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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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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심한 글라라씨!!


BY 다움 2000-11-02

성당 바자회로 한창 바쁘다. 레지오를 하루 당겨서 우리 집에서 가정 주회를 갖기로 했다. 모처럼 레지오 단원들이 우리 집에 오는 날. 가슴 설레임과 무엇을 찬 거리로 내어 놓아야 할지 고민 끝에 따스한 시레기국에 비빔밥으로 낙찰봤다. 김치도 제대로 담구지 못하는 아직도 철없는 아내지만 나물만큼은 캡이라는 우리 신랑 말에 힘입어...

10시. 아직도 오지 않는다. 부엌창으로 자꾸 시선만 가고... 드디어 데레사 아줌마를 선두로 하나, 둘. 그런데 글라라 씨가 아직도 오지 않는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글라라 씨를 제외하고 레지오를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 집에는 성모상이 없다. 변변한 초 한자루조차 없다. 그래서 뗏세라로 대신하고 주회를 시작했다.

12시다. 구수한 시레기국에 나물 가득, 시큼한 김치 한사발에 엄마가 주신 달짝지근한 고추장으로 맘껏 비볐다. 맛있다고 한다. 이 행복감. 향기 가득한 커피도 한 잔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고. 아쉬움 속에 그렇게 이별을 했다.

자꾸만 뒤돌아 보는 단원들을 보며 가슴 뿌듯함과 행복감에 웃음지을수 있었다.

2시. 글라라 씨의 전화다. 어떻게 된 거냐고 화를 낸다. 성당에서 기다렸는데 우리 단원들은 보이지도 않더라며 오늘 레지오 당겨서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이크.

"오늘 저희 집에서 가정 주회한다고 했었는데요. 잊어 버렸나 봐요."
"내가 이렇다니깐. 걱정이네 정말 이렇게 깜박 거려서..."
성당에서 우리를 한참이나 찾았다고 한다. 바자회로 오늘 하기로 했는데 내가 잘못 들었나 하면서 어떻게 하냐고 정말 걱정된다고 그렇게 잊어버릴 수가 있냐고 하니 웃고 만다.

늘 푸짐한 넉넉한 웃음을 머금고 사시는 글라라 씨. 인스턴트 식품은 몸에 안좋다고 하며 늘 가족 걱정에 토종만 찾으시는 글라라 씨. 그 흔한 커피조차 안 드신다.

이 가을. 하늘은 푸르름만 더해 가고 색들은 짙어만 가는데 글라라 씨의 건망증도 이 가을 아쉬움에 한몫하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