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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주부의 영.화.수.다 - 16. 어디로? 집으로!!


BY 꼬마주부 2002-04-12

꼬마주부의 영.화.수.다

- 16. 어디로? 집으로!!

4월 5일은 식목일이자, 날씨 화창한 금요일이자, 대학 동기가 봄날의 신부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날씨는 징글맞게 화창했고, 오랫만에 만난 대학 선후배들은 그 동안 있었던 즐겁고 괴로웠던 일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냈었죠.
결혼하고 싶어 미치겠는데도 아직 혼자인 준희,
결혼 5개월만에 5개월 된 아가를 뱃속에 모시고 온 은숙 선배,
나날이 예뻐져서 가만히 있으면 꽃인 줄 알고 꺾어가버릴 것만 같은
정하,정옥,혜진 후배...
그리고 마땅히 입고 갈 옷 없어서 2만원짜리 바지랑 5천원짜리 남방 비스끄므리 한 거 입고 간 불쌍한 나...나는 왜이렇게 늘 촌스러워 보이는지....

결혼식이 끝나고,
"언니 이제 어디로 가?"
"나 동생이랑 집으로 보러 가기로 했어."
"집? 이사가게? 벌써? 음~ 어디로 가는데 엉? 엉?"
"어...CGV로...."


고 3 막내동생의 추천으로 '집으로'를 보러 갔습니다.
전 단지, 김장훈 뮤직비디오 '미안해'에서 열연한 남자아이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그 귀여움을 기대하며 갔습니다.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더군요.
고놈 참 귀엽게 잘 연기하데요.

젊은 시절, 영화 한 편 봐 본 적이 없다는 할머니 역시 말 못하는 할머니 역을 부족함 없이 잘 해 주셨습니다.

남자 아이와 엄마로 나오는 두 명만 빼고는 모두 현장에서 캐스팅 된 동네 사람들이라는 거 아시죠?
그래서 그 덕에 리얼한 배우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막대기 아저씨, 슈퍼 할머니, 동네 머스마와 여자애, 등장 인물은 많지 않지만 각 인물마다의 특정요소가 있어서 한 명이라도 빠뜨리고서는 "집으로"를 이야기 할 수가 없을 지경이예요. 아! 미친소와 똥개 녀석 까지도....

앉았던 극장 의자 붙잡고 낄낄대다가...흑흑 울다가...한 시간 넘게 그러고 나니 내 촌스렀던 차림새가 하나도 부끄럽지 않더군요.
뭐든 마음이 중요한 것이라고, 고무신도 꿰매 신고 사시는 할머니가 콜라 좋아하고 버릇없는 손자에게 운동화를 사 주신 할머니의 깊은 마음처럼, 나 역시 비록 옷차림은 촌스러웠지만 결혼하는 친구를 축하하기 위해 땀흘리며 갔던 마음은 온전히 전해졌을 것이라고...믿어의심치 않습니다. 헤헤.

아참! 영화가 끝나고 부랴부랴 자리를 뜨지 마세요.
흘리신 눈물 정리도 좀 하시고 가방도 정리도 하시다 보면...화면에 배우이름과 스텝이름이 뜨잖아요. 그거 다 읽으신 후 자리를 뜨세요.
또 한 번의 웃음이 남아있답니다.

모두들, '집으로' 보시고 '집으로' 돌아가셔서 할머니'집으로' 안부전화라도 한 통씩 드리는게 어떨까요....


2002. 4. 12
영화에서 할머니가 예쁘게 넘어지시던 모습만 기억나는,
꼬마주부였슴당.

추신 1. 일부러 자세한 내용은 안 썼어요. 전 동생한테도 듣고, 티비에서 내용 보고 영화를 보니까 그 부분들은 영 재미가 없더라구요.

2. 어느 인터뷰에서 보니까 할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감독을 빗자루로 때려버릴려구 했어..."
하두 똑같은 걸 계속 시켜서 화가 났다나요..하하.

3. 전철역 앞 벚꽃나무 아래에 자전거 주차 시키고 예식장 갔다가, 극장 갔다가 오니 자전거 바구니에 벚꽃잎이 한 가득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밤, 전 본의 아니게 벚꽃잎을 길에 뿌리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어여쁜 봄처녀가 되어버렸지요...아니다, 봄아줌마가 되어버렸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