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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마디가...


BY 소낙비 2001-04-04

어제 제일 친한 친구집엘 갔다.
그저께 전화로 내가 안좋은 소리를 했을때
울먹이는것 같아 영 맘이 찝찝하여 친구 생일도
지났건만 핑게 삼아 들렀었다.

친구와 나는 공교롭게도 같은날 결혼을 했다.
그래서 서로의 결혼식은 보지도 못했다.
친구는 사업하는 집으로 시집을 가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살았고,
나는 공무원인 남편을 만나 힘겹게 살았다.
둘이 백화점엘 가면 친구는 세일도 하지 않는 비싼옷을
선뜻선뜻 잘 샀었고, 나는 속으로 부러워 하면서
뒤짐 지고 구경만 했었다.

나는 항상 작년 제품 세일할때나, 아니면 균일가 옷만 사입었다.
그러다가, 양재를 배워 직접 만들어도 입기도 하고,
구형옷을 고쳐입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친구는 내 옷차림에 대해 한마디씩 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노골적으로 '그옷은 입지마, 저옷은 너무 구형이야...'
그런식으로 남의 가슴에 생채기를 냈었다.
자연히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날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번달 모임에 내 옷을 보고 또 한마디 하길래
전화로 그동안 쌓였던 속앓이를 다 풀어 놓았다.
물론 안좋은감정이 다분히 들어 있는 어투로...


눈이 아직도 부어있는 모양새가 꽤나 많이
울었나보다. 아마도 제일 친한친구였기에
충격이 컸으리라.
사과하러 갔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정작할말은 못하고 엉뚱한 말만 하고 왔다.

집에 와서 메일로 장문의 편지를 썼고
이어 친구도 잘못했다며 답장이 왔다.
마음속에 품고 속상해 하는것보다 차라리
털어버리는게 친구와의 더 깊은 우정이 쌓여가리라
생각된다.
나이가 들수록 남편보다 친구가 더 좋아진다던데
벌써 나도 그 나이가 되어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