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투명하고, 햇살이 다사로운 4월입니다.
점심을 먹고 짜투리 시간에 꽃집엘 들렀습니다.
갖가지 이름모를 들꽃에서부터, 키큰 나무들까지 저마다의 자태로
이파리가 자잘하고 하얀꽃이 나폴거리듯 피어있는 아기별꽃이라는
보라빛 쟈스민 향기가 코끝을 스치자 나는 지난해의 봄을 추억하기도 합니다.
노오란 후지리아가 간간히 피어난 꽃 한무더기를 질그릇 모양의 화분에 심어서
내가 산 꽃을 보고 사람들은 그거 얼마짜리냐고 묻더군요.
어차피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은
미리서 시들어 버릴것을 걱정하지 않으며
물론 가격이 비싸서 속으로는 몇번이나 망설이며 화분을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서 하는 일에 돈을 쓰며 살고 싶어서
가지를 잘라서 물에 꽃아두는 꽃은 너무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아주 가끔씩은 세상사 모든 시름 잊고서 이렇게 단순해지고 싶어집니다.
발길 닿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끌리어 내 마음이 시키는데로 나를 내버려둘 수 있는 여유로움을
꽃집 주인아주머니는 아마도 내 또래쯤 되어 보였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
나를 위하여 꽃 한무더기 심어볼 수 있는 여유로움에
지금쯤 어디선가 따가운 봄햇살을 받으며 우리가족의 행복을 위하여
이 저녁엔 노오란 꽃향기를 그와 함께 나누렵니다.
아주 가끔씩은 ...
나름의 향기를 간직한채 투명한 유리를 사이에 두고 그렇게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사는 모양새도 저렇게 각양각색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름을 가진 자그마한 분의 파릇함이 상큼함을 더해 줍니다.
보라빛 꽃향기에 매료되어 정성들여 가꾼 덕분에 지금껏 나의 베란다를
바라보는 즐거움으로 넘치고, 늘 푸르게 만들수 있었지요.
팔이 늘어지도록 무겁다 하며 들고 왔습니다.
내가 이거 얼마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아마도 비싸다거나...
죽으면 어떡해 ... 뭐 그런 말들을 하곤 합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그렇기에 더더욱 그 생명을 함께 느끼면서 살고 싶어하는 게
사람의 심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성들여 물을 주고, 영양을 주고, 사랑을 주어
자그마한 화분 하나를 꽃 피우고, 키운다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나에게는 아주 큰 생활의 즐거움이며 보람입니다.
미련없이 그만큼의 댓가를 치르고 돌아설줄 아는 간결함을 지니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오늘 가지고 온 후리지아는
흙속에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피어있는 꽃이라서인지 향기가 더욱 진합니다.
잊지 않고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에서 조금쯤은 비켜간 사람처럼 ... 멀끄러미 서 있어 보고도 싶습니다.
귀찮을 정도로 이런 저런 식물의 특성이나, 가꾸는 요령에 대하여 질문을 해대는 나에게
흔쾌히 세세한 설명을 곁들여 주는 그녀에게서도 진한 사람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땀방울을 쏟고 있을지도 모르는 남편을 가만히 떠올려 봅니다.
그의 어깨에 걸려 있는 고단한 삶의 짐을 어서 나가 받아주면서 ...
이런 마주침을 만들어가며 삶을 가꾸듯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