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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호스 아줌마의 신문읽기2화 - 未堂 입원


BY 닭호스 2000-11-01

어제 신문에 未堂 서정주 시인 입원이라는 기사가 났다..

곡기 끊은 뒤 기력이 빠져 오늘 예정 미국행 연기라는 내용의 기사였다..

미 캘리포니아주의 랠리시의 큰아들 승해씨의 집을 가리켜 늘

"파라다이스야."

라고 말씀하시하던 미당 서정주옹께서 미국행을 앞두고 돌연 기력이 쇠잔해져 오늘로 예약한 항공편을 취소하고 서울 K병원에 입원해 계시다고 한다..

이렇게 기력이 쇠잔한 노친네의 기사를 읽거나.. 주위에서 걸음을 잘못하시는 노인분들을 접할때면 나는 항상 연로하신 나의 외할머니의 생각에 젖게된다..

아빠가 내가 대학 4학년이던 당시 돌연 몇 해전 사두신 감나무밭에다 존 말로 전원주택, 바른말로 촌집을 지어서 이사를 가자고 빡빡 우겨 그 때 당시 촌살림사이의 무서움을 잘 인식하지 못하였던 불쌍한 엄마가 나를 버리고 아빠를 따라 두메 산골로 홀라당 이사를 들어간 후.. 나는 외할머니집에 얹혀 살게 되었다...

혼자살이에 적적하신 외할머니는 쌍수를 들어 반기셨고.. 그날로 나의 눈물읍이는 들을수 읍는 불쌍한 삶이 시작되었다..

외할머니께서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외손녀를 위해 친구들과 집에서 점심 계모임이 있으신 날은 짜장면을 한 그릇 꼭 여분으로 시켜놓으셨다..(나는 원래 짜장면을 무지 조아한다.. 그러나.. 불은 짜장면은 몬 먹는다..)

그리고는 내가 학교를 마치고...
영어 학원을 돌아.. 다늦게 집으로 들어서는 밤10시...

"경아.. 내 니 묵으라고 점심 때, 짜장면 시켜놨다..니 짜장면 조아하제?"

불대로 불어서 비벼지지조차 않는 짜장면을 꾸역꾸역 먹고 있노라면...

"다음부터는 시키자마자 비벼놔야겠대이.."
하시며.. 짜장면을 먹고 있는 안스러운 눈길을 주셨다..

그리고...또 할머니는...
내가 변기에 앉아 있을 때면 어김읍이..문을 벌컥 여시고는

"니.. 나올때 물 누지르지 말그라.. 내 들어갈끼다."
라는 예나 지금이나 깔끔 빼면 시체인 내가 지키기에는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시곤했다..

내가 까먹은 척 하며 변기를 누르고 나오기를 몇번..
할머니는 아예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내가 볼일을 끝내고 물을 안 누르도록 감시를 하셨다...

그때부터 생긴 버릇인지.. 나는 걷지 못하고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는 백일짜리 딸과 단둘이 있는 요즘도 꼭 화장실 문을 걸어잠근다.

그런 할머니가 나의 결혼을 앞둔 바로 그 전날.. 돌연 쓰러지셨다.. 그리고 헛소리를 하시고.. 가족 아무의 이름도 기억 하시지 못하였다..

가족들과 친지들은 모두 내가 할머니를 두고 떠나는 것에 너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탓에 할머니가 그렇게 되셨다고 했다.. 그렇다고 내가 결혼을 안 할수는 읍는 노릇이고.. 나는 결혼을 하였고.. 할머니는 나의 결혼식에 참석하시지 모하셨다..

할머니는 그 후 조금이나마 기력을 회복하시고 혼자 사시던 작은 아파트를 처분하시고 지금 둘째 이모네집으로 가셨다. 결혼을 하고 둘째 이모네를 종종 찾을 때마다 이모는 늘 나의 결혼식 비디오 테이프를 가리키며..

"낮엔 늘 저걸 틀어달라 하셔..그래서 보고 또 보고.."
라고 말했다..

오늘 문득... 미당 서정주옹께서 부인 방옥숙 여사와 지난 10일 사별하신뒤 기력을 잃었다하셨는데..할머니는 외할아버지와 사별하신 20여년전에도 놓지 않으셨던 정신을 나의 결혼식이 있던 작년 가을에 놓으셨으니.. 나를 더 사랑하셨나보다..

서정주님의 시..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라는 싯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 밤이 깊었다..
내일은 왠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 될것만도 같다.
그러면 나는 그리운 나의 외할머니를 맘껏 그리워해야겠다.. 그리고 오후에는 할머니한테 전화라도 한통 넣어야 겠다..

딸그닥 딸그닥 이럇 닭호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