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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서서.....


BY rosekim2 2002-04-25

아침 일찍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끙끙 신음을 합니다... 고열이 나고 배도 아프고.. 학교에 전화를 하더니... 조금 늦는다고 합니다.. 아무말없이 지켜 보다가 아홉시 반에 병원에 갔습니다.. 체한것같다구 약을 먹게 한후 학교에 보냈습니다... 자식이 크면 마음대로 말도 할수 없으니... 혼자 모자를 눌러쓰고 주말 농장으로 향했습니다..가로수마다.. 연두빛으로 봄을 노래 합니다.. 그 그늘 밑으로 걷는 우리는 너무나...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리를 건너.... 저멀리 들판에 있는 주말 농장에 갔습니다...그곳에서.. 상추랑 강낭콩 모종을 하서 심었습니다.. 먼지 심어 놓은 얼갈이 배추랑 열무는 뾰족뾰족 얼굴을 내밀어 많이 자라주었습니다... 다시 오고 싶은 설레임을 심어 주는 상큼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모두 심어 놓고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돗나물 미나리... 열무 배추 케일 강낭콩.... 작은 밭에 많은 이름들을 가진 야채들을 심었습니다... 물을 주는 옆 밭에는 간신히 얼굴을 내민 여린 상추잎이 나를 보고 엄마 목이 말라요...나도 물좀 주세요 하는것 같았습니다.. 한쪽 밭을 주니 또 옆에 밭에 열무가 부르는것 같아 또 그곳에도 물을 주었지요 ... 서너밭에 물을 주고 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상쾌한 마음으로 주말 농장을 빠져나와 들길을 걸었습니다... 들판엔 논이 많았습니다.. 서울이란 곳에 이렇게 농촌의 풍경을 만나게 되어보니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논가에....둑이 있었습니다.. 그곳엔 내가 아는 나물이 있을것만 같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여린 미나리 들이 예쁘게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들지 아니한 나는 쪼그리고 앉아.. 미나리를 뜯어 주머니 가득 넣었습니다... 양쪽 주머니가 가득했습니다...
키작은 꽂다지 나물이 노오란 꽃을 피워 하늘 거리며....춤을 줍니다..마음 가득... 엄마 생각이 납니다... 이제는 어디에도 계시지 아니한 우리 엄마... 엄마 엄마는 꽃을 무척 좋아하셨는데.. 혼자 중엉거려 봅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갑니다...
하늘을 힘껏 올려다 보며... 엄마를 불러 봅니다... 한참이나.. 걸어. 집에 왔습니다... 주머니 가득 미나리를 꺼내보니 한 바가지나 됩니다.. 다음어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친구에게 주려고 한웅쿰 싸놓았습니다... 엄마가 남기고 가신 가방을 열어 엄마가 아프실때 입던 옷을 꺼내 냄새를 맡아 봅니다.. 순간 눈물이 쏟아집니다..
엄마 엄마.. 아무도 없는 집에서.. 소리쳐 엄마를 부르며 울어 봅니다..차라리 저 파아란 들판에서.. 더 크게 울어 볼걸 그랬습니다..
그러면 엄마가 더 가까이 나에게 봄바람으로 다가와 위로해 주실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질 무렵 들판에 다시 나갈것입니다...
엄마를 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