬하고, 몸매에 자신이 넘쳐서가 아니라 별로 관심이 없었다.

출산 후 온 몸 구석구석에 아주 밉게 붙어 있는 부분살때문에 속이 많이도 상했지만 그래도 옷으로 적당히 가리고 나가면 누구도 알아 볼 수 없기에 안도하며 지냈었다.
내 뛰어난 위장술에 속은 사람들이
"어머나, 어쩜, 애 낳고 살이 다 빠졌나 봐."
를 연발할 때면 난 속으로 흐흐흐, 앙큼한 웃음을 흘리기도 했었다. 속았지롱이란 속삭임과 함께.

근데...
여름이 다가오는 이 마당에,
노출의 계절이라는 이 판국에,
그동안 숨겨왔던 살들도 빼야 할 이 시점에
난 오늘 낮에 늘어난 체중을 확인하고야 말았다.

출산 후 여태껏 살을 더 빼지는 못하겠으니 이 이상 더 찌지나 말자고 다짐다짐하며 조심을 해왔었는데...지난 2주간 방심을 했던 탓인가 보다.

지난 2주간, 정말 난 대단한 먹성을 자랑했다.
밤참을 즐기는 남편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며, 나 또한 젓가락동참에 한 점 망설임 없었고, 끼니 중간중간 어마어마한 양의 주점부리들을 간식이라는 말로 미화하며 열심히 입으로 가져갔고, 매끼니때는 애 한 번 안고 나면 배가 풀썩 꺼진다는 소리를 남발하며 머슴밥마냥 고봉으로 퍼서 먹었다.

그렇게 먹고 살이 안 찌길 바랬다는 것이 도둑놈 심보겠지만 그래도 설마했었는데...
오늘 낮, 체중계에 올랐다가 정말 충격을 받았다.

아니, 잘 못본 거 겠지...다시 체중계에 올라가 봤다.
앗, 아니 다시 한 번...속옷만 남기고 옷을 다 벗고는 올라가 봤다.
으악, 설마...바늘을 다시 한 번 '0'에 정확히 맞추고 올라가 봤다.
헉헉헉, 이럴수가..........................T.T

확고부동 체중.
망연자실 쩡아.

그것도 모르고, 2주간 지속되어 온 식성을 어쩌지 못해 아침 식전에 식빵에 딸기쨈을 푸욱 발라 먹고야 말았다. 생전 먹지도 않던 딸기쨈을 왜 그리도 많이 퍼서 빵에 바르느냔 말이다. 살이 찌려면 무엇이든지 입에 당긴다더니 내가 그 꼴이 났다.

안되겠다. 이렇게 나가다간 '길버트 그레이프'네 엄마처럼 지팡이 짚고 걸어야 하는 일이 생길 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의 쏟아지는 눈총을 받으며 말이다.

오늘부터는 간식은 절대 사절이다. 밤참도 사절이다.
밥만 끼니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먹어야 겠다.

근데 이렇게 계획을 세워놓고 나니 식욕이 더 당기는 거 같아 슬퍼진다. 바로 옆에 있는 과자부스러기에도 슬쩍 눈이 가고, 식탁 위에 있는 바나나도 무척이나 먹음직스러워 보이고, 남편 먹으라고 사다놓은 양갱도 왠지 맛있을 거 같다.(난 양갱을 안 먹는데도 말이다)

맘을 다부지게 먹어야 겠다. 누구는 10개월만에 36kg도 감량했다는데, 그깟 몇 kg 감량을 못할라구.
약해져선 안된다고 속으로 되뇌인다.
먹거리 앞에 무릎을 꿇어선 안된다고 재차 다짐한다.

난 이제 험난한 다이어트의 길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