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로 인해 뿌였기만 한 오후는 오히려 스산하기까지했다.
비가 온다고 했던가? 바람이 점차로 세게 불어왔다.
이런 날에는 왠지 마음이 더 우울해 진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유치원으로 보내고 난 후의 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인지라 컴 켜놓고,모짜르트를 들으며 공과책을 집어들었다.
너댓줄을 읽어내려가는데......
가물가물 전화벨 소리가 나를 깨우고 있었다.
"네에(난 "여보세요" 라는말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
"응,나야 뭐해?"
오래된 친구처럼 편하고 기분좋은 사람이 또 있으랴....
"어엉,누워 있었어,왜?"
"우리 어디좀 가자,응? 애들데리고 여행 한번 다녀오자."
"어디로?"
"글쎄....아!손님오셨다, 이따 다시 전화 할께?"
우리의 대화는 늘 이러하다.제법 큰 의료기 장사를 하는 관계로...
어리버리 시간은 왜 이리도 잘가는지....
작은 아이가 먼저 돌아온다.아이의 손을 잡고 끌어안으며 "오늘 뭐했어? 뭐 먹었어?" 쉼도 없이 물어본다.
아이는 늘 "응 잘 놀았어여.."
그것이 전부다.아직까지 말이 잘 안되는 터라,늘 지 하고 싶은 말만 한다. 큰 아이가 도착하자마자 냉장고부터 뒤진다.
"뭐해줄까? 스파게티 먹을래?,계란 삶아 줄까?" 그러고는 물을 올려 놓았다.
깨질듯한 전화벨소리에 목소리를 가다듬고는"네에?"하며 말꼬리를 올린다.(오래된 나의 습관을 배꼽쥐며 웃는 친구도 있지만..)
교회 꽃꽂이를 하시는 권사님이 내생각 하시고 내가 좋아하는 꽃을 한다발이나 사오셨다며, 지금 집앞으로 가고 있으니 현관으로만 나오라는, 비가 오고있으니, 밖으로는 나오지말라는 친절한 전화였다.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지나가는소리로 "난 카라가 좋더라.."하는 소리를 들으시고 그 꽃을 사오신 것이다. 비가 오고, 천둥치고,번개까지 치고있는 지금말이다. 단숨에 뛰어 내려가 서성이고 있었다. 비속으로,권사님께서 한다발의 꽃을 들고,내게로 뛰어 오셔서 내게 건내주고는, "이쁘지?" 하시며 바삐 돌아 가셨다.흥분된 마음에 고맙다는,들어가셔서 차 한잔 하고 가시라는 말도 못한채 좋아 날뛰는 아이처럼 손만 한참을 흔들고 들어왔다.
아!아! 얼마만의 선물이란 말인가! 이토록 가슴 설레게 하는선물이, 꿈에도 생각지않던 그런선물이!....
권사님의 사랑이 가득 담겨진, 함박웃음을 먹은,그 얼굴이 내게는 더 큰 선물이 되어,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선물로 내게 다가왔다.
오늘은 권사님으로 인해 마음속 깊은곳에서 잔잔한 파랑이 일었다. 손끝이 떨려온다.행복에 겨운 작은 떨림이 나를 감싸고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