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바람이 불 수록 겸손해져라] 라는 글귀를 언젠가 읽은
기억이 납니다. 봄이라고 고개를 내민 모든 식물들에게 이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고, 황사가 침입을 하고...
이러한 시련을 맞본 식물들은, 더 튼튼하고, 더 아름답고,
더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달콤한 열매를 맺을 것을 믿으니까요...
지난 일요일엔 주일예배를 드리고 아이들이 어디를 함께 가자고
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었던 전 따라나섰지요.
부분세일을 하는 백화점엘 데리고 들어갑니다.
구두코너가 즐비한 쪽에 서더니 어미의 구두를 한켤레 사주겠다고
합니다. 제가 신고있는 구두를 내려다보니...먼지가 쌓여있고
낡아 있었지요. 그래 너희들이 어미의 낡은 구두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구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열심히 구두를 골랐지요, 마음에 들면
사이즈가 없고, 발에 맞는것은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고...
어느코너는 수제화라 하여 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고...
아이들은 값은 생각하지 말고 편하고 어머니 마음에 드시는 것으로
신으시라 말합니다.
두시간여를 돌아다녀도 마음에 드는 구두를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이름있는 수제화코너에서 구두 한켤레를 만났지요...
"230mm로 보여주세요." 점장인듯한 나이있음직한 남자가 구두를
들고와 신어보라 합니다. 많이 걸어 부은듯한 발을 끼워보니
맞는듯 싶었지요...그 남자, 밑창을 하나 대어주며 신고가라 합니다.
그 자리에서 신고 걸어보니 약간은 헐거운 기분입니다.
크다고 말하는 제게 "저희 구두는 사이즈가 약간 작게 나오기
때문에 이 사이즈를 신으셔야 맞습니다." 라고 대답을 합니다.
계산을 마치고...돌아서 나오다 다시 들어갑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크니까 230으로 주세요..."
그 남자 구두를 들고 꺽어도 보고 주물러도 보고 밑창도 하나
더 깔고 그냥 신으라 합니다.
그냥 230으로 주세요. 그남자 그제서야 230은 없는데요 라고
대답을 하더군요. 전 화가나기 시작했습니다.
"첨 부터 없으면 없다고 하셔야지 맞지도 않는 신발을 억지로
파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환불해 주세요."
화를내는 저를 아이들이 달래고, 환불을 받아 다른 곳으로 갑니다.
결국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구두를 한켤레 사들고 지친
몸으로 집엘 돌아 왔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해 지기 시작합니다.
큰녀석이 아르바이트를 해 월급을 받아 어미의 구두를 사주고
싶은 예쁜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짜증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구두값이 만만치 않으니 작은녀석은 언니에게 미안했던지
용돈에서 조금 내어 놓겠다 말을 합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구두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저는 불평을
합니다. 그때...아이들이 한마디씩 하더군요.
"엄마, 맞지않는 사이즈를 준 그사람들이 구두를 팔려고 했던것은
잘못이지만 엄마가 좀 심하셨어요. 엄마가 가끔 화를 내시면
저희들은 참 민망하거든요, 그사람들이 잘못은 했지만 짜증내시지
않으시고도 얼마든지 좋은말로 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제 생각엔
엄마가 그 성격을 좀 고쳐 주셨으면 좋겠어요..."
"엄마 그사람들도 얼마나 치사하겠어요, 구두 한켤레 팔려고
맘에도 없는 말 해야하고 더러운 발도 만져야 하고...
다른것에는 다 너그러우시면서 엄마와 관련된 것에는 왜 그렇게
민감하신지 이상해요."
참 부끄러웠습니다.
전 아이들에게 그래 이제부터 고치도록 해보마... 말은 했지만
고쳐질지 제 자신이 알 수가 없었지요.
어느새 자라 어미의 단점을 지적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젠...
정말 나이를 먹었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까탈스럽게 구는 버릇이 생긴것이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부터인듯 합니다. 누가 뭐라 하지 않는데도 전 혼자 제자신을,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부드럽게 해도 될 말을 늘
한톤을 높혀서 했던 것 같습니다.
부드럽게 말하다 보면 상대가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때문에
톡 쏘며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나이가 더 들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온화한
마음을 기르도록 해야 겠습니다.
산다는 것은...
어른이라 하여도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있듯...
시련을 겪은 식물들이 향기로운 꽃을 피우듯...
많은 일들을 이기고 이자리에 왔으니 겸손해 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사람의 향기를 날려야 하니까요...
산다는 것은...
사람은 사람다운 향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