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했던 천변의 벚꽃이 비바람에 무참히 낙화되어 버리고
꽃이 있던 자리에 파릇한 잎새가 금방 나왔는지 뽀글거린다
신록의 계절도 멀지 않았구나
보리 이삭이 두어뼘이나 자라나 있고
들판 어디에서던지 쑥이랑 들꽃들이 시야에 잡히며
가뭄으로 타들어가던 농심에
내리는 빗줄기는 반가움을 쏟아 붓는다
죽어있는 듯한 나무 줄기에 생명이 움트고
마늘밭에서 겨울을 이긴 강인함이
금새 온 산천이 반절이나 초록이 섞여있다
앞산이 안개에 젖어 뿌옇게 서려있지만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선명히 들러날 고운 자태를 기대하며
싱그러운 색깔 속에서 오늘도 난 희망을 가슴 가득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