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가 내려 하늘이 말갛게 씻겨졌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비가내려 깨끗해진 하늘이나, 도로처럼
그렇게 깨끗해질 그 무엇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별을 아시는지요?
전 이별을 많이한 사람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살아있는 사람과의 이별은 언제고 한번쯤은 만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존재하겠지만...살아 이별하지 않고 세상을 달리한 이별
이라면... 그 이별은 가슴을 더더욱 아리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다시는 볼 수 없는 이별은 체념이 동반하기 때문에
잊고 살 수 있지만 살아 이별하는 일은 체념도, 이해도 되지
않을때가 종종 있습니다.
친정 어머니를 시작하여 오빠 두분을, 남편, 조카를 세상에선
두번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을 하면서 전 많이도 울었습니다.
이젠...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을 만큼...
얼마전 같은날 두사람에게서 이별을 통보 받았습니다.
물론 그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 될지 아니면 어느만큼 세월이
흘러 다시 예전처럼 될지 알 수는 없었지만 가슴이 아팠습니다.
멜을여니, 낯익은 이름이 보였습니다.
두사람의 이름모두...
한사람은 제가 출석하는 교회의 부목사님이셨습니다.
제 조카와 같은 나이이신지라 더 정이가는 목사님이셨지요.
임지가 정해져서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계시는동안 마음 편하게 식사대접 한번 해드리지 못함이
못내 죄송했고, 부족한 것이 많으실 것을 알면서도 모른척하며
지내온 일년여의 세월이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다행이 제집의 대심방이 남아 있었지요.
이른 저녁을 대접해드리고...돌아서 오려는 저와 아이들에게
꽃이핀 곳으로 드라이브를 나가시자 합니다.
근교의 야산으로 나갔지요. 진달래가 웃고, 산벗꽃이 피여나고
오리나무잎이 피고...철쭉이 몽오리를 올리고 있는 산으로...
제 딸아이들과 많은것이 궁금했고, 묻고 싶은것이 많았지만
마음에 있는 말을 다 할 수가 없었습니다.
목사님께서도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만 하실뿐 별다른 이야기는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봄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이별이긴 하지만 아주 이별은
하지 말자고...인사를 드렸습니다.
또 한사람은 일년여동안 사이버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동생이였습니다. 하루에도 몇통씩 멜을 주고받고...
한번도 만나적은 없었지만 동생이 없었던 전, 정말 동생으로
생각을 하며 행복했었습니다.
친구나, 형제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저의 치부까지도 이야길하며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았었지요. 좋은것이 있으면 챙겨주고싶고
좋은말이 있으면 들려주고싶은...
안치환을 좋아하는 저처럼 그 동생도 안치환의 골수팬이였고,
사람을 사귀기 힘든 성격인 저처럼 그 동생도 사람을 잘 사귀질
못하였지요. 하나씩 알아가며 일년을 보냈습니다.
층층시하 시댁에 살면서 힘든이야기도 해주고, 남편의 흉도보고
아이들 커가는 이야기며, 시어머니, 형님을 가끔씩은 욕도 하며
정을 키워습니다.
봄이 시작되면서 많이 힘들어하던 동생에게 전 특별히 해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지를 못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이별이란 제목으로 제게 편지를 보냈더군요.
힘들고 어려워서 자신의 껍질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다고...
가끔씩 동생의 글을 보면서... 세상의 사람들처럼 살아서는
안돼는 아이인데, 결혼하고 자식낳아 기르면서 혹독한 인생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구나 생각을 해었지요. 그것이 늘 마음이
아팠는데... 사람들과 섞여 사는것이 정말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이별을 눈으로 읽으면서 가슴이 아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을 사귀기 힘든 전... 그 누구건간에 먼저 이별을 고하진
못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가슴이 저렸습니다.
아마...그 동생역시 저린 가슴으로 이글을 읽을 수도 있겠군요.
세상을 살다보면 예기치 못한 이별도 해야하고...
보고싶지 않아도 질긴 인연의 끈으로 묶여 만나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불가에서 한 인연이 억겹장생을 거쳐야만 만날 수 있다 합니다.
억겹장생이란 사방4km되는 궤속에 좁쌀을 담아두고, 좁쌀 한알을
꺼내는 것이 한생이라 한다더군요.
궤속의 좁쌀을 다 꺼내려면 수학적으론 계산하기 힘든 세월입니다.
그 많은 세월이 흘러야만 만날 수 있는 인연인데...
우린 만남을 너무 소흘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요.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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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정녕 슬픈일 입니다.
어쩌면 우린 매일 이별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나간 시간과 과거라는 이름을...
그래도 이별하고 싶지 않은것은 사람의 마음일 것입니다.
이별을 하지 않기 위하여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