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애의 비밀스런 목소리가
전화선을 통해서 들려왔다.
'엄마! 오빠방에 오니 현미언니랑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어요. 아마도
헤어졌나봐'
작년에 아들 졸업식에서 아들과 여자친구의
다정한 모습이 너무 이뻐 카메라셔터를
연신 눌러 여러장의 사진을 찍어
잘 나온걸 크게 확대해서
보내주었더니 아들방에 걸어두었었는데
외출 나와서는 선물 받은것도
사진도 깡그리 없애버렸단다.
딸애는 오빠에게 지가 일러줬다고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러고보니 요즘 아들놈이 부쩍 전화를 자주 하는것 같았다.
평소에는 항상 내가 먼저 전화를 하면
'뭔일 있어요?왜 전화하셨는데요?'
민망하게시리 되묻던 놈이 하루걸려
며칠을 먼저 전화를 하는폼이 영 마음에 걸렸다.
하루는 모른척 하고는
'현미는 잘있니?' 물었더니 머뭇거리며
'사실은 현미랑 헤어졌어요'
'왜? 어쩌다가...네가 잘못했나보네'
'서로가 안맞으니 그렇죠. 절대로 현미에게
메일 보내지 마세요.완전히 결별했으니까요'
가끔씩 그애도 나에게 메일을 보냈었고 나도
이쁜 영상으로 메일을 보내곤 했었고 안그래도
궁금해서 메일로 왜그랬냐고 물어볼려고 했는데
아들의 우격다짐에 멈칫해졌다.
궁리끝에 아들에게 글로써 내 마음을 장문의 메일로 보냈다.
물론 서로 화해하라는 내용이었는데
내가 보낸 장문이 무색하리만큼 아주 간단하게
자기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니까
엄마는 신경쓰시지 말라는 간단한 답장이
날아왔다.
그래도 이 다음에 우리식구가 될려나 하고
그 아이에게 마음을 많이 주었는데,아들놈도 괘씸하고
그 아이도 괘씸하고..이럴줄 알았으면
아예 소개를 시키지 말던지...
대학 3학년부터 사귀었으니 햇수로 3년이나
되었는데 어찌 하루아침에 두부짜르듯이
갈라설수가 있나.아무리 햄버거 새대라지만
구식인 나는 쉽게 받아들이지지가 않았다.
요새 아이들 말로 남자애가 군대가면
여자애들이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더니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요즘은 청첩장을 돌려도 못믿고
예식장에 둘이 손잡고 들어가야 결혼하나보다
한다니 정말 세대차이를 느끼게 한다.
그 아이도 상처가 되었다면 빨리 씻어내기를,
또, 아들도 남은 군복무를 별탈없이 무사히 마치기를
에미의 간절한 바램으로 오늘도 하루를 마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