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젊어 보인다.
아니 억수로 젊어 보인다.
나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여자들이 친구하자구
실실 웃으며 꼬셔놓고는 시간이 지나 내 나이를 알게되면
뒤로 다 넘어져서 뒤통수를 깨고야 만다.
속았대나? 어쨌다나?
(내가 일부러 속였나? 지들이 잘못봤지?)
얼마전 까지만 해도 남들이 그렇게 봐 주는데로
나 역시도 한동안 젊다는 착각속에 살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을 마주할때면
"저게 나야? 에이,설마?"
"내가 월매나 젊은데? 꺄불구 있어"
도리질을 세차게 해대다가 다시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가뭄에 갈라터진 논밭마냥 여기저기 주름이 가 있고,
집중호우에 밤새 감쪽같이 축대가 무너져 버리듯,
눈 밑에,볼따구니에,무너져 내린 살들이 모래성을 이루고 있다.
이제는 아예 거울속의 나를 째려보기 시작한다.
"니가 나야? 나라구?"
"그으래,너야,임마. 이게 너니까 정신차려,얌마"
"에이,아니라니깐,이게 어디서 자꾸 나라구 지랄이야,지랄이"
한바탕 이리 눈싸움을 하다보면,
눈물이 고여(눈에 힘주니까) 마주하고 싶지않은
내 모습이 불행중 다행히도 어느새 흐릿해 간다.
아무리 부정을 해본들,
저 만치 앞서가는 세월을 누가 잡을수 있으리오!
이젠 죽어도 젊지 않다는 생각에
찬물 바가지를 뒤집어쓴듯 몸살끼를 노상 달구 살지만,
남들은 예전과 변함없이 나의 노화를 눈치채지 못한다.
어쩌다 한번씩 모임에 나갈때면
"나는 늙었다. 아니 나는 억수로 늙었다." ㄴ생각에
속으로 주눅이 들어 어깨가 쳐지고 울상인데도
"마님,아직도 고우십니다"
남들은 그렇게 얘기를 하니 이게 어찌된 영문이고?
사람들이 흔히들,
잘 나온 자기 사진을 보고는 "어마야! 왜 이렇게 못나왔어?"
애통해하구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못 나온 남의 사진을 보고는 "너 참 이쁘게 나왔다"하는
그런 심뽀여서일까?
"마님,아직도 고우십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소리에 힘이 나는걸 애써 부인하지 않으련다.
아니 계속 착각속에 살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