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오지 않고 있다.
대구 출장차 갔다 새벽 1시나 넘어야 온다고
연락이 왔다.
어제 내가 좀 심하게 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
요즘 내가 왜그런지 모르겠다.
딱이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슬픈 드라마를 보면 펑펑 눈물이라도 쏟고 싶은
심정이다.
가슴이 꽉 막혀오는 것이
답답하다.
병이 또 도졌나?
가끔씩 찾아오는 병.
주체할 수 없을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어른이된걸까?
자신의 감정에 무절제할 만큼 통제력이 없지는 않다.
..
하지만 ..
무엇때문일까?
아니아니다.
잘 모르겠다.
그저 답답하다.
그리고 자꾸만 옆에있는 사람을 힘들게한다.
그 뭔지 모를 허한 구석을 채워주기를 바란다.
사실 그 자신도 나에게 채움받아야 할 사람이거늘
그가 이기적이라고 마구 퍼부었다.
하지만..
난 얼마나 더 이기적인가.
그저 받는 데에만 익숙해져서
옆에사람의 피곤함,외로움에는 아랑곳하지않으니..
미움은 사실은 자신을
미워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나를 사랑할 수 없음에서 나오는
그런 감정이 표출되는 하나의 통로일 뿐.
어차피 사람은 누군가를 채워주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인 존재가 아닌가.
..
그것을 알면서도
나를 채워달라고 애원하며
비난하고 그리고 그를
외롭게하고있다.
그저 착하기만 한 사람을.
..
내 마음에 병이 난 것 같다.
작은 염증같은 것이 커져서
커다란 상처가 될 까 걱정이다.
어서 치료해야할 것 같다.
난 그 치료방법을 잘 알고 있다.
늘 그래왔으니까
..
이제 그만 브레이크를 걸어야겠다.
가끔씩 나를 힘들게 하는 정체모를
이 감정.
어떤 위대한 사랑의 힘에
나를 던져야겠다.
사랑의 힘에 나는 곧 나을 것이다.
그 사랑은 세상 모든 상처를 다 아물게도 하고도
남을테니까
..
나를 사랑하는 이는 참 바보같은 사랑을
반복해서 하는 것일까?
바보.
당신은 바보.
왜 나를 사랑하십니까?
왜 나를 사랑하십니까?
이것은 당신에게는 우문이겠지요.
위대한 사랑이시여
바보같은 사랑이시여
당신의 바보같은 사랑에
내 영혼과 내 지친 몸과
그리고 나의 상처난 마음에
그리고 두손으로 다 막을 수 없는 ..
범람하는 나의 감정을
의지합니다.
여름에 퍼붓는 소낙비보다
봄에 내리는 소슬비가
나는 더 무섭다.
그 비에 젖게되면
자기가 젖었다는 것 조차 쉬 느낄 수 없으니까.
그리고 어느새 젖은 몸도 그 비에 동화되어
언제나 그 비속에 있었던 것처럼
하나가 되어버릴테니까
봄비가 내리는 소리는 아름답다.
언제나 나를 설레이게 하고
그 환희에 찬 노래소리에
귀가 취해버린다.
온갖것들에 약동하는 몸짓과
아름다운 숨소리
나는 그것을 들을 수 있을 것만같다.
그래
나도 그런가보다
그 봄비를 맞고
내 속에 살아숨쉬는 숨소리를 들은게지
그래서 그렇게 생명의 몸부림을 하는게지
하지만 둔해서 그 소리를 못듣고
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다른 것들이 내 눈을 가리는 거겠지
이제 나도 내안에 약동하는 그 생명의 소리에 귀기울이어야지
그리고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몸부림을 쳐야지
여리디 여린 싹이 나오려면
몸부림을 치며
딱딱한 껍질을 뚫고 나오듯이
나도 그렇게 해야지
아무도 박수치는 이 없다하여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분의 숨소리를 들으며
나도 일어서야지