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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30


BY 후리지아 2002-04-25

[행복은 주머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있다]
진정한 행복은 물질에 비례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 있다는
것이긴 하지만 좁은 소견으론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물질이 없으면 정신적인 행복도 추구 할 수가 없다는 것이 솔직한
제 심정이니까요...

하지만 지금 사는 제 삶이 불행하다거나, 행복하지 않아
속상한 것 또한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행복이란 단어 자체가
모순은 아닌지 모르겠군요.
어쩌면 우린 가난하여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은패하기 위하여
없어도 마음만 편하면 행복하다 말들을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저역시, 남편이 있어 모든것이 갖추어 졌을때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며 살지는 않았던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불행하단 생각도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2년여전부터 제 사무실에서 도우미로 일을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처음 그분의 방문을 받았을때, 참 심성이 고운분이시구나 했지요.
얼굴엔 고생을 해보지 않으셨을것 처럼 해맑게 웃으시고, 교양도
있으시고...흔히 말하는 부잣집 맏며느리 스타일이였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강산이 두번이나 변하도록 참고 살았던 이유가 무엇이였을까?

8주간의 서비스를 마치시고 어제 음료수를 사들고 사무실엘
방문 하셨습니다. 얼굴본지 오래되어서 보고싶어 왔노라고...
몇시간을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지요.
그 분의 남편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계십니다.
아직 이혼은 하시지 않으셨지만 별거를 하고 계시지요.

처음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그 많은 세월을 무서워서 어찌
살아내셨을까 존경스러웠습니다.
결혼을 하고보니 남편은 정상이 아니였답니다.
물론 중매 결혼을 했고, 중매쟁이로 부터 아무런 말도 들은 것이
없었기에...또한 정신분열이란 것이 어떤 병인지도 모르셨답니다.
살면서...남편이 정말 불쌍하고 가엾어서 무엇이든 다 해주고싶고
감싸주고 싶으셨답니다.
국립정신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도 받고, 심해지면 입원도 하며
몇달은 전혀 발병을 하지 않았고, 몇달은 하루에 한번씩 발작을
하고...이렇게 살아온 세월이 23년이였답니다.
어디를 가든 남편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말을 하지 못하신답니다.
자존심 강하신 그분은, 아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측은하게
여기는 것이 싫어서...
어느날... 밖에나가 일을하고 들어왔는데, 자신의 옷이 방안
가득히 쌓여 있더랍니다. 남편은 벽에 기대어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리며 라이터의 불을 켜 옷에 붙히며 "당신 행복하지?"
하고 묻더랍니다. 대답을 할 겨를도 없이 그자리에서 뛰쳐나와
그길로 다시는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셨답니다.
작은 월세방을 얻어 대학생이던 두딸을 데리고 나오셨다고...
아무것이 없이도 이렇게 행복하다는 것을 처음 느끼셨노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분은 참 행복해 보이셨습니다.

그렇게 별거를 한지 3년이 지난 어제...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아직도 병원에서 약을 타셔서 딸들을 시켜 가져다 주시기도 하고,
적지만 생활비 지원도 해드린다고...
이제 두딸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녀 살만 하시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분은 아가들이 예쁘기 때문에 도우미를 그만 두고싶지는
않으시다고, 자신을 기다리는 많은 신생아들과 산모들을 위해
일 하실 수 없으실 때까지 하시겠노라 하십니다.
어느 일요일 작은딸이 새벽부터 일어나 언니를 깨우더랍니다.
피곤한 언니는 일어나질 못했고...혼자 어딘가를 가더랍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딸이 옷이 바뀌어서,
어디를 다녀왔나 물으니, 아빠가 도배를 하러 오라고 연락이 와서
도배를 해드리고, 저녁을 함께먹고 노래방까지 다녀오는 길이라
하더랍니다.
그 저녁에 딸에게 참으로 고마웠다더군요.
하지만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등만 몇번 쓸어주었다 합니다.

어느날은 큰딸이 아빠가 엄마와 통화한번 하고 싶다고 하니까
전화를 하시라 하면서, 서류정리를 속히 하라는 말도 하더랍니다.
서류가 정리가 되지 않아 만약이라도 아빠가 어디를 가서 사고라도
치게 되면 불쌍한 엄마가 모두 떠 안아야 하는데...
아빠는 건물이 있어 그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로 충분히 살 수 있으니
그 건물이 탐나는 것이 아니라면 빨리 정리를 하시라고...
혹시 남편이 이혼을 이젠 인정을 하나 싶어 전화를 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언제 들어올건데...우리 살면서 행복했잖아!"
하더랍니다. 기가 막혀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온몸에 돋는 소름을
잠재우느라 몇시간이 힘들었노라고 합니다.
지금 이렇게 행복한데, 내가 왜 그 소굴에 다시 들어가 남은 세월을
힘들게 사느냐고...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남편을 아직은 만나고 싶지 않아서 이혼
소송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만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자신을 죽일 것만 같다는
것이였지요. 그래도 웃으시며 이야기 하시는 그분을 뵈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2년전에 이야기 하실땐 눈물이 쉬질 않으셨었거든요.

그래요!
서두에 쓴 것처럼 꼭 행복이 물질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네 삶은 어느것 하나도 모두 갖추어 살게는 하시지 않으십니다.
조금 부족한 것 같아야 행복도 느낄 수 있고, 힘들고 고단한것도
알 수 있으니까요.
제가 늘 오늘을 강조하는 것처럼 그분께서도 오늘 맘껏 행복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하십니다. 가슴이 아픈것은 팔순이신 어머님께
불효를 하며 살고 있어서 죄송하다 하시더군요.
참 착하신 분이구나...
정말 강하신 분이시구나...
속으로, 속으로 감탄을 하며 하루를 마감하였습니다.

산다는 것은...
행복해도 행복하다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마음에 수양을 쌓아, 행복을 느끼고,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처럼, 청명한 가을하늘 같은 저 봄 하늘에 행복이
숨어 우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