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우중이가
지각하면서 미안해 가져온 흑장미가
다 시들어 좀 괜찮은 한 송이만 꽂아놓았다.
월요일 아침이 되어 출근을 해 교실을 들어서니
코에 스치는 향긋한 냄새가 나를 반긴다.
어 이 꽃 누가 가져온 거지요?
선생님 우리 엄마가 꽂아 놓고 가셨어요.
하고 말하는 선홍이의 눈이 반짝반짝 온세상이
자기 것인양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꽃처럼...
외롭게 꽂아있던 장미조차 생기가 돋는 것이다.
안개꽃과 후리지아가 너울너울 아침의 상쾌함을 더욱
부추겨 준다.
자,오늘 자습은 이 꽃을 음악을 들으며 그려 보아요.
고사리 손으로 아름답게 색칠해 가는 우리 천사들
갑자기 크레파스로 책상을 두들기기 시작하는데
아니 이게 무슨 소리? 가만히 들여다 보니 안개꽃을
점으로 찍어대느라 정신이 팔려 있다.
어느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면 금방 세균이
퍼지듯이 온 교실은 그 아이디어가 춤을 추듯 각가지의
방법으로 퍼져 나간다. 호수 위에 작은 돌이 잔잔한
물결을 멀리멀리 퍼지게 하는 마력처럼...
자, 다 그린 친구는 그림판에 붙입니다.
우리가 약속한 질서 줄을 똑바로 서서 기다리는 마음들
얼마나 이쁜지 나에게 미소를 안겨준다. 어린 아이들은 이처럼
약속을 잘 지키는데 어른이 되면 왜 그 모양들인지.
민경이는 이런 글을 옆에 써 놓았다.흑장미야 너는 좋겠다.
후리지아와 안개꽃 친구들이 왔으니 외롭지 않겠지?
민혁이는 안개꽃아 너는 꽃이 작아서 안개꽃이니?
그러나 안개보다는 커서 다행이다.
아이들의 생각은 깨끗하다 순수하다고 할까?
은수는 길쭉하고 날씬한 투명한 유리병을 다 찌그러진
국그릇처럼 표현을 했다. 평소에 은수는 교실을 돌아다니고
싸우고 자기 주위를 치우지않고 교실에 돌아다니는 연필은
회색빛 연필로 모두 은수것이다. 선생의 의자에 앉아 책상위의
것을 다 만지고 니것 내것이 없고 간섭을 하느라 자기의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않아 많이 신경이 쓰이는 아이다.
수업시간마다 화장실 가느라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않는다.
화장실에 가면 들어오지 않는다. 무엇을 하는가 내다보면 그냥
텅빈 운동장을 돌아다닌다.
은수를 데리러 온 엄마와 대화를 해 보았다.
은수를 임신해서부터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셨단다.
시어머니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은수에게 매질하고 고함치고
나무라고 하면서 키웠단다.
은수는 다른 아이와는 다르게 얼굴이 피곤해보이고 거칠고
짜증이 얼굴에 가득한 아이다.
어른의 잘못으로 아이의 심성은 거칠고 삭막해지고 자아는
많이 망가졌다.어린아이의 자아는 무의식적으로 찌그러진
그릇으로 표현이 된 것이다.
죄없는 아이의 자아만 망가진 것이다.
이런 아이는 그대로 크면 특히 어른이 되어 결혼하면
부인에게 그 무서운 바가지가 씌워지는 것이니
얼마나 무서운 일일까?
짜증내고 고함치고 담배 피우고 술 먹고 여유가 없고 내면세계의
분노는 못된 감정으로 커져서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가 된다.
심리치료에서는 이런 상처받은 자아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돈이 요구된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동작치료
원예치료 대화를 통하여 내면의 세계를 순화시키는 작업을
하지만 몸의 증상처럼 완전한 치료는 불가능한 것이다.
증상은 남는다. 어느때 다시 도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서 빨리 치료하는것이 그나마 좋은 것이다.
좋은 클레식 음악, 아름다운 그림, 부드러운 실크 헝겊 만지기
신체표현활동, 수채화물감 번지기 놀이, 돌과 자갈을 만지고 놀기
실 뜨개질, 만지락으로 싫은 사람 만들기, 들꽃 그리기
어머니의 부드럽고 사랑스런 눈마주침과 피부 부비기등
아이는 어머니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한끼를 굶어도 어머니의 다정한 목소리와 사랑의 눈길은
아이의 정신과 영혼을 안정시킨다.
오늘 아침 후리지아와 안개꽃으로 은수의 마음의 상처를
알아냈으니 그 아이와 많은 사랑의 대화와 칭찬과 인정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꽃은 아름다운 모습과 같이 아름다운 일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