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잉꼬부부라고 소문은 짜~안한 우리네 부부는
실제로는 눈만 땡! 하고 마주치면
달구새끼들마냥 징그럽게도 토닥거린다.
지내놓고 보면 참으로 별것 아님에도 그때는 사생결단을 내듯도 하여
말로는 피튀기는 싸움을 하는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것은 그 다툼이 그리 오래는 가지 않는다는것이다.
금방 뭔일을 낼듯 서로가 으르릉 거리다가도
뭔가 웃으은 일이 있으면 언제 또 그랬냐는듯
꺄르르~ 한번씩 넘어가니.
딸아이 말마따나 우리부부의 정신연령이 과연 몇인지...
이제는 딸아이도 아주 면역이 생겻는지
큰 소리라도 날라치면
" 또 시작이다. 시끄럽게..."
라고는 제 방문을 닫아버린다.
아이는 우리의 다툼을 아무래도 소음으로만 보는듯 싶다.
악을 써대다가 금방 하하~ 호호~ 히히 웃음 소리가 나면
빼꼼히 제 방문을 열고는 또 한마디를 한다.
" 이구~ 그럼 그렇지. 내 그럴줄 알았다니까 "
몇칠전이다.
늦게 퇴근을 하고 들어왔으면 얼른 씻고는 잠자리에 들어야하는데.
이노무 영감탱이가 씻을 생각도 하지 않은채 고장난 스텐드를 고치기에 여념이 없다.
" 씻고 들어와. 발 냄새나니까 "
" 얌마, 서방의 발냄새는 향기 그 자체이지 뭔 냄새가 나냐?
당신, 사랑이 식었고만 "
참내~
무슨 발고랑네가 향기이며, 그 발냄새에 씻으라 했다고
사랑까지 들먹이며 뭐? 사랑이 식어?
이런 젠장~
그렇다면 이 세상 부부들 사랑하고 사는 사람 몇이나 된다고...
" 얼른가서 씻고와. 아주 냄새에 머리털까지 다 빠지겠어 "
한 옥타브 높인 소프라노 목소리로 말을 하니
주춤한 울 서방 아무소리 하지 않고는 목욕탕으로 행차를 하신다.
( 에이 드러분 양반 )
속으로만 꽁시렁거리고...
씻고는 들어왔으니 이불속으로 들어올줄 알았겠다~
헌데... 이 양반이 이불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고장난 스텐드를 앞에 놓고는 열심히 고친다고 낑낑거린다.
" 지금 시간이 몇시여? 나중에 쉬는날 고쳐도 되겠고만
피곤하지도 않아? 맨날 피곤하다는 말도 말짱다 헛말이고만. "
" 먼저자. 이것좀 조금만 더 고쳐보고 잘께 "
( 에라이 모르겠다 난 졸리우니 먼저잘란다 )
이불을 끄집어 올리고는 살포시 잠이 들었는데...
한소큼은 잤나보다.
희미하게 비치는 불빛에 살포시 눈을 뜨니 그때까지도 울 서방
스텐드와 씨름을 하고 있다.
머리위에 비춰지는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경.
" 어머나~ 당신 미?수? 지금 시간이 몇신데... 내일 일 안나가? "
" 누가 일 안나간데? 걱정마 일 나갈거니까 "
" 언제자고 언제 일을 나가? 얼른 자아~ "
조금씩 내 목소리가 커져감을 난 내 귀로 알수가 있었다.
" 신경쓰지 말고 먼저 자라니까 "
남편도 지지않고 목소리가 커진다.
아마도 그때 그시간까지 고쳐지지않아 열을 받고 있었나 본데.
나 그것도 모르고는 잠자리에서 후다닥~ 하고는 이불을 박찼다.
" 빨랑자 "
" 못자 "
" 존 말할때 빨랑자 "
" 존 말할때 너나 빨리자 "
" 그럼 이거 부신다 "
" 부시기만 부셔봐 "
난 발을 스텐드에 가까이 대고는 정말로 부실듯 발목을 까닥까닥~
( 하지만 마음은 절대로 부실생각이 없었음. 맹세해도 됨 )
그러다가 살짝 발목에 힘 한번 준것인데...
한쪽에 남편의 손에의해 서 있던 스텐드의 몸채가 넘어가며 그만 쨍그랑~
하고는 형광등이 깨져 버린다.
( 헉~ 왜 저리 힘없이 넘어가지? )
정말로 그럴생각은 없었는데 너무도 쉽게 넘어가는 스텐드는 비루 먹은 강아지 꼴 이었다.
순간적으로 튀어 일어난 남편은 날 한참을 바라본다.
( 난 이제 죽었다. 한방 먹일 기세구먼 오냐. 때리기만 때려봐라
아주그냥 화~악 고발이라도 할테니까 )
사실은 미안하고 황당스럽고...어찌할바를 모르겠어서
마음속으로만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 남편의 눈치만을 힐끔힐끔 볼 수밖에.
무작정 바라보기만 하던 남편은 안방으로 건너가더니 청소기와 빗자루를 들고 와서는
쓸고, 청소기 돌리고...
한참을 씩씩거리며 청소하던 울 서방.
" 에펜네가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왓구먼.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아주그냥 에펜네냐구 승질머리 하나는 드러워 못 봐준다니까 "
나, 미안함에 그대로 내 작은몸뚱아리 이불속에 고이 뉘었는데.
청소기 소리가 끝나고 나니 남편이 이불을 들치더니
머리한대를 쥐어박으며 말을 한다.
" 내놔 "
" 뭘? "
" 오천원 "
" 뭔 오천원? "
" 형광등 오늘 내가 오천원 주고 사왔으니 그거 내놔 "
" 싫은데? "
" 존말한때 내놔 "
" 좋은말이던 나쁜말이던 못 줘 "
" 그래? 그럼 좋아 "
그깟 오천원 줘 버릴까 생각은 했지만
끝내 나는 그날 남편에게 그 오천원을 주지 않았다.
내가 뭐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자기를 생각해서, 자기가 너무 피곤할까봐 일찍 자라고 한 죄밖에는 없는데
내가 왜 형광등 값을 물어줘야 하나 하는 생각에 말이다.
그런데 이튿날.
퇴근해서 들어와 입금을 주는 데 오천원이 빠져있다.
" 왜 입금이 빠져? "
" 왜긴 왜냐? 형광등값을 뺀거지 "
" 미친다 내가...뭔 남자가 치사하게 그걸 입금에서 빼냐? "
" 나는 뭐 고지 먹엇냐? 맨날 나만 손해보게 "
오! 놀라워라 끝내 받아내는 내 남편의 끈기.
( 참내 다른것은 기억을 못하면서 제 받을것은 그래도 잘도 기억하네.)
오천원이 뭇내 아쉬?m지만.
그래도 서방한테 혼나지 않고 그것으로 일단락이 되었으니
다행이라 생각은 해야하는데.
요번 싸움의 승자는 누구고 패자는 누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