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도 잘 깨우칠 수 없었던 부분을, 지금에와서는 나보다 훨씬 젊은 세대를 보며 반면교사하는 부분이 상당수 있으므로.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회의를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여자의 이중성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곰보다는 여우가 낫다는 말로, 여자의 이중성을 미화하거나 또는 합리화시킨다.
하지만 영악한 여자보다는 지순한 여자에게 점점 더 호감을 갖게되는 것은 비단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에서일까?
아마도 그것은 어쩌면 이제 나는 내가 누군가에게 선택당할 나이보다는, 누군가를 선택해야 할 나이로 향하고 있음은 아닌지.
다시 말해 나는 남의 며느리가 될 나이는 이미 지나가고, 이제 얼마 후엔 오히려 며느리를 골라야 할(?) 입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이야기.
난 영악한 며느리보다는 차라리 곰같이 우직한 며느리를 원한다.
영악한 사람과의 대립에선 자신이 없고, 끊임없이 변신하는 영악함에 또한 내자신이 당해낼 재간이 없으므로.
나는 20대의 가장 좋은 시기에, 어느 대기업의 무역회사에서 근무를 했었다.
그 곳에는 참으로 많은 여직원들이 있었고, 아주 많은 종류의 여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던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대신에 그 여직원들과 지내면서 내가 역겨워하거나 지겨워하고, 때로는 혐오했던 여자들의 타입은 이랬다.
특히 싫었던 것은, 여직원들만 있을 때와 남직원도 함께 있을 때, 아예 말투와 태도가 완전히 돌변하는 내숭형이다.
여직원끼리 있을 땐 화일 박스까지 혼자서 번쩍번쩍 잘도 들다가, 남직원만 있으면 괜히 약한 척 하며 도움청하는 여자.
부서 회식 가서는 얼마 먹지도 않고도 금방 배가 부르다며 이슬만 먹고 사는 요정 시늉 다 내다가, 여직원 회식에선 추가 공기밥까지 시켜먹고 '역시 배부른게 최고라니깐!' 하는 여자.
여직원 화장실에선 용변후에도 손 한번 씻지 않고 당당히(?) 나가던 여자가, 야유회가서 남직원 앞에선 유난히 깨끔을 떨며 수건, 비누들고 설쳐대는 여자.
여자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을 때 보니, 속치마 레이스는 찢어지고, 겉치마 단은 ?어졌던데, 거울앞에서 새빨갛게 입술을 칠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남직원 앞에서 대단히 단정한 척 하고 있는 여자.
자기 애인도 아닌, 아무 남직원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호들갑스런 애교와 너스레를 떨고나서는, 그게 직장 여성의 지혜로운 처세인양 착각하는 여자.
...... 등등 참으로 많은 유형의 여자들이 있다.
6년 넘게 매일 같이 그런 여자들을 주변에서 흔히 봐오며 지냈다.
거기에서 내가 느낀 것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여자가 추해보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도 '애교가 많은 여자'에 대해서는 체질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
남자나 여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 있을 때에 자기들만의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야 어떠랴!
그 또한 사랑의 다른 표현으로 오히려 아름다울 것이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그러니까 아무에게나 여자가 애교를 보이는 것은 추해보일 뿐더러 거부감마저 든다는 게 내 생각이다.
특히 남자랑 있을 때와, 여자랑 있을 때에 아예 돌변하는 유형의 여자는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역겹다.
여자들은 변덕이 심하거나 권모술수가 능한 남자에 대해서는 철저히 경계하고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왜일까?
외모에 관계없이 우직하고 순진한 남자가 여자에게 호감을 주는 것은, 바로 그 진실성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여자 또한 남자와 다를 것이 조금도 없다.
너무 무뚝뚝하고 차가울 것까지야 없겠지만, 여자도 진실되고 안팎이 똑같은 지순한 타입이 남자에게 호감을 주지 않을까싶다.
사람들이 왜 창녀를 욕할까?
매춘부, 매소부라는 말로 왜 그들을 비난하고 매도할까?
그것은 그들이 몸을 팔고 웃음을 파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고, 그런 것들이 완전히 장삿속 친절과 거짓 행동이기 때문이리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여러 날을 살아온 것처럼 아무 남자에게나 감겨오는 그 여자들에게서, 과연 남자들이 진실을 느낄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여자의 이중성은 일시적으로는 매력으로 비출 수 있으나, 결코 그것이 진정한 매력은 될 수 없다고 본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