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준동소리-
'꼬르륵......꼬 르 륵......'
"막내아들 생일이라 피자에 케이크에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 몇 가지 내 손으로 만들어 주는 것으로 엄마 노릇 하느라 내 딴에 꽤 피곤했었나보다.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자리에 눕자 어느새 잠에 몰려 비몽사몽인데, 옛날 꽈리 불던 그 까마득한 시절에나 들을 수 있었던 배고픈 소리가 남편의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며 내 여린 감성을 자극하자 베갯머리에 막 정착하려던 단잠이 도리질을 해댔다
" ? ... ! '
"이 소리... 당신 배에서 나는 소리예요?"
"응."
"어머, 저녁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참, 피자도 두 조각이나 먹었잖아요."
"그랬지..."
"어유, 그런데도 배가 고파요?"
"응."
남편의 배에서 예고 없이 퉁겨져 나오는 '꼬르륵' 소리가 한편, 정겹기도 했지만, 눈물이 나도록 크게 하품을 쏟아놓고 나는 다시 잠을 청하려고 돌아누웠다.
"거, 웬만하면 그냥 자요. 잠자린데..."
그러나 다시 들려오는 꽈리소리
"꼬르륵......"
"많이 배고파요?"
"응"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자고 싶었지만,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걸리고 배고파서 뒤척이는 남편이 안쓰러워진 나는
"정 그렇다면, 뭐 좀 줄까요?"
"정말?"
"치... 뭐 감동까지.... 당신, 그 뱃속이 차야 나도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으니...할 수 없어서 그러는 거지..."
"정말이지? 두말 없기다?"
"어? 참나, 두말은 뭔 두말을 한다고..."
'그래도 하늘같은 남편. 배고프다는데...' 하며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뭐, 라면이라도 끓여드려요?
"라면은 무슨..."
" ......그럼 밥?"
"바보..."
" ? "
"배에서 나는 소리가 다 밥 달라는 소리 같아?
"그럼 뭐야?"
"이건 호르몬 준동소리야"
"호.르.몬.준.동 소리?"
"호르몬이 준비운동하는 소리라고."
" ~~~~~~~~~~~ "
"켁!"
그날 밤 닭띠 남편은 꼬끼오~~가 아닌 꼬르륵~~~ 소리로 꿈나라로 향하던 인정 많은 아내 돼지를 헷갈리게 해놓고 통 채로 꿀꺽~ 삼킨 후 포만감에 겨워 준동소리가 아닌 천둥소리를 내며 잠에 골아 떨어졌다.
'아, 호르몬 준동소리 무서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