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즈막한 봄비가
세상의 모든 만물들이 되살아나는 이즈음
엊그제 그녀는 퇴근길 장바구늬를 든채
늘 다니는 길목에 서 있는
언제나 그렇듯 늘 그자리에서
연초록 나뭇잎새들이 빗물에 상큼한 샤워를 하고 있어
선명한 진분홍의 철쭉은
연초록과 진분홍의 대비가 흐린날의 오후를 산뜻하게 바꾸어 줍니다.
이제 곧 오월의 넝쿨장미가
지금 우리가 그럴수 있다는 것은 ...
하늘 한번 바라보며 허탈한 웃음한번 웃고는
자연을 닮아 늘 푸른 사람
무언의 약속을 눈빛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인생의 시린 겨울은
지금의 현실이 아무리 힘들다 하여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가 그러하듯
이렇게 비 오는날엔 누구에게라도
따끈한 차 한잔 마주 하고
주방창가에서 내려다 보이는 연푸른 나뭇잎사귀를 흔들어 줍니다.
곳곳에선 아름다운 봄꽃들의 향연으로 싱그럽고
봄비에 때이른 이별을 고하는 꽃잎들의 흐느낌이 흩어지는 바람결에 애처롭습니다.
보라빛의 살랑이는 라일락 향기를
깊은 한숨으로 가슴 저밑바닥까지 나즈막히 들이 마신적이 있습니다.
도시의 플라타너스는 엊그제 새순을 틔운 듯 했는데
이젠 제법 성숙한 연초록의 반짝임을 담고 있어
마치 성숙한 여름 여인을 보는 듯 합니다.
자연의 발빠른 흐름은 그렇게 아무일도 없는 듯
제 한일을 다 해내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하기로 약속된 일을 해 내듯 ...
한층 더 푸르고, 맑은 공기가 뺨을 스치는 오후입니다.
누가 나 좀 보아 달라고 어여쁜 탄성을 지릅니다.
담장 한켠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나겠지요.
그날을 기약하며
친구와 난 비온뒤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호흡합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대로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일꺼라며 ...
사는게 다 그런거라며 다시 삶속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오늘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에
유난히도 새삼스러운 듯한 감동을 맛볼 수 있어서
행복한 오후입니다.
자연을 닮아 늘 자라는 사람
자연을 닮아 늘 향기로운 사람
자연을 닮아 늘 한결같은 사람으로
우리 언제까지나 그렇게 서로에게 남아 있자고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를 함께 느껴볼 수 있어서
살아가는 일이 참 고맙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만 같아 한없이 봄이 아득하게 느껴진적 있지만
약속을 잘 지킬줄 아는 자연은 어김없이 올해에도
제 할일을 해 내고 있습니다.
기다림을 저버리지 않는 사람에겐
언젠가는 그 약속이 지켜질것이란 믿음을 키우며 살아내고 싶습니다.
희망은 그렇게 우리들 마음속에 이는 아름다운 기다림일꺼라고 ...
그 말이 하고 싶어집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고서도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로가 알 수 있는 마음의 깊이를 가진 이들이라면
더 없이 좋을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