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도련님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그들을 '즐거운 나의 집'으로 보냈습니다.
이로써 나의 도련님 장가보내기 프로젝트는 끝이났고,
일주일 동안 맏이로써,부모로써의 푸닥거리도 끝을 냈습니다.
맘이 개운해서인지, 계속 멈추지 않던 기침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도련님...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남편복 없이 살았던 나에게 도련님과 시누이는 남편대리인이었습니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나는 그들을 많이 의지하고 살았습니다.
그들 덕에 나는 이 시집에 정을 붙이고 살수 있었습니다.
집들마다 형제들이 많으면, 꼭 한명쯤은 문제아가 있습니다.
그것이 이집에서는 제 남편이었나봅니다.
그런데,도련님은 제 남편과는 아주 반대로 성실하고 자상하고
책임감이 강하면서도 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이제껏 남편보다 더 믿고 의지하고 의논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그렇게 마구 쏟아지는 정을 동서라는 이름의 낯설은 그녀에게
주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결혼식장으로 떠나기전 그는,
형수, 나 많이 떨리는데, 우짜노? 하더니,
식장에서는 그어느때보다도 씩씩하게 보이려 가슴을 두배로 불리더군요.
도련님은 처가집에서도 어찌나 넉살이 좋은지,
장모님께 배고프다고 밥달라고 서슴없이 말해서 넘 좋다고
처가집식구들의 밝은 목소리를 들을때 동서에 대한 질투심이 생겼답니다. 내가 갖지 못한 좋은 남편을 만났으니까요.
그러나, 신혼여행지서 친구들과 같이 가서
이틀동안 여자따로 남자따로 자느라 밤일을 못했다고 말하는 도련님의
전화 목소리에 내 맘은 따시하게 녹아내렸답니다.
형수에게 초야에 대한 말을 서슴없이 하는 시동생이 또 어딨을까요.
동서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와 도련님 사이에는 동서가 끼어들지 못하는 영역이 분명이 있을거라는 확신이
동서에 대한 칼날같은 맘을 무디게 합니다.
큰일이네요.
나와 동서가 이렇게 적대적인 관계가 되서는 아니될텐데 말에요.
나는 동서가 자기에게 존칭을 요구하는 도련님의 말에 핏대를 세워봅니다.
'부부는 상하구조가 아닌 평등관계다.
일방적으로 야!,너! 하는 남편에게 존칭어를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도련님은 벌써부터 동서끼리 뭉쳐서 자기를 핍박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그러면 가만히 있을 제가 아니죠.
'남북도 화합하는 마당에 동서화합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저도 이제 아랫사람이 생겼습니다.
맏며느리가 대장이라지만, 어른들이 많은 이집안에서 저는 언제나 아랫사람이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제 아랫사람을 무척 많이 아끼고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열등감이 강한 나는 남을 사랑하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시집일복이 많은 나는 회사다닌다는 이유로 손님처럼 이집에 드나들 동서를 앞으로 얼만큼 포용력있게 대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됩니다.
폐백하는 자리에서 동서의 친정엄마가 내손을 꼭 잡고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버지 형제들은 차치하고 나는 형수가 젤 맘에 걸리네요.
(시부모는 다 돌아가셨으므로)
우리 애 아무것도 몰라요. 그저 따스하게 잘 가르쳐주기만을 바랄뿐.
시키는 것은 잘 할거야.'
내 엄마가 시어머니에게 하던 멘트 그대로였습니다.
그자리서 나는 걱정말라는, 잘 데리고 있을테니, 염려일랑 거두시라는 말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은 있었으나, 차마 꺼내지 못했습니다.
낯 간지럽기도 하고, 솔직히 그렇게 행동할 자신도 없었기에 나는 그저 '저도 많이 부족합니다.' 라고만 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그 짧은 말에 저의 많은 뜻이 포함돼 있기도 한 것이었구요.
아, 도련님에게 받았던 그 많은 정들을 보답하는 것은
동서와 잘 지내는 것일겁니다.
엄마는 이제까지 어른들에게 니가 먼저 베풀어라,
항상 아랫사람이 먼저 해야하는 것이다 라고 하시더니,
이제는 바뀌었네요.
항상 윗사람이 먼저 베풀어야 아랫사람이 절로 따라온다고.
ㅎㅎㅎㅎㅎ
나는 말하는 것을 많이 두려워합니다.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글은 편합니다.
편하게, 긴장되지 않게 내 맘을 말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이제 나는 전화보다 이메일로 동서와의 정트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근데 어찌하나요?
이멜주소는 있으나, 인터넷을 안하고 산다네요.
아이구, 생각치 못한 절망감이 듭니다.
곧 설치한다고는 하는데,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
에세이방을 애용하는 여러분,
여기까지 잘 참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것보다 하고 싶은 얘기는 훨씬 많은데,
다 실고 싶은데, 넘 길겠고 해서 최대한 줄여 얘기했습니다.
글이 왠지 뒤죽박죽인 느낌이 드네요.
오늘은 술술 글이 풀리지가 않네요.
좀 지루한 감이 있었다면 용서해주세요. ㅎㅎㅎㅎ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