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하여 강의실을 옮겨 다니는데
강의 실에 들어설 때마다
칠판에 나를 겨냥한 별명이 대문짝만하게
씌여있는것이다. 언제나...
화가 난다는 것보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관심이 많지?
60 년대 초인데도 그는 강의는 듣지도 않고
심심하면 한 주일에 한 번씩 나타난다.
청바지차림에 늘씬한 키에 터프한
인상으로 나타나 피아노실,탁구실,
테니스장 가는 곳마다 나타나 괴롭힌다.놀리고...
아니면 운동장을 누비며 축구를 하거나.
공부와는 담을 싼 문제아.
관심이 있다는 표현조차없이 늘 옆에서 히죽히죽
웃어주거나 유머러스한 말로 우리를 웃긴다.
졸업을 하고 즉각 산골짜기 학교로 발령을 났다.
어느 5월 신록이 아름답고 윤기가 자르르한 날, 그 깊은
산골을 찾아 온 그 친구 얼마나 놀랐는지 당황한
나는 교장선생님께 달려가 오빠가 찾아 왔는데 어떻게 하지요?
응 우리 사택에 와서 우리 정님이 방에서 같이 자야지
아무리 남매라 해도 다 큰 남녀는 한 방에서 자는 법이
아니여.
4년마다 발령을 받아 가면 잊지 않고 찾아 와
잘 살어 그 한마디로 사라지는 그남자 친구.
그는 우리 여자 동창 모임 4명을 방학 때면 3박 4일의
일정으로 전국을 여행시키며 먹여주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준다.
선유도를 가는데 특별 전세 호화선을 대령시켜 편히 모시고
선유도의 바닷가를 끝없이 거닐며 석양을 바라보던 일
사전에 여행 갈 곳을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우리를 놀라게하는
터프가이의 그.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음식집이 어디에 있는가까지
지리산 계곡 달밝은 개울에 발을 담그고 옛이야기의 꽃잔치
대둔산의 정상에서 부르던 젊은 날의 사랑의 노래
눈이 쌓인 관동 저수지의 드라이브
인제 산골짜기의 황토방이 있는 별장의 눈오는 밤과 달
용인 자작나무가 있는 이야기 동네에서 이틀 밤
채석강 파도치는 바닷가의 횟집에서 기울이던 소주잔의 부딪침
무주 리조트 리프트를 타고 정상에 올라 처녀림같은 숲속과
구름속을 노래 부르며 헤매 돌아 다니던 일
우리는 만나면 20대 초의 젊은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
더욱 감동
이사를 가던 날 택배로 배달된
인도네시아의 숲속에서 구한 부갠베리의 환상적인 화분
우리 거실을 환상으로 꾸몄다.
오늘도 출근 하기 전에 물을 주며
젊은날 강의실의 풍경을 회상해 본다.
사랑의 노래 들려온다 아 옛날을 말하는가
기쁜 우리 젊은 날~~~~
흥얼흥얼
그의 부인은 후배인데 우리 선배들에게 대접이 그렇게
융숭할 수가 없다. 냉커피를 타서 시원한 수건을 얼려
비닐에 담아 보낸다던가.
집에 데리고 가서 근사한 대접을 한 다음
소개를 한다.내가 좋아하는 친구였어 인사해
세월이 흘러 중늙은이가 된 지금까지 변함없는 우정.
내 덕분에 여행도하고 즐거운 여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주는 그에게 친구들은 질투가 나서 물어 보곤한다.
왜 은정이를 그렇게 좋아해.
응 순수해서 40년 전의 순수를 보는 것같아.
고향같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때문이라고
남녀의 우정이 이렇게 오래 간다는 것은
서로의 자기 관리와 가정이 튼튼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끄떡하면 불륜이 만연인 이 시대
우리의 순수한 젊은 시절의 우정이
세월이 흘러도 맑게맑게 유지되는 것도
복 중에 하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