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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과 노처녀


BY 느티나무 2002-04-13

내가 방랑시인 김삿갓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시절 스피커
를 통해서 나오는 '김삿갓 북한 방랑기'를 듣고부터이다. 그 당시 낮
12시 55분부터 1시까지 김삿갓이 북한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실제
로 보고 들은 것처럼 방송극 형식으로 들려 준 것이다. 시작할 때와
끝날 때의 타이틀 음악이 너무나 구슬프고 또 김삿갓 역의 성우가 아
주 실감나게 연기를 해서 정말로 북한을 다니면서 보고 들려주는 것으
로 착각했었다.


그 뒤로 학교 선생님들한테서 몇 마디씩 줏어 들으면 정말 천재인가
보다 하고 감탄을 했었다. 또 군대가서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 수송학
교에서 운전교육을 받았는데 그 당시 교관이 강의 중에 양념으로 김삿
갓의 일화와 시를 얘기해주었다.


김삿갓은 본명은 김병연(金炳淵)으로 1807년(순조7년) 경기도 양주에
서 김안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다섯 살 되던 해에 일어난 홍경래
난때, 선천 부사로 있던 할아버지(김익순)가 반란군과 싸우지도 않고
항복하여 역적의 집안이 되어 멸족의 화를 입기에 이르렀다. 후에 정
상이 참작되어 벌이 감해지기는 했지만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돌아가
시고, 어머니는 자식들이 멸시 받는 것이 싫어 강원도 영월로 옮겨 신
분을 감추고 살았다.


나이 어린 김삿갓은 자기 집안의 사정을 모르고 자랐다. 뛰어난 재능
이 있어 5세에 글을 배우기 시작하여, 열 살 전후에 이미 '사서삼경
'에 통달하였고, 글재주 특히 시 짓는 재주가 뛰어났다.


20세 되던 해에 영월 고을에서 실시된 백일장에 나가 장원을 했다. 그
때의 시제(詩題)가 "가산 군수 정시의 충성스러운 죽음을 논함, 김익
순의 죄가 하늘에 이를 정도였음을 통탄해 보아라." 였는데, 그는 김
익순이 자신의 할아버지인 줄도 모르고 '백 번을 죽여도 아깝지 않은
만고의 비겁자'라고 경멸하는 시를 쓰게 되었다.


이후 어머니로부터 집안의 내력을 듣고 역적의 자손이며, 조상을 욕되
게 한 죄인이라는 죄책감 때문에 처자식을 둔 채 방랑의 생활을 하게
되었다. 조상을 욕되게 해서 해를 볼 수 없다 하여 삿갓을 쓰고 평생
을 전국을 방랑하며 살다가 57세의 나이로 전라도 어느 선비의 집에
서 세상을 떠났다.


김삿갓이 가는 곳에는 언제나 술과 시가 있었다. 한 잔 술에 시름을
털고, 한 잔 술에 시 한 수를 지어주는 그는 재치와 기행의 천재였으
며 해학과 풍자로 가득한 수많은 시를 남기고 갔다. 그의 시들은 오늘
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김삿갓이 함경남도 단천에서 3년간 서당 훈장을 했다. 인심 좋은 어느
노파가 처녀귀신을 면하게 해주라며 노처녀를 하나 소개했다. 처음에
집에 두고 온 부인도 있고 해서 거절을 했다. 그러나 하도 밀어부치는
바람에 못이기는 척하고 허락해서 첫날밤을 치루었다.


노처녀와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고 나서 깜짝 놀라서 일어나 시
한 수를 써서 신부에게 주었다.

모심내활(毛深內闊) 필과타인(必過他人)
(털이 깊고 안이 넓으니 필히 다른 넘이 지나갔구나.)

신부가 읽어 보니 처녀가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처녀왈 "엥! 이게
무신 아닌 밤중에 홍두깨랑가?"하면서 대뜸 삿갓의 붓을 뺏어서 시
한 수를 내리갈기는디...

계변양류불우장(溪邊楊柳不雨長) 후원황율불봉탁(後園黃栗不蜂坼)
(시냇가 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절로 자라고, 뒷동산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절로 벌어진다오.)

야, 듣고 보니 김삿갓 한 방 먹은 거라. 여자의 은밀한 곳에 있는
수풀이 비가 온다고 자라며 뒷동산 밤송이는 벌에 쏘여야 벌어지냐
말이다. 그래서 김삿갓 정중히 사과하고 신부를 달래주려고 다시 함
품어주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은근히 화가 나려고 한다. 김삿갓, 떠돌이 주제에다
저는 총각도 아니면서, 노처녀일망정 처녀는 처녀인데 의심을 하고 지
랄부르스? 감지덕지(感之德之) 해야할 처지인 줄도 모르고서리...


자, 마지막으로 아줌마님들에게 드리는 수수께끼 하나 짱!~~~
삿갓님이 다음과 같은 아리송송한 시를 한 수 쓰셨는데 무슨소리?


위위불염갱위위(爲爲不厭更爲爲) 불위불위갱위위(不爲不爲更爲爲)
(해도 해도 싫지 않아 다시 하고 또 하고,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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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결혼한 아줌마, 아저씨들은 말해주지 않아도 다 아는 것임
(ㅎㅎㅎ ㅋㅋㅋ)

자, 또 주말이 되었네요. 잼있는 주말되세요. 가족의 건강과 화평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