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토요일.
양희은 김승현씨의 콘서트가 대전에서 열렸다.
대전 엠비씨에 보낸글이 방송에 나오면서 티켓을 얻을수 있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일이 채, 끝나지 않은 시간인데도
남편과 나는 공연장으로 향했다.
8시 공연에 맞추려 부지런히 움직였어도 밥은 꼭 먹고 가야한다는 내 신념에
조금 지각을 하고 매표소에서 험상궂은 주민증을 보이고는 티켓두장을 얻어
그래도 상석에 앉을수 있었다.
게스트인 ( 아고!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 삼포가는길 부른사람인데..)
모 가수의 노래와 그날의 주인공 양희은씨의 노래를 듣고나니
김승현씨가 몇몇의 사람들을 무대위로 부른다.
상품에 눈이 멀은 나는 춤치라도 무대위에 오르려 했지만
남편의 따갑고도 매운 눈초리에 그냥 주저앉을수 밖에...
그 서운함이라니.
" 자 지금부터 고고를 추는데 짝짖기를 해서는 춤을 잘 춘 쌍에게 상품을 몰아주기로 하겠읍니다.
그에 앞서 간단한 게임을 하겠는데 열심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
라는 김승현씨의 말에
(무얼까? 그 게임이라는게... )
미처 궁금해 하기도 전에 김승현씨가 말을 한다.
" 왜 있잔아요~ 지 자로 끝나는 말을 하겠는데
인체 부위중에서만 해당이 됩니다 "
그순간 내 머리속에는 얄궂은 단어가 생각이나서 시작도 하기전에 웃음부터 나온다.
키득거리고 웃는 내게 남편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짖는다.
( 크크~ 김승현씨 짖궂기는. )
" 자, 그럼 지금부터 시작을 하겠읍니다.
예를 들어드리는데 엄지, 검지, 목아지, 배때지, 허벅지, 장딴지 기타등등
무지 많지요?
그럼 이쪽의 남자분부터 "
모두 네사람의 남자둘에 여자둘 서 있는곳에서 남자분을 한명 찝더니
게임의 시작을 알린다.
첫번째 남자.
" 엄지 "
다음 여자
" 검지 "
순서대로
" 목아지 "
순진하게도 엠씨의 주문순서대로 잘도 말을 한다.
그런데...
제일로 마지막의 여자 입에서는 실로 생각지도 않은 말이 튀어 나온다.
" 자! 마지막 여자분 "
" 젖꼭지 "
순간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면서 당혹해 하는 김승현씨의 표정이 망원경을 통해 보여진다.
남편과 나도 뒤집어져서는 박수를 치며 웃기에 바빳고
나중에는 뱃살까지 땡기며 아픈것이다.
" 아니, 무슨 여자분이... 좋아요. 그럼 다시 해 봅시다 "
그러더니 아까의 순서대로 맨 처음의 남자분부터 마이크를 갖다대더니
그 남자의 입이 떨어지기도 전에 김승현씨.
제 입으로 그 남자를 대신한다.
" 네, 좋아요. 배때지 "
" 네 여긴 허벅지라구요 "
" 아, 요번분은 장딴지라구요 "
그러더니 문제의 그 여자분에게 가서는 짖궂게도 마이크를 바짝 들이대며
" 말씀하세요. 뭐가 또 있지요? "
그 여자분...
김승현씨의 귀에 바짝 대고는 무슨 말인가는 했는데...
관중들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김승현씨는 박장대소를 하며 아예 뒹굴어버린다.
나 역시도 너무너무 웃다가는 남편의 귀에대고
" 여보야~ 분명 저 아지매 거시기를 얘기했을거 같은데 "
" 거시기 뭐? "
( 이구~ 암시롱~ 내숭은... 그렇다고 내 입에서 그말까지 기대하냐? )
짖궂은 김승현씨
다시 한바퀴 무대위의 사람들에게 지 자로 끝나는 인체의 말을
바쁘게 마이크를 돌려가며 묻는다.
그 엽기아지매를 제외하고는 순진하고 조신하고 얌전하게
" 발목아지, 손목아지, 약지, 중지..."
그동안 나도 몰랐던 인체에 '지' 자 들어가는 낱말들을 무수히 뱉어냇지만
끝내 야시시한 그 낱말은 마이크를 통해서는 나오지 않았다.
분위기로 봐서는 분명.
ㅂㅈ라는말과 ㅈㅈ 라는 말도 나왓을텐데...
그렇게 지 자 들어가는 낱말게임은 폭소로 끝이 났고.
다음엔 고고~
아니, 어쩌면 막춤이랄수 있었겠지만...
그 엽기아지매. 역시도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한다.
남녀, 한쌍이 되어서는 람바다 춤을 추는데...
흐미~
용기가 부러워라.
온몸을 배배꼬며 무대위의 남정네와 야시시한 춤을 추는데.
나
얼마나 웃으며 옆의 남편을 때렸는지 슬그머니 남편의 몸은 최대한 내게서 멀어진다.
상품에 눈 멀어 내가 무대위로 올라갔다면..
과연 나는 저 김승현씨의 주문대로 그렇게 관중들을 압도하는 웃음을 선물할수 있었을까?
때로는 푼수끼 있는 행동도 과감히 할수 있는 용기도 필요한거 같다.
두시간의 공연과 30여분의 연장공연동안
남편과 나는 정말로 흐드러진 웃음을 한보따리 풀수 있었다.
방청객의 쑈~우가 끝날 무렵.
김승현씨 그 엽기 아지매에게 한마디 한다.
" 이 자리에서 남편에게 한 말씀만 해 주고 들어가시죠 "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엽기아지매.
" 여보! 사랑해요~~ "
다시한번 터진 폭소.
아마도 나라면 " 여보 푼수떨어서 미안해요 " 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